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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딸에게 신종 왕따 ‘빵셔틀’ 얘기를 들으니

by 카푸리 2009.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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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구>에 나오는 동수와 준석이처럼 학창 시절 힘 좀 쓰던 친구가 있었는데, 이유없이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아 속으로 참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은 주먹을 잘 쓰고 못쓰고를 떠나 집단으로 한 학생을 소외시키기 때문에 소외당하는 학생으로서는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왕따돌림을 뜻하는 ‘왕따’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한지도 꽤 오래됐고, 학교와 관계 당국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근본적인 해결책은 요원해보입니다.

왕따도 단순한 따돌림에서 은따(은근히 따돌림), 전따(전교에서 따돌림), 반따(반 안에서 따돌림), 대따(드러내 놓고 따돌림), 뚱따(뚱뚱하다고 따돌림), 찐따(찌질해서 따돌림) 등 괴롭히는 대상과 방법에 따라 계속 변해왔습니다. 이렇게 갈수록 왕따 행태가 변하기 때문에 왕따를 근절하기 힘든 것입니다. ‘왕따’도 시대에 따라 변하는지 요즘 청소년들은 ‘왕따’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셔틀’이란 말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돈을 주고 단순히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진의 괴롭힘이 무서워 빵을 사다가 바치는 경우도 있는데, 일진이 은근히 그렇게 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어제 중학교 2학년 딸과 얘기를 하던중 ‘빵셔틀’ 얘기를 들었습니다. 같은 반에 ‘빵셔틀’ 친구가 있는데, 다른 학교로 전학갔다는 것입니다. 처음 들어보는 ‘빵셔틀’이란 말이 생소해 물었더니 딸은 아무렇지도 않게 “빵 심부름 하는 애요” 합니다. 친구간에 빵 심부름? 그거 할 수도 있지 않은가? 하고 생각했는데, 자세한 얘기를 들으니 신종 따돌림 학생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매점에서 단순히 빵심부름을 하는 것은 좋게 생각할 수도 있으나 자기돈으로 빵을 사다 바치는 것은 '갈취' 행위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셔틀’은 주로 중학교 이상의 학생들 사이에서 쓰는 은어입니다. '셔틀빵' 학생들이 모여 연합회를 조직하고 인터넷 사이트까지 만들어 학교내 '셔틀빵' 행태가 적나라하게 공개돼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현재 이 사이트는 폐쇄된 상태입니다. 학생들은 학교의 계층을 세 가지, 즉 귀족, 양민, 천민으로 나누는데, 일진회와 노는 학생들은 귀족,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약간 노는 학생은 양민, 대화를 해보면 찌질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천민입니다. 여기서 주로 천민이 귀족과 양민의 매점 심부름을 도맡아하는데, 빵을 매점으로부터 조달한다고 해서 ‘빵셔틀’이란 말을 쓰는 것입니다. 셔틀과 빵이 합해진 말로 학생들 사이에서 ‘빵셔틀’은 천민들 사이에서도 최하급으로 치고 있습니다.

‘셔틀’ 용어는 왕따 목적을 담은 말을 붙여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빵셔틀’이라고 하면 빵 심부름을 하는 따돌림 학생입니다. 모든 학교생활이 셔틀로 연결됩니다. 반찬셔틀, 핸드폰 셔틀, 안마셔틀, 수행평가셔틀, 봉사활동셔틀, 축구화셔틀, 담배셔틀 등 정말 많습니다. 여학교의 경우 생리대셔틀까지 있다고 합니다. 셔틀중 가장 인기 있는 셔틀이 뭔지 아세요? 바로 멀티셔틀이랍니다. 어떤 심부름을 시켜도 다 수행해낼 수 있는 셔틀은 총애까지 받는다고 하니 쓴 웃음만 나옵니다.

학교마다 한 학년에 ‘빵셔틀’만 해도 2~3명씩 있고, 게다가 각종 셔틀까지 있으니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학생들은 학교가기가 두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전학을 가기도 하지만 다른 학교에 간다고 ‘빵셔틀’이 없는게 아니니 참 걱정스럽습니다. 물론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기성세대의 책임입니다. 입시위주 정책에 오직 공부만 강요하는 학교는 이제 마음놓고 자식들을 맡길 수 없는 곳이 돼가고 있습니다.

딸에게 ‘빵셔틀’ 얘기를 듣다보니 직장에서 셔틀이 있습니다. 상사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아침마다 종이커피 빼다가 바치는 ‘커피셔틀’, 인사철만 되면 상품권 등을 남몰래 주는 ‘뇌물셔틀’ 등 직장이들의 행태에 따라 학교만큼 많을 듯 합니다. 그러나 학교 ‘빵셔틀’과 다른 점은 주도권 차이입니다. 학교에서는 일진들의 강요에 못이겨 억지로 하지만 직장에서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자발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학교, 직장 모두 ‘셔틀’은 달갑지 않은 심부름꾼이며, 하루 빨리 없어져야할 심부름꾼들입니다.

중학생 이상의 자녀를 두신 학부모들중 ‘빵셔틀’이란 말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필자는 딸의 얘기를 듣고 회사 동료들에게 ‘빵셔틀’ 얘기를 물으니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또한 혹시 자녀들이 ‘빵셔틀’, ‘핸드폰셔틀’, ‘반찬셔틀’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대화도 해보며 자녀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할 것 같습니다. 물론 자녀들이 신종 '빵셔틀'이라도 ‘나 빵셔틀이에요’라고 말하진 않을 것입니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자녀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이 ‘빵셔틀’을 예방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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