제 15대 풍월주를 뽑는 마지막 장원전(결승전)은 유신랑과 비담의 대결이었습니다. 그러나 비담은 유신랑을 풍월주에 등극시키기 위해 일부러 유신에게 밀리는 듯한 인상을 주자 칠숙은 이 둘의 대결을 부정대결이라며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유신랑은 칠숙과 대결, 정확히 말하면 칠숙의 공격을 10번을 막아내야 승리한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유신랑의 몸은 장원전까지 오르느라 몸 상태가 말이 아닙니다. 칠숙의 공격을 10번은커녕 단 한번도 막아내기 힘들 정도입니다. 진평왕과 마야부인, 미실, 덕만공주, 문노, 서라벌의 고관대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신랑과 칠숙의 대결이 펼쳐집니다. 유신랑은 칠숙의 공격을 잘 막아낼 수 있을까요? 어제 유신랑은 감동적인 비재 장원전을 펼쳤습니다.

신라 화랑들은 화랑 5계를 늘 가슴에 담고 생활했습니다. 화랑 5계는 원광이 수나라에서 돌아올 무렵 만든 것인데, 화랑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행동규범이었습니다. 신라 화랑 5계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사군이충(事君以忠) : 임금에게 충성을 다한다.
사친이효(事親以孝) : 부모에게 효를 다한다
임전무퇴(臨戰無退) : 전쟁에 임하면 후퇴하지 않는다.
살생유택(殺生有擇) : 생명을 존중한다.
교우이신(交友以信) : 친구사이에는 믿음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중 어제 15대 풍월주를 뽑는 마지막 비재에서 유신랑이 보여준 화랑정신은 ‘임전무퇴(臨戰無退)’였습니다. 싸움에 임하면 반드시 후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칠숙의 공격을 10번 막아내야 비재에서 최종 승자가 되는 상황에서 유신랑은 칠숙의 첫 번째 공격에서 단번에 나가떨어졌습니다. 칠숙의 공격을 막아내기에 유신랑은 솔직히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렇게 두 번, 세 번 공격을 받고 연무장에 쓰러질 때 모두들 유신랑이 승리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다섯 번, 여섯 번, 일곱 번째 공격을 막아낸 후 유신랑은 다시 쓰러졌습니다. 이제 승부가 갈렸다고 선언할 무렵 유신랑은 다시 일어섰습니다.

비재를 지켜보던 많은 화랑들이 유신랑을 응원했습니다. 미실측 화랑 보종마저 “지지마!”하며 화랑의 일원으로서 유신랑을 응원했습니다. 유신랑이 연무장에서 쓰러져 일어서려고 바둥거릴 때 이를 바라보는 덕만공주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더 이상 싸우지 말고 그만두라고 마음속으로 외쳤지만 유신랑은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여덟 번째, 아홉 번째 공격을 받고 다시 쓰러졌습니다. 그러나 다시 일어서 마지막 열 번째 공격만 막아내면 풍월주가 되는 것입니다.


칠숙은 유신랑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리지만, 유신랑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에서 칠숙의 명치(급소)를 정확히 가격합니다. 칠숙은 명치를 맞고 움찔했지만 유신랑은 쓰러져서 더 이상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비재 장원전에서 유신랑의 패배를 선언하는 순간 칠숙이 외칩니다. “내가 졌소이다. 유신랑이 내 급소를 정확히 가격했기 때문에 나는 죽은 것과 같은 것이요. 따라서 내가 졌소” 칠숙의 패배 인정에 미실과 설원랑 등이 깜짝 놀랐지만 보종마저 화랑으로서 투혼을 발휘한 유신랑을 응원하는 상황에서 마지막 비재 승리는 유신랑의 것이었습니다. 연무장을 들끊게 했던 유신랑의 투혼은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9전10기의 투혼은 마치 홍수환의 4전5기 신화를 다시 보는 듯 했습니다.

유신랑과 칠숙의 대결은 마치 홍수환의 4전 5기 같았습니다. 1974년 홍수환은 한국 최초로 남아프리카 더반 적지에서 세계타이틀을 획득함으로써 복싱을 국민스포츠로 만든 영웅이었습니다. 그러나 홍수환 하면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파나마에서 벌어진 WBA Jr. 페더급 초대 챔피언 결정전에서 카라스키야를 물리친 경기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옥에서 온 악마’라는 카라스키야에게 2회전에만 무려 4번이나 다운되고도, 3회전에 도저히 믿기 어려운 기적의 역전승으로 4전 5기 신화를 만들었습니다. 한국 최초로 홍수환은 세계타이틀 2체급을 석권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홍수환은 챔피언이 된후 어머니와의 전화통화에서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라고 했는데, 아주 유명한 일화가 되었습니다. 당시 경기를 생중계한 동양방송(TBC, 현 KBS2의 전신)은 이 경기를 연속으로 27번이나 재방송한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 경기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명승부였고, 국민들에게 오뚝이정신을 심어준 경기였습니다.

(1974년 파나마에서 벌어진 WBA Jr. 패더급 챔피언전에서 4전5기의 신화를 창조한 홍수환선수와 어머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엄태웅은 어제 마지막 비재를 통해 보여준 연기 투혼으로 그동안의 연기력 논란을 한꺼번에 씻었습니다. 치열했던 승부가 끝난 뒤 설원랑이 보종에게 왜 유신랑을 응원했냐고 묻자, “화랑이니까요. 화랑이라면 누구라도 그 광경을 보고 응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듯이 유신랑의 비재 장원전을 보고 감동하지 않을 시청자는 없을 듯 합니다. 비재를 두고 지나치게 질질 끈다는 비판도 있지만 어제 마지막 장원전은 이런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선덕여왕> 최고의 명승부였습니다.

Posted by 카푸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어제 정말 감명깊게 보았어요.

    보종이 김유신을 외치고 칠숙이 패배를 인정한 장면이 하일라이트였던 것 같아요.

    트랙백 걸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2. 엄태웅은 . 2009.09.22 19:30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저런 거친역할만 좀 하는 듯
    눈물연기, 섬세한 감정연기 ,멜로연기는 정말 못함
    그냥 마초같은 연기만 좀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