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예가비평

1박2일 이수근, 미워할 수 없는 예능 앞잡이

by 카푸리 2009. 9. 5.
반응형
최근 이수근의 앞잡이 캐릭터가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앞잡이'라는 말은 상당히 부정적인 말입니다. 남의 사주를 받고 고자질 노릇을 하기 때문에 이 캐릭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이수근은 미워할 수 없는 앞잡이 노릇으로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웃음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앞잡이 노릇은 국내에서만 통하는게 아닙니다. '외국인 투어' 특집에서도 빛을 발해 글로벌 앞잡이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1박2일> 맴버들의 면면을 보면 이수근이 왜 앞잡이 캐릭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강호동은 대형(大兄)으로서 프로그램 전반을 이끌며, 은지원은 어리숙하면서도 순간적인 재치가 돋보이는 은초딩으로, MC몽은 무식함과 몸으로 떼우는 야생원숭이입니다. 또한 이승기는 무엇을 해도 열심히 하지만 결과는 별로 없는 허당으로, 김C는 예능끼가 없을 것 같은데 엉뚱한 몸개그로 웃음을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착하고 어리숙하고 무식한 허당 맴버들속에서 이수근은 살아남기 위한 캐릭터를 모색합니다.


가장 먼저 이수근이 들고 나온 캐릭터가 국민 일꾼 이미지입니다. 시골(경기도 양평)에서 자란 경험을 토대로 <1박2일>에서 힘 쓰는 일이면 알아서 척척 해냈습니다. 그러나 국민 일꾼 이미지는 버라이어티 특성상 방송 분량 확보에는 그리 재미있는 캐릭터가 아닙니다.  대형 운전 면허를 따 맴버들이 이동할 때마다 운전대를 잡아도 이동하는 차안의 모습을 보면 이수근은 늘 카메라 사각지대였습니다. 이승기의 허당과 은지원의 은초딩 캐릭터에 가려 국민 일꾼 캐릭터는 힘만 쓰고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수근은 자신만의 또 다른 캐릭터를 모색하는데, 그것이 요즘 나온 앞잡이 캐릭터입니다.

지난 7월말 전남 영광편의 '즉흥 여행'에서 이수근은 강호동의 '무릎팍도사'를 패러디한 '앞잡이도사'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합니다. 이승기의 시청률 고민을 들어준다고 하며 얼토당토 않는 해결책을 내놓으며 '앞잡이 도사'로 태어납니다. <1박2일>에서 30%, '찬유'에서 40%의 시청률로 주말 저녁 70%의 시청률을 책임지고 있는 이승기가 100%의 황당한 시청률을 달성하는 방법으로 이수근이 제시한 방법은 이승기가 대형사고를 쳐서 저녁 9시 뉴스에 나오면 시청률 100%라는 것입니다. 황당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이수근은 이때부터 앞잡이도사→앞잡이 캐릭터로 변신, 활약하게 됩니다.


'즉흥여행'편에서 강호동에게 역몰래카메라가 발각됐을 때 이수근은 즉각 꼬리를 내리고 맴버들과 작당(?)한 사실을 토로합니다. 강력한 권력(강호동) 앞에서는 우선 나부터 살고보자는 심보입니다. 이런 이수근의 앞잡이 캐릭터를 <1박2일> 제작진은 "폭로는 기본, 반전은 선택, 묻기도 전에 말해주며 찾아다니는 서비스 친절 상담원"이라고 했습니다. 참 적절한 이수근의 캐릭터 설명입니다.

지난주 글로벌 특집에서도 이수근은 특유의 앞잡이 노릇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풀등에서 코끼리코 3단뛰기를 하고 온 맴버들은 저녁 6시경 베이스캠프에 도착합니다. 하루 종일 물속에서 뛰고 뒹글었으니 배가 고픈 건 당연합니다. 이때 굶주림을 참지못한 이수근과 은지원, 안드류, 단 등이 스탭들 식사준비를 하는 곳으로 가서 부침개 맛을 봅니다. 완전 범죄를 위해 촬영하던 VJ에게까지 부침개를 집어주며 아예 자리잡고 먹습니다. 그러다 이수근이 부침개를 먹는 동료들을 멀리하고 배신을 때립니다. 지나던 PD에게 고자질을 한 것입니다. 자기도 먹었지만 혼자만 살겠다는 것입니다.

이수근은 녹화중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방귀를 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화면이 여과없이 그대로 안방에 전달돼 불쾌감을 주기도 하지만 생리적 현상이기 때문에 맴버들도 웃고, 시청자들도 웃고 있습니다. 이수근의 방귀가 잦은 것은 먹은 것이 소화가 잘 안돼고 쌓인다는 '식적'이라는 병 때문입니다. 이런 식적병마저 예능에 그대로 표현해내는 이수근이야말로 '천재 개그맨'이란 호칭이 무색치 않습니다.


강호동과 이수근을 제외하고 <1박2일>의 맴버는 모두 가수입니다. 가수들은 개그맨이 아니기 때문에 웃기지 못해도 그러려니 합니다. 그러나 개그맨인 이수근이 웃기지 못하면 요즘 말로 '병풍' 비판을 받으며 팬들로부터 하차 압력에 시달릴 것입니다. 더구나 이수근은 메인MC 강호동을 빼고 은지원, 이승기 등에 밀려 카메라발 받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방송 분량이 별로 없어 존재감에 회의감이 들 무렵 이수근이 꺼낸 비장의 무기가 바로 '앞잡이'입니다. 그는 요즘 앞잡이 캐릭터로 <1박2일>의 미워할 수 없는 귀염둥이, 마치 미운 일곱살 같은 악동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이는 치열한 버라이어티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수근의 노력이며, 국민일꾼, 장트라불타, 앞잡이 등 끊임없는 예능끼 계발과 캐릭터 변신으로 그는 어느새 <1박2일>의 중심이 돼가고 있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