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선덕여왕>에서 김유신역 엄태웅의 연기력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연기를 하긴 하는데 얼굴에 감정을 전혀 싣지 않아 시청자들이 극에 몰입하는데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는 것입니다. 시청자들이 특정 연기자를 두고 연기력을 평가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에덴의 동쪽>에 출연했던 이연희의 국어책대사 논란, 발호세 논란을 빚은 박재정 등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청률 40%를 육박할 정도로 인기리에 방송중인 <선덕여왕>은 엄태웅 뿐만 아니라 이요원도 극 초반에 연기력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총 50부작중 반을 넘어선 지금 <선덕여왕>은 2부로 접어들어 미실에서 덕만으로 포커스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요원의 연기가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어색했던 초반평가와 달리 요즘 이요원은 연기가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엄태웅이 연기력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은 지난주 천명공주(박에진)가 사망할 때 무덤덤한 표정으로 천명이 죽어가는 것을 바라본 연기입니다. 마치 자기와 무관한 사람이 죽는 것처럼 엄태웅의 연기에서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어 '천명의 죽음'이라는 극적인 장면이 어색하게 지나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비담(김남길)과 알천랑(이승효)의 연기보다 못하다고 혹독한 비난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비담과 알천랑의 연기를 보면 그들의 연기력이 더 낫다고 하기 보다 '캐릭터'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담은 <선덕여왕>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 등장한 비밀병기로 극의 활력을 불어넣어준 인물입니다. 현란한 무술 솜씨와 코믹한 리액션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와 김남길의 연기력을 평가하는 것은 논외였습니다. 시청자들은 비담이 어떤 인물이며, 덕만과의 관게는 어떻게 전개될지가 더 궁금했습니다. 또한 알천랑도 그제 단독으로 필사즉생의 '낭장결의'를 하면서 정도를 지키는 화랑정신을 보여주었습니다. 알천랑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시선과 관심을 끌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엄태웅이 맡고 있는 김유신역할은 감정표현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입니다. 속으로는 덕만을 좋아해도 어렵게 어렵게 표현할 만큼 절제된 감정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천명공주가 죽을 때도 소리 내어 펑펄 울면서 슬픔을 표현했다면 천명의 죽음이 슬프게 전달됐을 것입니다. 그러나 화랑의 품위와 체신을 유지하며 슬픔을 억제하는 것은 쉬운 연기가 아닙니다. 엄태웅은 나름대로 천명의 죽음을 지켜보며 가슴 저 끝에 있는 슬픔까지 꺼억 꺼억 참아가며 절제된 화랑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작가가 그리려는 극중 김유신은 답답할 정도로 우직한 성품의 김유신을 그리려하고 있습니다. 덕만을 향한 사랑의 감정에서 이제 신라의 왕 '선덕여왕'으로 대할 때는 연기 포스가 달라질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엄태웅은 극 초반에는 나름대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낭도들의 수장 역할을 소화해내 '엄포스'라는 별명까지 들었으나 극 중반에 접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비담과 알천랑에 비해 캐릭터 강도가 약해졌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천명의 죽음을 지켜보는 내면 연기를 펼칠 때 연기력이 부족한 것으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것입니다. 그러나 연기력을 두고 칭찬을 받고 있는 김남길과 이승효가 유신랑역을 맡았어도 고도로 절제된 '내면 연기'를 펼쳐야 하기때문에 '연기력이 좋다'라고 인정받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극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엄태웅은 대의를 위해 덕만을 잠시 접어두고 카리스마 넘치는 신라의 화랑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덕만이가 신라의 왕이 되는데 기꺼이 한 목숨 바칠 수 있는  덕만의 남자가 되어갑니다. 즉 그동안 덕만에게 집착하면서 보여지던 나약한 모습을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연기력 논란 문제는 극 상황에 따라서도 잘하느냐, 못하느냐를 평가하기도 하는데, 이는 위험한 평가입니다. 결국 캐릭터에 따라 연기력은 평가가 달라질 수 있고, 엄태웅은 이 캐릭터 함정에 빠진 것입니다.

