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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비평

엄태웅 연기력 논란의 본질은 캐릭터다 [선덕여왕]

by 카푸리 2009.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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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선덕여왕>에서 김유신역 엄태웅의 연기력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연기를 하긴 하는데 얼굴에 감정을 전혀 싣지 않아 시청자들이 극에 몰입하는데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는 것입니다. 시청자들이 특정 연기자를 두고 연기력을 평가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에덴의 동쪽>에 출연했던 이연희의 국어책대사 논란, 발호세 논란을 빚은 박재정 등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청률 40%를 육박할 정도로 인기리에 방송중인 <선덕여왕>은 엄태웅 뿐만 아니라 이요원도 극 초반에 연기력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총 50부작중 반을 넘어선 지금 <선덕여왕>은 2부로 접어들어 미실에서 덕만으로 포커스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요원의 연기가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어색했던 초반평가와 달리 요즘 이요원은 연기가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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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웅이 연기력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은 지난주 천명공주(박에진)가 사망할 때 무덤덤한 표정으로 천명이 죽어가는 것을 바라본 연기입니다. 마치 자기와 무관한 사람이 죽는 것처럼 엄태웅의 연기에서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어 '천명의 죽음'이라는 극적인 장면이 어색하게 지나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비담(김남길)과 알천랑(이승효)의 연기보다 못하다고 혹독한 비난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비담과 알천랑의 연기를 보면 그들의 연기력이 더 낫다고 하기 보다 '캐릭터'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담은 <선덕여왕>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 등장한 비밀병기로 극의 활력을 불어넣어준 인물입니다. 현란한 무술 솜씨와 코믹한 리액션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와 김남길의 연기력을 평가하는 것은 논외였습니다. 시청자들은 비담이 어떤 인물이며, 덕만과의 관게는 어떻게 전개될지가 더 궁금했습니다. 또한 알천랑도 그제 단독으로 필사즉생의 '낭장결의'를 하면서 정도를 지키는 화랑정신을 보여주었습니다. 알천랑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시선과 관심을 끌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엄태웅이 맡고 있는 김유신역할은 감정표현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입니다. 속으로는 덕만을 좋아해도 어렵게 어렵게 표현할 만큼 절제된 감정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천명공주가 죽을 때도 소리 내어 펑펄 울면서 슬픔을 표현했다면 천명의 죽음이 슬프게 전달됐을 것입니다. 그러나 화랑의 품위와 체신을 유지하며 슬픔을 억제하는 것은 쉬운 연기가 아닙니다. 엄태웅은 나름대로 천명의 죽음을 지켜보며 가슴 저 끝에 있는 슬픔까지 꺼억 꺼억 참아가며 절제된 화랑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작가가 그리려는 극중 김유신은 답답할 정도로 우직한 성품의 김유신을 그리려하고 있습니다. 덕만을 향한 사랑의 감정에서 이제 신라의 왕 '선덕여왕'으로 대할 때는 연기 포스가 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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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웅은 극 초반에는 나름대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낭도들의 수장 역할을 소화해내 '엄포스'라는 별명까지 들었으나 극 중반에 접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비담과 알천랑에 비해 캐릭터 강도가 약해졌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천명의 죽음을 지켜보는 내면 연기를 펼칠 때 연기력이 부족한 것으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것입니다. 그러나 연기력을 두고 칭찬을 받고 있는 김남길과 이승효가 유신랑역을 맡았어도 고도로 절제된 '내면 연기'를 펼쳐야 하기때문에 '연기력이 좋다'라고 인정받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극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엄태웅은 대의를 위해 덕만을 잠시 접어두고 카리스마 넘치는 신라의 화랑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덕만이가 신라의 왕이 되는데 기꺼이 한 목숨 바칠 수 있는  덕만의 남자가 되어갑니다. 즉 그동안 덕만에게 집착하면서 보여지던 나약한 모습을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연기력 논란 문제는 극 상황에 따라서도 잘하느냐, 못하느냐를 평가하기도 하는데, 이는 위험한 평가입니다. 결국 캐릭터에 따라 연기력은 평가가 달라질 수 있고, 엄태웅은 이 캐릭터 함정에 빠진 것입니다.

엄태웅은 1998년 영화 <기막힌 사내>로 데뷔했으니 이제 11년차 중견 배우입니다. 엄정화의 남동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다가 최근 영화 <차우>와 <선덕여왕>을 통해서 누나 '엄정화'란 이름을 지우고 있습니다. '엄포스'란 별명은 2005년 드라마 <부활>에서 보여준 연기때문에 붙은 것입니다. 엄태웅의 연기 이력으로만 보면 '연기력 논란'을 빚는다는 자체가 자존심 상할 일입니다. 엄태웅의 연기력 논란을 뒤집어 본다면, 우직하고 말이 없는 유신랑 캐릭터에 엄태웅이 너무 몰입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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