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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비평

1박2일, 빛바랜 추억상자를 꺼내다

by 카푸리 2009.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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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재미중의 하나가 바로 케케묵은 추억상자를 꺼내어 보는 재미입니다. 여행은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도 있지만 내가 살던 고향이나 어릴적 자라던 곳을 가보고 싶어 합니다. 이는 추억과 향수 때문입니다. <1박2일>이 타임머신에 시청자들을 태우고 시간여행을 떠났습니다.

우리 부모님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살던 손때 묻은 추억이 가득한 경북 예천 회룡포로 떠났습니다. 이곳은 여행작가들이 추천한 최고의 여행지로 ‘제유소’(기름을 짜는 곳) 등 60년이 넘는 건물이 그대로 보존된 곳입니다. 대형할인마트와 공장이 닿지 않은 곳으로 시간이 멈춘 곳이었습니다. 백두대간과 낙동강이 만나는 청정무구 지역, 그곳에 우리의 잊혀진 이웃집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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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레이스는 OB팀과 YB팀의 대결로 이어졌습니다. 시간여행 답게 낡은 아날로그 카메라로 필름을 장착해 사진 한 장을 찍으며 출발했습니다. 요즘처럼 디지털 카메라에 익숙한 세대들에게는 필름을 넣어 찍는 사진기를 구경조차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섭섭당 은지원이 능숙하게 아날로그 카메라에 필름을 넣어 사진촬영을 먼저 성공한 뒤 다음 목적지인 용궁역으로 떠납니다. 그러나 강호동의 OB팀은 카메라를 망가뜨려가면서 간신히 필름 카메라 촬영에 성공한 뒤 섭섭당을 추적합니다.

여기서 제작진이 미션을 부여한 장소는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동수단으로 제공된 차들은 모두 낡고 오래된 차였습니다. 드라마 <야망의 계절>등에서 소품으로 나올법한 차를 타고 이동을 합니다. OB팀이 타고가던 차는 무려 40만km나 운행한 골동품 수준의 차였지만 타고 타니기에 불편함이 없어보였습니다. 추억여행답게 카메라는 물론 자동차 하나에도 신경을 많이 쓴 제작진의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안방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편안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목적지 용궁역은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이었습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기차를 타려던 사람들도 붐비던 이곳은 이제는 역무원도 없이 추억의 한자락을 회상해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OB팀과 YB팀은 추억의 설탕뽑기, 일명 달고나 미션을 수행합니다. 설탕을 녹여 별, 세모 등의 모양을 만들어 찍은 후 모양을 깨지 않고 그대로 잘라내야 미션 성공입니다. MC몽이 땀을 뻘뻘 흘려가며 그늘에서 별모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어릴적 달고나 먹던 추억에 흠뻑 빠질 수 있었습니다.

추억여행의 백미는 시간이 멈춘 예천의 어느 마을이었습니다. 두 번째 미션으로 참깨를 주고 기름을 짜오라는 미션에 맴버들은 용궁역 옆에 있는 근처 마을로 가서 제유소를 찾았습니다. 이 제유소 건물은 60년 이상되었고, 기계는 30년 넘게 사용해온 골동품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기계를 사용해 마을 사람들이 한시간 넘게 기다려가며 기름을 짜는데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편리함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가지 않을지 몰라도 옛날 방식 그대로 짠 고소한 참기름에 강호동 등 맴버들이 즉석에서 참기름을 듬뿍 넣고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는데, 저녁을 먹었어도 군침이 돌았습니다.


이승기가 필름카메라를 들고 맴버들을 모델로 찍은 사진의 제목은 ‘배고품’, ‘청년실업’, ‘엄마를 기다리며’ 등 하나같이 1960~1970년대 어렵고 힘들었던 우리네 부모님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제작진은 맴버들에게 추억 3종세트 미션을 부여해 낡고 오래된 추억상자를 꺼내보게 했습니다. 그 추억상자에는 우리네 부모님들의 고단하지만 열심히 살았던 삶의 괘적들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먼지 가득한 추억상자를 꺼내보며 부모님 생각이 나서 눈시울이 시큰하기도 했습니다.

예능 프로는 늘 웃음과 재미를 주지만 이렇게 콧날이 시큰한 시간여행을 통해 추억과 향수를 불러 일으킨 것은 아주 신선한 포맷이었습니다. 외국인을 초청한 ‘글로벌특집’에 이어 계속된 ‘7080 여행특집’은 잘 만든 드라마 한편보다 더 진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1박2일>은 웃음과 재미뿐만 아니라 감동도 들어있었으며, 그 감동에는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할 우리네 부모님들의 땀과 눈물이 들어있어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리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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