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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1만원권은 '배춧잎', 5만원권은 '호박잎'인가

by 카푸리 2009.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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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5만원권이 시중에 본격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했습니다. 직장 동료가 어제 점심을 먹고 은행에 가서 5만원권 몇 장을 구해왔는데, 뭐 별다른 감흥은 없습니다. 일단 지갑이 얇아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신용카드외에 1만원권 지폐를 5~6장 가지고 다녔는데, 이제 딱 1장미면 되겠네요.

5만원권이 나왔으니 최고액 화폐로 '배춧잎' 위세를 떨치던 1만원권의 위상도 어제부로 마감되었습니다. 남자들이 재미삼아 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을 치면서 1만원짜리 지폐가 들어오면 "와~ 배춧잎 들어왔네" 하면서 좋아했습니다. 1만원권 색깔이 배춧잎처럼 푸르스름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고스톱을 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배춧잎은 1만원권을 지칭하는 보통명사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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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권을 '배춧잎'이라고 부른 것은 5만원권 이전에 최고액 화폐였기 때문입니다. 5천원권이나 1천원권을 다르게 부르지 않습니다. 유독 1만원권만 '배춧잎'으로 불렀습니다. 지폐에 대한 별칭은 이렇게 최고액이 아니면 갖기 힘든 것인가 봅니다. 1973년 1만원권이 발행된 이후 36년간 지배해온 '배춧잎' 시대는 끝났습니다. 좋으나 싫으나 이제 그 명예로운 권좌를 5만원권에게 넘겨야 합니다.

정권이 이양되면 통상 참여정부, 이명박정부 등 정부 명칭을 붙이듯이 이제 5만원권 시대로 접어들었으니 '배춧잎'처럼 5만원권에 대한 별칭을 붙여주어야 하는데, 뭐라고 붙여야 할까요? 남자들이 상가집에 가서 밤을 세우기 위해 한쪽 구석에서 고스톱을 칠때 "어? 배춧잎 들어오네..." 하는 말이 이제는 "어라? 은행잎(5만원권) 들어왔네... 하하 기분좋아" 라며 5만원권에 대한 명칭을 붙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름이라는 게 보통 부르기 쉽고 이름을 부르면 그 이미지가 딱 떠올라야 잘 지은 것입니다. 5만원권을 보면 우선 1만원권에 비해 색 자체가 판이하게 다릅니다. 5만원권은 전체적으로 옅은 노란색을 띠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소 가벼워 보입니다. 가벼워보이고 노란색을 가진 물건, 혹은 대상들을 떠올리면 어떤것이 생각나나요? 우선 은행잎, 배춧속, 오렌지, 호박잎 등 여러가지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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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5만원권에 가장 어울리는 별칭은 개인적으로 호박잎이라고 생각합니다. 호박은 푸른 호박도 있지만 가을에 다 익은 호박은 보통 노란색입니다. 또한 다 익은 호박잎은 노란색입니다.  노란색은 골드빛이라 그런지 몰라도 싼티가 나지 않고  귀티가 납니다. 5만원권은 1만원권에 비해 귀한 존재입니다. 배춧잎 굴리듯이 막 굴리기에는 다소 고액입니다. 배추는 막 굴려도 호박은 막 굴리기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저는 상가집에서 친구들과 고스톱을 치면서 5만원이 들어오면 "아따~ 호박잎 하나 들어와 부렀네 잉~~!" 할 것입니다. 물론 다르게 부르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이름이라는 게 부르다 보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자주 부르는 것으로 통용되는게 정상입니다. 은행잎, 호박잎 어떤 명칭으로 부를지 모르지만 설날 세뱃돈 풍경도 변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세뱃돈으로 1만원을 받고 싶어 "큰 아버지, 올해는 배춧잎으로 주세요"하던 것이 이제부터는 "큰 엄마, 저도 컸으니까 이제 호박잎으로 주세요" 한다면 큰 일입니다. 아이들이야 색깔만 바뀐 줄 알지만 배춧잎과 호박잎의 차이는 무려 5배 차이입니다. 1년만에 세뱃돈이 5배로 인상될까 벌써부터 걱정됩니다.

이제 배춧잎에서 대세는 '호박잎'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샐러리맨으로서 그동안 지갑의 든든한 친구였던 배춧잎을 버리고 갑자기 '호박잎'을 친구로 하기에는 다소 버겁습니다. 아직도 필자같은 샐러리맨들에게는 '배춧잎'이 영원한 친구인지 모릅니다. 가끔 지갑속에 '호박잎'이 들어와도 당분간은 낯설것 같습니다. '호박잎'이 자연스럽게 지갑속의 친구가 되려면 더 열심히 일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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