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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결혼기념일날 가족들의 축하문자 받으니

by 카푸리 2009.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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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결혼기념일을 챙기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물론 여자들보다 더 꼼꼼하게 수첩에 기념일을 표시해놓고 챙겨주는 남자들도 있지만 직장일에 시달리다 보면 그냥 넘어가는 게 다반사입니다. 물론 아내에게 한소리 듣기도 하고 눈총도 받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냥 넘어가기가 힘듭니다. 바로 핸드폰 때문입니다. 결혼기념일이니 일찍 들어오라는 애교 섞인 문자부터 '축하한다', '사랑한다'는 등 아내와 딸들의 문자공세 때문에 올 결혼기념일도 일찍 퇴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5월 29일이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결혼한지 19년째인데, 그동안 바쁜 직장생활 때문에 솔직히 기념일을 잘 챙기지 못했습니다. 그날도 직장일 때문에 아침 6시에 집을 나서 버스를 탔는데 문자가 하나 왔습니다. 바로 아내로부터 온 문자였습니다. 문자 내용을 보니 “결혼 축하해♡♡♡♡♡♡♡♡♡” 라고 돼있습니다. 문자를 보고 나서야 ‘아차, 오늘이 결혼기념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아내에게 ‘결혼기념일 축하하고 앞으로 더욱 더 많이 사랑하고 살도록 노력하자구요’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나온 것이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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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인 5월 29일은 고 노무현전대통령의 영결식 때문에 나라는 하루 종일 어수선했습니다. 사무실에서 급한 일부터 처리해놓고 있으려니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 딸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매일 야간 자율학습 때문에 학교에서 저녁을 먹는데 웬일로 집에 가서 저녁을 먹을테니 맛있는 음식 준비하라는 내용입니다. 그래도 아빠, 엄마의 결혼기념일을 챙겨주는 문자까지 보내주는 딸이 기특했습니다.

큰 딸의 축하 문자를 받고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놈에게도 축하 문자를 은근히 기다렸는데 오지 않았습니다. 공부하느라 바빠서 모르고 있겠지 하고 점심때 쯤 선수를 치는 문자를 아들놈에게 이렇게 보냈습니다. “엄마, 아빠가 결혼해서 얻은 최고의 선물이 바로 ○○이야. 항상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마워” 하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아들놈은 결혼기념일을 알고 있었던 것인지 문자로 답변을 보내왔는데, 그 내용을 보고 푸하하~~ 하고 웃었습니다.

“어제부터 알고 있었어! 점심 먹고 보낼라 했어. 미안하게 하려구 일부러 선수 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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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선수 치려는 것까지 다 알고 있다니 영특합니다. 사내자식이라 매일 덜렁 대고 해서 누나처럼 부모의 결혼기념일을 챙기는 것은 생각도 못했는데 그래도 기특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보낸 축하문자보다 아들이 보낸 문자가 훨씬 더 기분이 좋았습니다. 문자 내용은 결혼기념일을 축하한다는 내용이 아닌 듯 보이지만 그 문자 속에 담긴 부모 속을 꿰뚫어보는 마음이 아빠를 기분 좋게 했습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친구에게 온 문자를 확인하다가 결혼기념일날 받은 가족들의 문자를 보니 빙그레 웃음이 납니다. 핸드폰 문자 메시지 1통은 80자입니다. 이 80자 안에 희노애락을 다 표현할 수 있습니다. 스팸문자를 받을 때는 짜증도 나지만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받는 문자는 늘 힘을 주곤 합니다. 무뚝뚝하다고 늘 아내에게 눈총을 받지만 가끔씩 아내에게 독수리타법(?)으로 보내는 문자 한통이 때로는 아내를 감동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화보다 아내에게 가끔 문자를 보내고 있습니다.

요즘 아내들은 전화보다 사랑과 행복이 담겨있는 문자메시지 받기를 좋아합니다. 점심 드시고 가끔 아내에게 문자 메시지 한번 보내보시죠?

“여보? 나 오늘 점심으로 냉면 먹었어. 냉면 먹으면서 당신 생각나는 거 있지?”

부부의 사랑은 결코 멀리 있지 않습니다. 문자 한통으로 알콩달콩한 사랑을 나누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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