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련암은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에 있습니다. 여느 사찰처럼 일주문이 있는 줄 알았는데, 현판을 보니 불이문(不二門)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문은 번뇌의 속된 마음을 돌려서 해탈의 세계에 이르게 한다고 하여 '해탈문(解脫門)'이라고도 합니다. 불이문 아래 광교산청련암(光敎山靑蓮庵)이라 적혀 있습니다.
주차장 옆에 청련암 부속 연화유치원이 있습니다. 사찰에 이렇게 유치원이 있는 것은 흔한 건 아니죠. 도심 속 사찰이다 보니 청련암은 특이하게 유치원도 있네요. 유치원에서 아이들의 노랫소리와 재잘거림이 정겹게 들렸습니다.
청련암 첫 번째 전각 환희루 옆에 청련암 유래가 적힌 안내판이 있습니다. 여기 광교산의 유래도 설명되어 있는데요, 저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광교산 명칭은 고려 태조 왕건이 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기를 보고 부처님이 가르쳐 주는 계시라 생각해 산 이름을 광교산(光敎山)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광교산 명칭이 왕건이 지은 거네요.
환희루(歡喜樓)라고 적힌 거대한 누각이 보이는데요, 전각 이름을 풀이해보면 기쁘게 맞이하는 누각입니다. 환희루는 사찰로 들어서는 일종의 문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면 이 누각 위에 범종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큰 절에 가보면 사천왕상을 볼 수 있는데요, 청련암은 환희루 아래 좌·우측에 조각이 아니라 그림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아이들이 사천왕상을 보면 무서울 수도 있는데요, 저는 웹툰에 익숙해서인지 익살스럽고 재미있게 보였습니다.
환희루를 지나 사찰 경내로 들어서면 중앙에 대웅전이 있고요, 좌측에 약사보전, 독성각 그리고 우측에는 삼성각이 있습니다. 사찰 중앙에는 3층 석탑이 있습니다. 제가 갔던 날 청련암은 사찰 보수 공사로 경내에 건축자재가 쌓여 있습니다.
대웅전은 팔작지붕과 단청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한층 선명한 색채를 띠고 있습니다. 대웅전 중앙 계단 앞에는 ‘출입 금지’라는 안내판과 나무로 차단막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어느 사찰이든 전각 중앙 문으로 일반인을 출입할 수 없습니다.
대웅전 안으로 들어가 보니 세 분의 부처님이 계십니다. 중앙에는 석가모니불, 좌측은 문수보살, 오른쪽은 보현보살입니다. 사찰에 갈 때마다 전각에 부처님이 계시는데요, 부처님마다 이름이 있지만 잘 몰랐습니다. 청련암은 부처님 앞에 이름표가 있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 뒤로는 ‘아미타회상도’가 있습니다.
대웅전에 경기도 유형문화재 ‘영산회상도’가 있습니다. 영산회상도는 영축산에서 석가모니 설법을 그렸는데요, 조선 후기에 많이 그려졌는데 그림 하달의 기록을 통해 1891년(고종 28)에 의왕 현조 스님이 그린 것으로 나옵니다.
대웅전 전각 기둥에 주련이 있습니다. 주련(柱聯)은 기둥(柱)마다 불경이나 시구를 연하여 걸었다는 뜻에서 주련이라 부릅니다. 한문으로 써놓은 주련은 한문 공부를 좀 한 사람도 그 뜻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옆에 해석도 붙여 놓으면 좋을 텐데 말이죠.
대웅전 좌측에 독성각이 있습니다. 전각은 오두막집처럼 아주 작습니다. 안에는 머리가 벗어지고 눈썹과 수염이 모두 하얀 할아버지를 그린 초상화가 있는데요, 이분이 독성(獨聖)입니다. 한문으로 ‘獨’자가 홀로 독이잖아요. 독성이란 스승의 도움 없이 혼자 깨우쳐 성인이 된 사람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독학하는 성인이네요.
독성각 옆에 약사보전이 있습니다. 여기도 세 분의 부처님이 계십니다. 중앙에 아미타불, 좌측에는 대세지보살, 우측에는 관세음보살입니다. 부처님마다 이렇게 이름이 다른데요, 이름에 따라 역할이 다 있는지는 불교 신자가 아니라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모든 부처님이 다 똑같이 보이니까요.
이번에는 대웅전 오른쪽에 있는 칠성각으로 가봅니다. 공사안내판을 보니 칠성각 옆 봉향각은 보수 공사가 한창입니다. 봉향각은 스님들 거주 공간입니다. 공사는 2022년 10월 17일부터 시작했는데요, 4월 14일까지 진행된다고 하네요.
공사 중인 봉향각 옆에 칠성각이 있습니다. 안에는 칠성님과 산신님 탱화가 있습니다. 칠성각 탱화를 보면 산신님 옆에 호랑이가 있잖아요. 칠성님 앞에 애견처럼 얌전히 있습니다. 용화사 탱화는 호랑이 등 위에 칠성님이 타고 있습니다.
청련암은 4월까지 보수 공사로 인해 조금은 어수선했지만요, 환희당 우측 목련에는 봄이 오고 있었습니다. 조금 있으면 순백색의 목련꽃이 반겨줄 겁니다. 사찰 전각과 어우러진 목련꽃은 SNS에 올릴 멋진 사진 배경을 만들어 주겠죠. 봄이 달려오는 요즘 광교산 청련암에서 고즈넉한 시간을 가지며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래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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