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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택배기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고객은 누구일까?

by 카푸리 2011.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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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시기가 되면 가장 바쁜 사람 중의 하나가 택배기사가 아닐까 싶다. 고향에 가는 대신 정성을 담은 선물을 보내는 사람이 많은 만큼 택배기사들의 하루는 짧기만 하다. 열악한 근로환경과 박봉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물건을 배달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안쓰럽기도 하다. 어제 오전에 사무실로 택배기사가 땀을 뻘뻘 흘리며 왔다. 서울 본사에서 상품 샘플을 가져왔는데, 물건을 준 후 목이 말랐는지 물 한잔을 달라고 한다.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한 잔을 주니 단숨에 들이킨다.

요즘 언론 뉴스를 보면 택배관련 소식이 많다. 그런데 고객 입장에서 택배기사들의 불친절, 물건 파손 등 택배기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 뿐이다. 택배기사들이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고생한다는 뉴스는 보기 힘들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 택배기사들도 싫어하는 고객이 있단다. 어제 사무실에 택배기사가 들려준 얘기가 공감이 돼 여기에 적어본다. 추석을 앞두고 고생하는 택배기사들을 위해 이 글을 쓴다.


첫째, 물건 이상 유무를 확인하다고 기다리게 하는 고객
택배기사들은 시간이 곧 돈이다. 물건 한 개당 배달료를 받기 때문이다. 물건을 배달 후 확인서에 고객의 서명을 받는데, 일부 고객은 물건의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며 서명도 하지 않고 포장을 뜯는다. 고객이 물건을 확인하는 동안 택배기사는 하릴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만약 화물 운송과정에서 물건에 이상이 생기면 택배기사들이 고스란히 욕을 다 먹는다. 물론 배달과정에서 파손, 도난 등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확인하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은 택배기사들의 밥줄을 끊는 것과 다름없다. 가능한 빨리 빨리 확인해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둘째, 속옷 차림으로 물건을 받는 예의 없는 아줌마
요즘은 택배물건을 배달하기 전에 미리 전화가 온다. 몇시쯤에 갈테니 집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분명 사전에 간다고 예고를 했는데 속옷 차림으로 나와서 물건을 받는 여성들도 많다고 한다. 만약 속옷을 입고 있다 하더라도 초인종을 누르면 '잠깐만이요!'하고 바로 옷을 갈아입고 물건을 받아야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닌가? 속옷 차림으로 나오는 여성 고객을 보면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 민망하기 그지 없다고 한다. 택배기사는 얼굴이 화끈거려 얼른 확인서에 서명을 받고 도망치듯 나올 수 밖에 없다.


셋째, 출발전 연락이 됐는데, 막상 도착하면 부재중
배달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택배기사들은 헛걸음을 가급적 줄이려 한다. 그래서 배달을 가기 전에 미리 고객에게 전화를 한다. 그런데 막상 고객과 약속한 시간에 갔는데, 집에 없거나 전화마저 받지 않는다면 낭패다. 이럴 땐 어쩔 수 없이 아파트의 경우는 관리실에 맡기지만 단독주택인 경우는 낭패다. 따로 맡길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택배비를 지불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약속시간을 어기고, 언제든지 내가 편할 때 다시 오라는 식으로 택배기사들을 종 부리듯이 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넷째, 일방적으로 몇 시까지 가져다 달라고 요구
택배 물건은 지역별로 한꺼번에 배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배달 중 타지역 고객이 전화를 해서 '물건 언제 오느냐? 몇시까지 갖고오라'며 일방적으로 요구한다고 한다. 택배기사들이 가장 받기 싫은 전화가 물건 언제 오느냐는 전화라고 한다. 물론 물건이 언제오는지 물어볼 수도 있다. 그런데 전화를 거는 고객은 자신 한 명 뿐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하루에 몇십통씩 오는 전화 때문에 배달지연이 될 정도란다. 운전하랴, 배달하랴 눈코뜰새 없이 바쁜 택배기사에게 전화독촉은 스트레스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배달시간 늦었다고 운송료 안주는 고객
배달을 하다보면 차가 막히는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약속된 시간에 배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착불로 받는 택배비를 늦었다며 주지 않거나, 본사에 전화해서 항의하는 고객들도 많다고 한다. 일부러 늦은 것도 아닌데, 이런 고객을 만나면 정말 일하기 싫다고 한다. 간신히 사정 사정해서 돈을 받고 나오면 이런 고객 때문에 또 배달시간이 늦어져 다음 물건 배달도 지연되게 된다. 그래서 택배기사들은 빵과 우유로 끼니를 떼워가며 배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택배 배송 우선 순위가 가장 높은게 생선, 육류, 과일이라는데, 이런 물건 배달할 때 주인이 집에 없으면 난감하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같이 바쁠때는 만화영화에 나오는 '날아라 슈퍼보드'를 타고 물건을 배달하고 싶은 심정이란다.


이외에도 택배기사들이 싫어하는 고객들은 많을 것이다. 요즘은 택배회사들이 우후죽순으로 난립하는 바람에 서로 단가 경쟁을 해서 가격을 낮추다보니, 그 부작용이 택배기사들과 고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택배기사는 많은 양의 물건을 배달해야 하고, 몸이 고달프니 질좋은 배달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고객들은 친절한 배달을 원하지만, 택배기사들은 서비스 여유가 없을 정도로 바쁘다.

물론 고객 입장에서 정말 기분 나쁜 택배기사들도 많다. 30분 후에 온다고해서 기다렸는데, 결국은 밤늦게 오는 택배, 초인종만 누르고 문앞에 물건 털썩 놓고 가버리는 경우, 오기 전에 아예 전화도 안주고 갑자기 오는 택배, 집에 없다고 근처 편의점에 맡기고 가는 경우, 연립 4층인데 4층까지 짐을 갖다 달라고 하니까 바쁘다며 툴툴대는 기사, 물건이 파손됐는데 자기 책임이 아니라는 기사 등 정말 많다.

추석이 가까운 만큰 오늘도 택배기사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배달을 할 것이다. 기사들이 모두 다 불친절한 것도 아니고, 고객들이 모두 다 몰지각한 건 아니다. 역지사지 입장에서 조금씩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배달 과정에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오가는 훈훈한 배달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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