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가 지는 일몰시간이 저녁 6시 50분 무렵입니다. 보통 일몰 후 30분 정도 지나야 어둠이 내리죠. 저는 아내와 저녁을 먹고 저녁 8시쯤 한옥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야경 나들이 하러 간거죠.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장 먼저 간 곳은 지수당입니다. 지수당은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14호로 앞면 3칸, 옆면 3칸 규모의 건물입니다.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의 팔작지붕입니다.
지수당 앞에 안내문이 있습니다. 읽어보니, 조선 시대(1672년)에 이세화가 세웠다고 합니다. 건립 당시에는 건물 앞뒤로 3개의 연못이 있었는데요, 지수당이 있던 연못은 매몰되고 현재 2개의 연못만 남아 있습니다. 지수당에 조명이 없었는데요, 이렇게 조명을 비추니 너무 아름답네요. 호수에 지수당이 그대로 비춰 더 환상적입니다.
지수당(地水堂)이라는 이름은 땅속에 스며들어 있는 물(地水)로 산천초목이 잘 자라듯이 평소에 군사를 잘 길러서 위난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고관들이 한가롭게 낚시를 하고 술과 가무를 즐긴 게 아니라 나랏일을 걱정하고 외침을 경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수당에서 산성 로터리 쪽으로 걸어오다 보면 오른쪽에 연무관이 있습니다. 조명이 비추던 지수당과는 너무 차이가 있죠?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연무관은 조명을 비추지 않습니다. 이곳도 조명을 비추면 참 멋질 텐데 말이죠. 연무관은 1624년에 남한산성을 축성할 때 건립되었습니다. 이곳에서 군사들이 무술을 연마했죠. 처음에는 ‘연무당’이라 부르던 것을 숙종 때 ‘연병관’이라 쓴 편액을 내렸고요, 정조 때는 수어영, 그 뒤에 ‘연무관’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제 남한산성 행궁 쪽으로 가보겠습니다. 한옥 건물이 화려하죠? 남한산성 행궁 올라가기 전에 있는 천흥사 동종입니다. 여기도 조명이 화려하네요. 천흥사 동종은 고려 헌종 1년(1010년)에 세워졌다니 천년이 넘은 종입니다. 원래는 태조 4년(921)에 태조가 세운 충남 천안의 천흥사에 있었다고 하는데요, 남한산성으로 옮겨와 조선 시대 남한산성에서 시간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이제 행궁으로 올라가 볼까요? 가로등 조명과 하늘이 어우러져 그림 같습니다.
제가 평일 저녁 8시 넘어서 갔는데요, 가족 단위로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남한산성 한옥마을을 주말이나 휴일은 밤에도 인파로 붐비는데요, 그래서 평일 저녁에 가면 좋습니다.
이곳은 남한산성 방문자센터입니다. 어느 모녀가 외할머니 집에 온 것처럼 놀고 있습니다. 마당이 흙으로 되어 있어서 아이들 뛰어놀기도 좋습니다.
방문자센터 앞에서는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저녁에 남한산성 한옥마을에 들른 것은 참 오랜만인데요, 저녁에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만큼 한옥마을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곳이라는 방증이겠죠.
앗~! ‘전설 따라 삼천리’에 나오는 듯 으스스한 분위기입니다. 남한산성 행궁 왼편으로 산책하다 보면 이런 돌조각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조명이 비추기 때문에 1도 무섭지 않습니다.
조명 하나로 남한산성 한옥마을이 달라졌습니다. 어두컴컴하던 한옥마을이 500년을 거슬러 올라가 조선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는 듯합니다.
남한산성 한옥마을은 밤이 되면 좀 쌀쌀할 수 있습니다. 야경을 보러 남한산성에 오실 때는 가벼운 겉옷 하나 걸치고 오시는 게 좋습니다. 휘영청 보름달이 뜰 때 한옥마을에 오시면 더 운치 있습니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남한산성 한옥마을에서 야경 보며 행복한 추억을 만드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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