엄태웅은 1998년 영화 <기막힌 사내>로 데뷔했으니 이제 11년차 중견 배우입니다. 엄정화의 남동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다가 최근 영화 <차우>와 <선덕여왕>을 통해서 누나 '엄정화'란 이름을 지우고 있습니다. '엄포스'란 별명은 2005년 드라마 <부활>에서 보여준 연기때문에 붙은 것입니다. 엄태웅의 연기 이력으로만 보면 '연기력 논란'을 빚는다는 자체가 자존심 상할 일입니다. 엄태웅의 연기력 논란을 뒤집어 본다면, 우직하고 말이 없는 유신랑 캐릭터에 엄태웅이 너무 몰입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Posted by 카푸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글 잘 읽었습니다. 캐릭터 특성이란 것엔 동의를 하지만, 아무리 캐릭터 때문이라고 해도 절제된 내면 연기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습니다. 천명공주가 죽었을 때도, 통곡을 할 필요는 없고 그럴 캐릭터도 아니지만 슬픈 마음은 분명 있을 터. 그럴 때 필요한 것은 눈빛 연기와 울음을 꾹 참는 연기인데, 그런 연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늘 피곤한 표정으로 일관해서 연기의 다양한 면을 살리지 못했는데. 그나마 어젠 좀 나아진 것 같더군요. 앞으로 더 기대를 걸어봐야겠죠.

  2. 개인적으로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배우중 한명이었는데
    이분이 연기력 때문에 구설수에 오를줄은 생각도 못 했네요...

  3. 인물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 시청자들이 다른 생각도 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극 중 김유신을 표현하는데 있어 연기자 본인이 어떻게 생각을 했는가에 중요할 듯 싶네요. 잘 보고 갑니다.

    • 그럼 2009.08.19 09:51  수정/삭제 댓글주소

      혼자 해석해서 집에서 거울 보고 연기하던지..대중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탈렌트라 할수 있나

  4. 수경지 2009.08.19 08:59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좋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에 동감하구요..

  5. 절제된 아픔을 연기하는 것은 매우 여려운 일입니다. 이번 엄태웅 연기논란을 가져올 수 있으니까요...절제된 아픔을 참는 것이냐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냐는 큰 차이를 가져오겠죠...
    이번 논란의 경우는 절제를 표현하지 못해 일어난 논란이라 생각합니다.
    극한 감정 표현은 잘해주시니 앞으로를 기대하겠습니다.
    하지만 섬세한 감정표현은 엄태웅에게 남은 숙제 같습니다.

  6. 시청자들이 멍때리던 엄태웅을 음 캐릭터 문제일거야 우리의 엄포스가 연기를 못할리 없어 하고 봐줘야 합니까? 이해 할래야 할수도 없는 연기던데

  7. 동의합니다. 엄태웅이 연기 못한다고 느낀 적은 없었네요. 언제나 맡은 역할에 따라 잘 어울리거나 혹은 안 어울리거나 했을 뿐이죠. 김유신의 캐릭터 자체가 늘 그 모양이었는데, 어제 26회 보니까 드디어 폭발하더군요. 멋있었고, 엄태웅의 포스가 이제서야 살아나는 듯 하여 매우 반가웠습니다..^^

  8. asdfasdfasd 2009.08.19 10:51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다양한 배역을 소화해내는거도 능력입니다..
    좋은배우는 졸작에 출연해도 이런 평가를받죠..영화는 최악이지만 누구누구의 연기때문에 볼가치가있다고..
    엄포스때의 연기는 최고인게 이번논란으로 없어지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분명 엄포스는 최고연기였고 이번은 최고가아닙니다..
    축구로 비유하긴그렇지만 호날두라고 매경기 최고는 아니니까요..

  9.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엄태웅씨가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다니 참 희한하네요. 저도 그 장면을 보고 유신랑이 무덤덤해서 좀 뜻밖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캐릭터상의 문제이지 연기력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입니다. 굳이 따지자만 엄태웅씨가 캐릭터를 해석한 방법이 문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10년차가 넘은 베테랑 연기자를 두고 연기력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것은 그의 이전 작품들을 보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스포츠 선수는 당일 컨디션에 따라 반드시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연기는 다릅니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타격감은 그때그때 달라도 수비나 기동력은 그렇지 않다는 모 감독님의 말씀이 여기에 해당할 듯합니다. 감정을 폭발시키면 연기를 잘하는 것이고 감정을 묻어놓으면 연기를 못하는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지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감정을 2009.08.20 00:00  수정/삭제 댓글주소

      묻어둔 절제 연기인지 멍때리는 연기인지는 시청자들이 각자 느끼는거죠.

