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식을 맞아 선친의 묘소가 있는  공원묘지를 다녀오기 위해 아침 일찍 출발했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그리 차는 많이 밀리지 않았습니다. 공원묘지로 들어서는 입구는 좁은 편도 1차선인데, 중앙선도 없습니다. 점심때가 되면 공원묘지에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 같아 마음이 좀 급해졌습니다. 그래서 산소로 향하는 좁은 길을 좀 빨리 빠져나가려는데, 앞에 있는 운전자가 차를 중앙 쪽으로 몰며 서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추월하려고 해봤지만 앞차가 중앙쪽으로 운전을 해서 추월할 공간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헤트라이트를 번쩍 번쩍 비추며 신호를 보냈습니다.

차를 우측으로 빼어줄 것을 요구하는 신호입니다. 그런데 앞에 가고 있는 운전자는 제 뜻도 모른 채 계속 서행을 합니다. 가만히 보니 핸드폰을 통화하며 운전하고 있습니다. 저는 화가 좀 나서 크락션을 울렸습니다. 그래도 무슨 통화가 그리 재미있는지 제 크락션 소리도 못들은 채 계속 서행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앞 운전자가 서행을 하는 사이 제 뒤로는 많은 차들이 밀려 있습니다.

앞 운전자는 5분여를 통화하더니 그제서야 속도를 내기 시작합니다. 제가 앞차 옆으로 차를 바짝 대고 왜 그렇게 서행하느냐며 조수석 문을 내리고 뭐라 하니 앞 차 운전자는 기분 나쁘다는 듯 대꾸도 안합니다. 보아하니 젊은 사람인데, 저는 순간 화가 나서 그 차 앞으로 제 차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그 운전자에게 “좁은 길에서 중앙쪽으로 차를 대고 운전하면 어떡합니까?” 하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운전자도 내리더니 “내가 서행하는데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왜 아침부터 기분 나쁘게 이러십니까?” 하며 한치 양보도 없고 잘못도 없다며 오히려 눈을 크게 부릅뜨고 덤빕니다. 옆에서 제 아내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왜 그러느냐며 그냥 빨리 가자며 제 손을 잡아 끕니다.

저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그 젊은이(한 33~34살 정도)에게 다시 말했습니다. “길 혼자 전세낸 것도 아닌데, 바쁜 사람들 길을 막고 그럽니까? 그리고 운전중에 휴대폰 통화는 불법 아닙니까?” 제가 휴대폰 통화하는 것을 분명히 봤는데, 이 사람 적반하장입니다. “아니 누가 휴대폰을 통화합니까? 전 휴대폰 통화한 일 없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이제 저와 그 젊은이는 금방이라고 주먹이 날아올 것 같은 일촉즉발입니다.  뒤에서는 차 빨리 빼라며 난리입니다. ‘빵빵~’ 소리가 계속 요란하게 울립니다.

저는 이런 사람고 대화해봐야 더 이상 대화가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화도 대화가 되는 사람과 해야지 이런 몰지각하고 교양 없는 사람과 말씨름 해봐야 저만 피곤하겠다는 생각에서 그냥 차에 올라탔습니다. 그랬더니 그 젊은 운전자가 저보다 앞서서 횡하니 차를 몰고 가버립니다. 그 운전자의 뒷 모습을 보니 마치 저에게 “앞으로 신경쓰지 말고 너나 잘해세요~”라고 말하는 듯 했습니다.

한식을 맞아 부모님 묘소에 성묘 가면서 기분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한식날은 많은 사람들이 공원묘지로 성묘를 오기 때문에 서로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한데, 남이야 어찌됐든 나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주의 때문에 해마다 한식날은 공원묘지가 북새통을 이루고 있습니다. 어제처럼 운전중 핸드폰을 통화하면서 뒷 차의 주행을 방해하는 것은 교통흐름 방해입니다.

자기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모른 채 적반하장식으로 덤벼드는 세태에 아내는 뭐하러 싸움하려 하느냐며 오히려 저를 나무랍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잘못 훈계하다가는 봉변을 당한다며 그냥 모른 채 하고 넘어가라는 아내의 말을 들으니 씁쓸합니다. 이러니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잘못을 하고도 잘못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편법이 난무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나이가 들다보니 어제같은 일에도 이젠 쉽게 ‘그냥 넘어가자’고 생각하며 회피해 버립니다.

아내말대로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 말고 살자하니 저도 이제 흔한 말로 ‘성질’ 다 죽었나 봅니다.

Posted by 카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