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동쪽을 보고 있노라면 기막힌 팔자소관으로 사는 두 여인네가 있습니다. 바로 이기철의 본처 양춘희와 그의 애인 정자입니다. 정자는 이기철의 첫사랑으로 오빠가 자신을 대신해 죽었다는 죄책감으로 자포자기하다시피 한 이기철을 뜨거운 마음으로 받아 들이고 황지탄광까지 흘러 들어온 여자입니다. 둘 다 이기철의 여자였다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한지붕 아래 그것도 한 이불 덮고 자는 사이니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해가 안갈 듯 합니다.

옛날 제가 자라던 어린 시절 동네에 한약방이 있었습니다. 이 한약방 할아버지는 본처를 두고도 후처를 한집에 두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본처, 후처자식 또한 한집에 살면서 그리 큰 문제가 없는 듯이 살았습니다. 그러나 한약방 할아버지가 죽자, 본처와 후처간에 재산 다툼과 그동안 쌓였던 감정들이 일시에 폭발하면서 결국 두 여인의 재산 다툼은 후처가 본처를 살해하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본처와 후처의 사이는 여자들 특유의 질투와 시기로 좋지 않은 것이 일반적인 통념입니다. 그런데 에덴의 양춘희와 정자는 마치 친자매처럼 사이 좋게 살고 있습니다. 이들 두 여자를 묶는 유일한 끈은 이기철인데, 그는 죽고 없습니다. 이기철이 남겨 놓은 재산이 없어서 싸울 일이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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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양춘희는 동철의 일 때문에 같이 일하는 목수와 술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늦은 시간이라 기다리고 있던 정자에게 "정자야, 이년아, 정자야 이년아~!" 하면서 옛날에 남편이 사랑스런 욕으로 아내 부르듯이 합니다. 어쩌면 이들 사이가 성을 떠나서 부부처럼 보입니다. 아니 부부 그 이상의 끈끈한 인연으로 사는 듯 합니다. 극중에서 남편을 잃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황폐한 양춘희를 정자는 마치 부인처럼 극진히 돌보며 삽니다. 캐릭터 또한 터프한 양춘희와 지고지순하고 고분 고분한 정자 성격이 딱 남녀처럼 설정되어 있습니다.

술을 한잔 먹고 양춘희가 정자에게 푸념을 합니다. "이기철이 잘못 만나 인생 다 망쳤다. 이기철이 그놈 막장에서 죽을 때 양잿물이라도 먹고 죽었어야 하는데..." 정자는 양춘희 말을 듣고 "형님 왜 이래유~!" 하면서 술 먹은 남편 다독이듯 합니다. 양춘희와 정자가 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옛날 여자들은 그래도 참 순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같으면 정자는 이기철이 죽자마자 애 낙태시킬 것이고, 양춘희는 동철과 동욱이 고아원 맡기고 자기 살길 찾아 재가할지도 모릅니다.

양춘희와 정자는 피를 나눈 자매도 아니고, 한 집에 시집온 형님과 손아랫동서 사이도 아닙니다. 사랑을 두고 철천지 원수지간입니다. 정작 사랑의 대상은 떠나고 없는데, 이들은 하늘도 떠나 버린 사랑 대신에 오히려 서로를 의지하고 사는 반전 드라마처럼 살고 있습니다. 드라마지만 옛날에는 이런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던 일반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본처를 큰 부인, 후처를 작은부인이라고 불렀습니다.

양춘희와 정자! 서로 이기철을 놓고 사랑의 원수지간이었지만, 정작 이기철이 죽자 누구보다 서로를 의지하며 사는 두 여인의 기막힌 팔자소관을 보면서 진정한 사랑과 휴머니즘을 생각하게 됩니다.

Posted by 카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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