  10. 에루루 2009.08.19 12:34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연기와 배역은 참 상관관계가 큰 것 같습니다. 아무리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도 극중 캐릭터를 이해하기가 힘들다면 훌륭한 연기를 할 수 없겠지요(루루공주의 김정은씨 같은 경우). 또한 연기를 조금 못하는 배우여도 사람들의 진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전개와 배역이라면 배우는 그 상황에 몰입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겠지요(커피프린스의 윤은혜씨 같은 경우). 결국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는 시청자의 눈에서 볼때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표현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잣대로 많이들 평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11. 글쎄요. 저로썬 별로 공감가지 않습니다만,

    애초에 엄태웅은 사극류, 또는 시대극에는 어울리지 않은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극초반 아역들에게서 바톤을 넘겨받아 나오기 시작할때 부터. 대사처리하며 어투, 행동 전부 손발이 오그라들었던건 저뿐인지... 엄태웅의 전작품을 본적이 없는터라
    엄포스에 크게 공감되지 않는 저로선 그포스란게 과연어디로 가버렸나 하는 의문 이었다는

  12. 띠로리 2009.08.19 17:55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엄태웅씨가 연기를 못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제가 생각하는 엄태웅씨의 문제는 뭘 연기해도 '엄태웅'같다는 겁니다.
    캐릭터에 배우가 녹아드는 것이 아니라 배우에 캐릭터를 맞춰간달까요?

  13. 엄태웅씨, 연기 잘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뚝심있게 순수한 열정으로 역경을 헤쳐나갈 그림이 점점 보여서, 어제 선덕여왕은 정말 재밌게 봤네요^^ 개인적으로도, 엄태웅씨, 참 순수하시고 바른 이미지가 느껴져 좋아합니다 ㅋㅋ.

  14. 어떻게 2009.08.19 23:57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그때 그 멍때리는 연기를 보고도 배우를 옹호만 하는지...
    두고 두고 화자될 멍~연기....
    만회하려면 절취부심 해야 할것입니다.

  15. 전 이요원씨 연기력이 너무 떨어지는것 같아요 2009.08.20 00:23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이요원씨가 안정되었다고 평가받는 건 아니죠~요 몇회 분량이 적어서 그런거지 연기력논란은 엄태웅씨만큼 많고 욕도 정말 많이 먹습니다~오히려 처음보다 더 욕먹고 있어요
    이요원씨 연기는 느낌이 너무 없어요~호소력말이죠~그리고 대사를 너무 단어하나하나 끊어서 치더라고요~완전 국어책읽는 것 같이 말이죠~전 왜 이요원은 연기논란 기사가 안뜨는지~정말 신기할 따름입니다~

  16. 제가 볼 땐 2009.08.20 14:14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엄태웅씨를 제외하고 비슷한 연령대의 남자배우 중에서 김유신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분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요 ? 엄태웅씨는 아직 젊고 고쳐야할 부분
    이 분명히 존재합니다만 캐릭터상의 문제가 더 크다고 봐요. 그러니까 엄태웅씨의
    연기를 비판하는 분과 작가를 비판하는 분들이 팽팽하게 맞서는거 아니겠습니까 ? 캐릭터를 문제삼는 분을
    단순히 엄빠 취급하는 건 좀 아닌거 같구요.

    역사상의 김유신과 극의 김유신이 100 % 똑같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김유신 장군
    정도면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 어느 정도 기대치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근데 캐릭터를 보면 비담이나 알천이나 다른 남주에 비해 답답하고
    평면적이었고 그게 천명공주씬에서 폭발한게 아닌가 싶어요.

  17. 연기연습을 2009.09.23 17:17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영화 공공의적2에서 엄태웅씨 연기를 처음 봤습니다.
    극 후반에 설경구에게 협박당하던 장면이 생각나네요.
    상대배역이 너무 연기 잘하시는 분들을 만나서 긴장하셔서 그런지 너무 연기를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표정연기가 항상 어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