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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비평

'무릎팍', 김영희PD는 예능계 미다스손이다

by 카푸리 2009.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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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PD 하면 생각나는 것이 이경규의  '몰래카메라'입니다. 우리 국민들 가운데 성인중 이경규와 몰래카메라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김영희PD가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제작할 당시 이경규와 몰래카메라는 한국 예능의 보통명사와 다름없었습니다. 그가 2000년대 초부터 제작한 프로들은 모두  예능의 역사가 되었습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대표 코너 '몰래카메라', 이경규가 간다'는 물론 <웃으면 복이와요>, <전파견문록>, <느낌표!>, <21세기위원회> 등은 예능의 바이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가 만드는 프로그램은 모두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는 2005년 45세의 나이로 최연소 MBC 예능국장을 맡았습니다. 그러나 2008년 PD연합회 회장직을 수행하며 더 이상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못하다가 다음달 회장직이 만료가 되면서 다시 예능 현장으로 복귀할 예정입니다. 현직PD로는 사상 최초로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김영희PD의 고민은 '다시 프로그램을 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입니다. 김영희PD가 MBC 예능에 다시 복귀한 것은 최근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등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다시 예능의 르네상스를 열 것이라고 필자는 단언합니다. 그는 예능의 미다스손이기 때문입니다.

예능 촬영현장에서 본 김영희PD의 모습은 머리도 덥수룩하고 안경도 고시공부나 하는 사람들이 쓰는 두꺼운 뿔테안경에 몇일동안 면도도 안한 수염 등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 모습입니다. 그래서 촬영현장에서 그를 '쌀집 아저씨'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그의 예능 프로 열정은 거칠 것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그와 함께 프로를 제작했던 이경규는 메인MC로서 상당히 고달팠습니다. '일밤' 당시 김영희PD의 '큐' 사인에 당시 야당 총재였던 김대중전대통령을 찾아가 인터뷰를 성공시킬 만큼 불가능이란 없었습니다. 황금콤비 이경규가 증언하는 김영희PD의 촬영장 뒷모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김PD가 이경규와 콤비로 '일밤' 양심냉장고 코너를 할 때만 해도 10명의 스탭진 모두 반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확신을 가지고 밀어붙여 첫 방송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양심냉장고의 첫 주인공 장애인이었고, 항상 교통법규를 지킨다는 인터뷰 내용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당시 방송사상 유례가 없는 본방송 재방송이라는  MBC사장이 그 공로로 현찰 200만원의 포상금(?)을 줄 정도면 그 파장이 대단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경규가 간다' 코너에서 에고도 없이 김대중전대통령을 인터뷰한 일 등 김PD는 예능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습니다. 덕분에 이경규는 김PD의 '큐' 사인 한번에 물 불 안가리고 뛰어들어야 하는 고초를 겪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거칠것이 만든 김영희PD표 예능은 만드는데로 대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예능PD로서 단순한 웃음을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한번 웃고 지나치는 프로가 아니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른바 공익적 버라이어티를 추구한 것입니다. 사실 예능 프로에서 '공익'을 강조하다 보면 예능의 본질인 재미와 웃음이 반감돼 PD로서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 컨셉입니다. 그러나 그는 탁월한 예능 감각으로 오락성과 공익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데 성공했습니다.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는 책을 잘 읽지 않는 우리의 독서문화를 꼬집으며 매달 국민도서를 선정해 책읽는 사회를 만들었고, 신동엽의 '하자 하자' 코너는 0교시 수업때문에 아침을 굶고 학교에 가는 고등학생들의 교육 문제점을 제기해 결국 고질적인 문제였던 '0교시 제도'가 시행된지 몇 달만에 폐지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시시교양, 시사고발 프로보다 더 큰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도 재미는 재미대로 챙기며 김영희PD의 예능은 공익적 버라이어티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요즘 <무한도전>의 김태호PD 역시 예능 프로에 사회성 짙은 메시지를 전달해주기도 하며 공익성 버라이어티를 추구합니다. '여드름 브레이크' 특집은 철거민의 아픔을 시청자들에게 일깨워주었고, '올림픽대로 듀엣 가요제' 음반 발매를 통해 그 수익금을 불우이웃돕기에 쓰는 등 마치 김영희PD의 예능을 그대로 따라하는 느낌입니다. 필자는 김태호PD가 예능국 선배인 김영희PD의 영향을 받았음은 물론 김영희PD를 롤모델로 삼아 <무한도전>을 제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영희PD는 지난해말 MBC가 방송법 개악 반대 파업투쟁시 <무한도전>의 재방송을 안타까워하면서 김태호PD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안타까워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믿고 성원해주는 김영희PD에게 김태호PD는 많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롤모델로 삼아 <무한도전>을 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영희PD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자막'입니다. 1995년 당시 우리 예능 프로에서 가장 먼저 보조자막을 도입한 사람이 바로 김영희PD이기 때문입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자막 때문에 시청자들이 '우리가 청각장애인이냐?', '자막이 시청을 방해하면서 산만하게 느껴진다' 하면서 항의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6개월후 자막이 오히려 시청자들을 배려하고 대사처리를 명확하게 해주는 역할을 해주자, 다른 방송사에서도 예능에 자막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무한도전>에서 자막은 정치권에 대한 통렬한 패러디로 '제 7의 맴버'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입니다.

그가 맡은 프로가 한국 예능의 역사가 된만큼 이경규는 물론, 김국진, 김용만, 유재석, 강호동 등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예능스타들은 모두 그의 프로그램을 거쳐 스타덤에 오르거나 인기를 배가시켰습니다. 그동안 PD협회장 등으로 잠시 외도를 하다가 김영희PD가 다시 돌아올 계획입니다.  그가 돌아옴으로써 MBC는 물론 우리 예능을 한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신설하는 코너마다 죽을 쑤고 있는 '일밤'에 투입되면 예전이 명성을 다시 회복함은 물론 공익성과 오락성을 함께 추구하는 사회적 버라이어티를 다시 보게될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방송PD로서 <무릎팍도사> 프로까지 거침없이 출연할 정도로 김영희PD는 천상 예능인입니다. 그가 <무한도전>의 김태호PD와 함께 공익성과 오락성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예능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나가길 기대합니다. 시청자들은 쌀집아저씨의 복귀를 쌍수로 환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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