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역사박물관은 국가등록문화재인 용산철도병원 본관(1928년 건립)을 리모델링해 재탄생했습니다. 지난 3월 23일 개관했는데요, 한번 가봐야지 하다가 얼마 전에 다녀왔습니다.
용산철도병원이 간직하고 있는 옛 이야기와 근대건축문화유산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존중해 외벽 벽돌, 창호, 외과처치실, 복도아치, 계단실, 현관, 스테인드 글라스 등 병원의 옛 모습을 고증하고 원형 복원 및 보존 작업을 거쳐 일반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많은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저는 철도 역사를 중심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철도관련 역사를 보고 싶어 1층 맨 끝으로 갔습니다. 물론 다른 전시실도 봤지만요, 철도 관련 역사만 설명드리겠습니다.
매일 아침 첫 기적을 올리던 용산역의 모습은 어떨까요? 잠시 용산역의 역사를 볼까요. 1908년 서울-부산을 잇는 경부선과 서울-신의주를 잇는 경의선이 용산역으로 연결되면서 부산에서 신의주 사이 직행이 가능해졌습니다. 남북 국토를 종단하는 급행열차가 개통된 거죠. 부산-신의주 급행열차는 순종황제의 연호를 따 융희호라고 했습니다. 당시 융희호의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아래)
1914년에는 용산역에서 원산역을 오가는 경원선이 개통되면서 시발역으로서 용산역의 역할이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1925년 경성역(지금의 서울역)이 준공되면서 철도 교통의 중심이 경성역으로 옮겨갔지만, 이후에도 용산역을 통과하는 철도와 역사 주변의 철도 관련 시설은 대부분 유지됐습니다. 2004년 용산역은 한국고속철도(KTX) 호남 전라선의 시발역으로 지정되어 다시 부흥의 계기를 맞았습니다.
철도 역사를 전시한 복도 바닥에는 철도 역사가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구석 화면에는 열차 모습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철도 역사 전시실은 '그때는 그랬지' 하며 고개를 끄떡일만한 사진과 자료가 많습니다. 전시실 중앙에는 레일이 깔려 있습니다.
용산 철도관사, 철도요람, 용산철도공장, 용산철도학교, 용산역의 모습 등 지금은 보기 힘든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운행을 멈춘 열차와 용산역 공작창 및 서울운전사무소 차고가 파괴된 모습입니다. 전쟁으로 철도와 열차 피해도 심각했습니다. 이 사진은 국가기록원 사진을 복제해서 전시한 것인데요, 직촬한 겁니다.
용산역은 전국의 완행열차가 기착하는 곳이었습니다. 서울역으로 경부선과 경의선, 청량리역으로 경원선과 중앙선이 용산역과 연결됐습니다. 용산역은 수송 외에 철도 관련 시설이 집결된 기점이기도 했죠. 흑백 사진으로 용산역 모습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옛날 열차 객실 내부 모습입니다. 승무원의 올림머리, 그리고 좌석에 하얀 시트를 깐 것이 눈길을 끕니다. 입석으로 탄 승객이 신문을 보는 모습도 보이고요. 승무원이 좌석표를 검사하는 것 같은데요, 지금은 좌석에 승객이 앉으면 자동으로 검표가 이뤄지는 시스템이죠.
용산역사박물관 3층 옥상정원에 올라가보면 바로 옆에 철도고등학교를 보실 수 있습니다.
철도 승무원 옷도 입어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옷을 입고 승무원이 된 기분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철도 전시관 안쪽에 유라시아 테마관이 있습니다. 분단으로 단절된 남북의 철도가 연결되면 우리나라에서 육로를 통해 유럽 대륙을 오갈 수 있습니다. 그럼 향후 용산역은 한반도종단철도가 경유하는역으로 동북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교통 허브가 되겠죠.
이제 2층으로 가보겠습니다. 2층에서는 <용산, 도시를 살리다> 개관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철도 그리고 철도병원 이야기를 볼 수 있는데요, 9월 18일까지 열립니다. 많은 자료가 전시되고 있는데요, 철도병원에 대해서만 소개하겠습니다.
용산역사박물관은 철도 의료의 본거지, 즉 용산철도병원이었습니다. 철도병원은 철도 종사원과 그 가족, 여객을 대상으로 운영됐습니다. 철근 콘크리트와 벽돌 혼합 구조의 2층 본관은 1928년, 철근 콘크리트의 3층 병동은 1937년에 건축됐습니다. 철도민영화 방침에 따라 1984년 중앙대학교 부속병원에 임대되어 중앙대 용산병원으로 운영됐었죠.
2007년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2011년 폐업했습니다. 이로서 100여 년간 유지된 의료기관의 역할을 끝내게 됐습니다.
용산철도병원은 이형벽돌을 사용해 동그랗게 처리해 대부분의 건물 모서리는 외벽보다 약간 들여 쌓음으로써 음영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이는 전체적인 건물 디자인에 둥근 모서리를 강조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내부에는 아치형 공간이 5개나 있습니다.
또한 1920년대 유럽에서 등장했던 옥상 정원을 만들어 치유의 공간으로 활용했습니다. 박물관 옥상정원은 개방되어 있는데요, 지금은 리모델링을 거쳐 움튼가든, 용산가온뜰, 용산그랑마당 등으로 만들어 용산 일대가 한눈에 보이는 멋진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현존하는 철도병원이 드물다고 합니다. 용산철도병원은 철도 역사가 고스란히 보존된 곳입니다. 특히 본관은 역사적 사료로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하네요. 벽돌을 재료로 하는 고전주의 양식을 보여주는 동시에 절제된 장식과 유려한 곡선, 그리고 기능에 충실한 양식 등 건축사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2008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습니다.
오랜 시간 복원과 개보수 과정을 거친 용산철도병원 본관은 2022년 3월 용산의 기억을 담아내는 용산역사박물관으로 재탄생하게 됐습니다. 경기도 의왕시에 철도박물관이 있지만요, 이곳은 철도병원에 대한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관람료가 무료이니 추석 연휴 등에 가족과 함께 용산역사박물관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철도와 철도병원에 대한 역사 여행을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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