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종의 출연으로 패밀리중 나이가 가장 많다고 뒷짐을 지고 있던 윤종신, 게임마왕 파워를 자랑하던 김수로, 근육맨 김종국, 안방마님 이효리 등 기존 패밀리들의 위계질서는 송두리째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일약 패밀리의 신(新) ‘어르신’으로 등장했습니다. 지난주 최수종은 게임마왕 김수로를 꼬마로 부르고, 최고령 윤종신마저 최수종에게 ‘형‘이라고 부르게 하면서 ’패떴‘의 어르신으로 무혈 입성하며 녹슬지 않은 예능끼를 보여주었습니다. 최수종은 잔소리 많은 시어머니 윤종신과 게임 파워 김수로를 어린아이 부르듯 하며 고개를 숙이게 하고 잔심부름을 시키는 등 ’패떴‘의 최고 권력자가 되었습니다.
차승원의 카리스마와 김원희의 안방마님 포스 이후 게스트로서 맴버들을 좌지우지 할 파워를 보여준 것은 최수종이 가장 강력했습니다. 최수종은 말 한마디로 김수로와 윤종신을 다소곳하게 만드는 등 '패밀리'를 리더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족처럼 동화되는 예능감각을 선보였습니다. 최수종에게 구박받는 김수로를 보니 김계모로 천데렐라 이천희를 괴롭히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만약 이천희가 최수종에게 구박당하는 김수로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주에도 최수종은 사극에서 많이 나오는 말타는 연기로 패밀리들에게 먼저 시범을 보인 후 유재석 등을 타게 하면서 배꼽 잡는 웃음을 선보였습니다. 말타는 연기 하나로 20여분간을 웃길줄 아는 남자가 바로 최수종입니다. 같은 배우라도 박해진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박해진이 말을 탄후 최수종이 ‘액션’이라고 외치자, 그냥 웃음을 짓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자막에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민망함‘이라고 나왔습니다. 물론 연기 관록이 훨씬 앞서기 때문에 예능감각이 앞선다고 할 수 있지만 신인들이 더 망가지며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감안할 때 최수종의 예능끼는 ‘천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날 일정을 마치고 다음날 새벽 5시가 조금 넘어 가장 먼저 일어난 아침형 인간 최수종은 정말 부지런했습니다. 마당을 쓸고 패밀리들을 위해 풍선을 달아놓으며 이벤트를 준비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왜 국민배우로 불리는지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바로 잔꾀를 부리지 않는 성실함이었습니다. 패밀리 사상 최초로 PD가 아니라 게스트인 최수종이 유재석을 깨우며 아침 일과가 시작됐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정신뿐만 아니라 얼굴이 말쑥한 최수종과 달라 잠꾸러기 패밀리들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최수종은 놀라기도 했습니다. 눈이 퉁퉁 부은 이효리의 얼굴, 여배우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머리가 헝클어진 박시연, 까치집을 짓고 나온 윤종신의 머리 등은 최수종에겐 낯선 모습입니다. 부지런한 최수종이 ‘패떴’의 어르신 캐릭터로 고정 출연하면 ‘패떴’은 참 많이 변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패밀리들을 위해 전어를 잡고 돌아오는 배위에서 즉석으로 아담한 해수욕장으로 아침 식사 장소를 변경한 것은 게스트 입장이지만 ‘패떴’의 주도권을 쥐고 가는 최수종만의 예능 카리스마입니다. 게스트 입장에서 PD등 제작진이 짜놓은 계획대로 촬영하면 되지만 최수종은 보다 나은 버라이어티 장면을 만들기 위해 매주 반복되는 시골집 아침식사 장소를 변경하는 과감함을 보였습니다. 최수종 덕분에 김꼬마 김수로는 아침식사 준비를 평소보다 더 힘들게 준비했고, 마당에 아침식사가 준비된 줄 알고 일어난 패밀리들은 졸지에 트럭을 타고 비를 맞으며 해변으로 갔지만, 잠이 깬 후 아름다운 풍경에 반했습니다. 그리고 최수종이 준비한 아주 특별한 아침식사에 감동했습니다. 바로 이런 것이 그의 천부적 예능 감각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침체된 '패떴'에 최수종같은 맴버가 필요합니다.
사실 그는 연기만 하는 배우가 아니었습니다. <일요일 일요일밤에> MC로서 개다리춤과 막춤을 추며 한때 이경규를 능가할 정도로 망가지며 예능감을 뽐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극 <태조왕건> 이후 예능 프로보다 사극에 전념하다가 오랜만에 ‘패떴’에 출연한 것인데, 이천희, 박예진 이후 식상함과 지루한 포맷으로 시청률이 점차 하락하고 있는 ‘패떴’의 새로운 카드로 써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최수종 카드 하나면 박해진, 박시연을 능가하고도 남습니다.
최수종하면 사극 전문배우를 먼저 떠올릴 정도로 그는 사극불패 신화를 이끌며 <태조왕건>, <해신> 등에 출연하면서 때로는 왕으로, 때로는 무사로 출연하면서 사극 이미지가 굳어진 배우입니다. 사극에서 고구려, 발해, 고려, 조선 다 커버했으니 이제 다음은 현대극에 나올까요? 1987년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데뷔했으니 연기 경력이 벌써 22년째입니다. 그는 진정한 TV시청률 보증수표라고 할 만큼 역대 출연 드라마중 망한 드라마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시청률 조사가 제대로 이뤄진 이후,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지난 1996년 9월부터 1997년 4월까지 총 66회에 걸쳐 방송된 KBS 주말드라마 <첫사랑>입니다. 첫 방송부터 33.3%, 마지막회는 65.8%를 기록했는데 무려 1천만대가 넘는 TV 앞에서 온 국민이 숨을 죽이고 결말을 지켜본 것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최수종은 당대 최고의 스타로 탄생했으며, 그 이후 최수종은 출연만 했다하면 30~40% 시청률은 기본인 최고의 배우로 우뚝 섰습니다.
내일 모레 지천명을 바라볼 나이지만 나이에 맞지 않게 얼굴이 만년 청년같은 최강 동안을 자랑합니다. 30대라 해도 믿을 만큼 정말 늙지 않는 얼굴입니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각종 연기대상을 모조리 휩쓴 그에게 이제 남은 욕심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패떴’에 게스트로 출연했지만 예전 예능감을 되살려 이제 버라이어티에 진출해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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