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에 나오는 좌청룡, 우백호 자리는 최고의 명당자리로 손꼽히는 묘 자리입니다. 청룡이나 백호는 모두 신화적인 존재로서 든든히 지켜주고 좋은 징조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좌청룡, 우백호 중 어느 쪽이 더 강하거나 가깝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사람을 두고도 좌청룡, 우백호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바로 사극 <선덕여왕>의 덕만공주 옆에 있는 유신랑과 알천랑같은 충신을 말합니다.

우여곡절과 갖은 고생 끝에 남장옷을 벗어던지고 화사한 옷을 입고 공주 추인식을 가진 덕만 옆에 든든한 지원군 유신랑과 알천랑이 있습니다. 덕만공주가 가는 곳은 언제나 두 사람이 좌청룡, 우백호처럼 늘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천신황녀 미실과 대적해야 하는 덕만으로서는 여간 든든한 게 아닙니다. 이렇게 좌우에 든든하게 버티고 있으니 미실과 맞서면서도 덕만은 무서울 게 없습니다. 황실의 권력을 모두 손아귀에 쥔 미실과 맞서면서도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미실과 대적하는 덕만이 누굴 믿고 그러겠습니까? 황실에 믿을 사람은 아버지 진평왕도 아니요, 어머니 마야부인도 아니고 알천랑과 유신랑입니다.


'어출쌍생 성골남진'(왕이 쌍둥이를 낳으면 성골 남자의 씨가 마른다)의 태생적 한계를 월천대사의 '일식' 예측을 통해 천하의 미실을 움츠러들게 했던 것도 좌청룡 우백호인 유신랑과 알천랑이 옆에서 든든히 버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덕만의 지략이 아무리 탁월하다 해도 두 사람의 힘이 없다면 불가능 했을 것입니다. 공주 추인식을 마친 덕만은 그래서 가장 먼저 공주 근위대장으(경호대장)로 알천랑을 임명합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신을 지켜줄 믿음직한 충신으로 알천랑을 지명한 것입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유신랑의 모습이 약간 서운한 듯 했는데, 신라를 먹겠다는 야심을 가진 덕만은 유신랑에게 이제 더 이상 자신에게 미련을 버리라는 뜻으로 알천랑을 근위대장으로 임명했는지 모릅니다.

미실은 유신랑을 이용해 미실을 꺾을 수 있는 군사력을 키우기 시작합니다. 유신랑에게 복야회의 월야와 설지가 서라벌에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라는 지시를 합니다. 유신랑은 월천대사를 납치했던 가야의 비밀결사조직 복야회를 찾아가 이들을 설득해 월천대사가 덕만을 돕도록 하는데 이미 큰 공을 세웠습니다. 유신랑이 다시 그들을 찾아가 덕만을 돕도록 설득할 것입니다.

첨성대를 짓기 위한 개공고사(제사)를 지내기 위해 덕만공주가 행차할 때도 유신과 알천이 선도에서 호위하며 든든하게 덕만을 지켜주었습니다. 좌청룡, 우백호 앞에 얼쩡거리듯 있는 비담은 언제 덕만을 배반할지 모르는 이중적 성격이기 때문에 덕만공주도 비담을 완전히 신뢰하진 않는 듯 합니다. 그러나 어제 비담은 덕만공주에게 적이 되고 싶지 않다며 “비담, 이제 덕만공주를 주군으로 모십니다”라며 충성을 맹세하며 무릎을 꿇었습니다. 덕만은 “나 또한 너를 적으로 삼고 싶지 않다”며 비담을 받아들였습니다.


유신랑은 화랑 시절부터 덕만이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옆에서 지켜보며 연정을 품어왔습니다. 천명공주가 덕만을 찾으러 갔다가 독화살을 맞고 죽으며 남긴 유언은 유신과 덕만이 멀리 도망가 잘 살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천명의 유언과는 달리 덕만이 유신랑과 멀리 도망가는 것을 포기하고 '신라를 먹겠다!'고 하자 유신랑은 그저 황당하기만 합니다. 천명의 유언대로 모든 부귀영화를 버리고 덕만과 도망가 깊은 산골에서 알콩달콩 살아보려 했는데, 말 그대로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유신랑은 역시 남자였습니다. 사랑과 대의 속에서 번뇌하다가 혼자 덕만을 차지하는 것보다 백성들과 함께 왕으로 모시는 길을 택하고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덕만에 대한 사랑이 충성으로 변한 것입니다.

알천랑은 천명공주가 독화살을 맞고 죽음을 맞이하자, 그 진상을 밝히기 위해 단독으로 낭장결의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진평왕이 자신의 뜻을 받아주지 않자, 자결을 하려했지만 덕만이 나타나 미수에 그치고 맙니다. 덕만은 알천랑에게 "견디거라, 죽고자 하는 그 마음으로 버티거라, 화랑의 주인으로서 명한다"고 하자, 알천랑은 천명 대신 덕만을 신라의 공주로 모시게 됩니다. 신라 10화랑 비천지도의 수장 알천랑은 천명공주에 대한 충성심을 덕만으로 돌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덕만은 이제 유신랑과 알천랑을 좌우에 두었기 때문에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천하의 미실을 가소롭게 보는 듯한 덕만공주의 미소도 미실은 영 찜찜합니다. 미실은 공주가 된 덕만공주가 못마땅해도 함부로 할 수가 없습니다. 덕만은 미실앞에서 한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놀라기도 합니다. 미실의 수많은 질문에 마치 이 일이 오래전에 고민한 것처럼 답이 술술 떠오른 것이 신기한 것입니다. 이렇게 덕만이 미실과 자신있게 대적할 수 있는 것은 뒤에서 정신적으로 든든히 받쳐주고 있는 유신과 알천 때문입니다.

덕만은 이제 미실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아니 20년간 황실의 권력을 좌지우지했던 미실을 당장 권좌에서 끌어내 요절을 내고 싶지만 오히려 “새주께서 오래 사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미실이 오래 살아 덕만이 여왕으로 신라를 통치하는 모습을 꼭 지켜보라는 말입니다. 그 자신감의 원천인 유신과 알천은 후에 덕만이 왕에 오른뒤에도 계속 주군으로 모시며 충성을 다했습니다.

신라 선덕여왕의 역사를  다시 돌아보면 20년간 신권으로 황실을 좌지우지했던 미실의 시대가 종지부를 찍은 것은 덕만의 지략도 뛰어났지만 유신과 알천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Posted by 카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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