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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남한산성아트홀 청년작가 전시 <기억의 레이어>

by 카푸리 2022.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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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떤 기억(記億, memory)을 갖고 살고 계신가요? 기억은 뇌에 받아들인 인상, 경험 등 정보를 간직한 것 또는 간직하다가 도로 떠올려내는 것을 말하죠. 살다보면 좋은 기억도 있고, 나쁜 기억도 있겠죠. 나쁜 기억은 빨리 지워버리고 좋은 기억만 갖고 사는 게 좋겠죠. 그런데 이게 쉽지 않죠. 악몽같은 기억을 갖고 살면서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많습니다.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아트홀에서 두 청년 작가(김은혜, 신이채)의 전시회가 열립니다. 전시 제목은 <기억의 레이어>입니다. 여기서 레이어(Layer)는 쉽게 말하면 막, 층을 말합니다. 켜켜로(층층이, 겹겹이) 뭔가 쌓아 놓는 것을 말하죠. '켜켜이 쌓인 기억'을 주제로 하는 전시회죠. 주말을 맞아 아내와 함께 <기억의 레이서> 전시회를 관람했습니다.

장맛비가 오락가락 하다가 갑자기 비를 퍼붓기도 했던 주말, 남한산성아트홀을 찾았습니다. 남한산성아트홀은 공연장인 대극장, 소극장과 전시관이 두 곳 있습니다. 갤러리1과 갤리러 2입니다. <기억의 레이서> 전시는 갤러리 2에서 열립니다.

갤리러 2 전시관 입구에 <기억의 레이서> 전시도록과 그림카드가 있습니다. 전시도록을 보면서 작품을 감상하면 이해가 빠르겠죠. 누구나 무료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갤러리에 들어서니 김은혜 작가의 영상이 벽면에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김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직접 설명한 겁니다.

갤러리 2 좌측은 김은혜 작가, 우측은 신이채 작가 작품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저는 좌측부터 시계 방향으로 관람했습니다. 두 작가의 작품을 여기서 다 설명할 수는 없고요, 제가 인상깊었던 두 작가의 작품 몇 개만 소개하겠습니다.

김은혜의 '가려진 시야'(캔버스, 136.5cm*53cm)입니다. 작품 3점을 연결한 것인데요, 짙은 숲을 그린 겁니다. 다르지만 서로 엉켜있어 어울리는 숲의 모습이 내면에 위로를 전해주는 듯 합니다. 촉촉한 이슬이 내린 듯한 숲 위를 바라보며, 그 아래 감춰진 나만의 비밀신호를 찾아내려 애써보는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작품 해설은 도록을 참고했습니다)

이 작품은 '안과 밖'(73cm*90.5cm)입니다. 안에서 보는 밖의 풍경과 밖에서 보는 안의 풍경은 다르죠. 하나하나 피어있는 풀들이 숲이 되어 시야를 감싸고 있습니다. 창문 하나를 두고 내리는 비를 닦아내듯이 고요한 마음 속을 덮은 색상들이 흩날리는 것을 연상케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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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김은혜 작가의 '반영된 공간', '희미한 풍경', '3의 공간', '기억저장소'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갤러리 2 오른쪽에 전시된 신이채 작가의 작품을 보겠습니다.

작품명 '가장 가까운 우리는 여기서'(106cm*230cm)입니다. 굉장히 큰 작품입니다. 하나의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3면화로 구성된 그림입니다. 왼쪽부터 과거, 현재, 미래를 표현한 겁니다. '시간'이라는 허무함과 과거가 되어버린 망각에 대한 안도,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는 현재의 인물과 순간이라도 지나가 버릴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를 미래에 담아낸 작품이라고 하네요.

작품명 '불 난 수영장'(모노타이프, 106cm*154cm)입니다. 작가가 문제를 대면하는 태도를 드러내고자 만든 이 작품은 일어나지 않은 문제까지 고민하고 슬퍼하는 현재의 나와 복잡한 현재의 시간, 그리고 아주 멀리서 방관하는 인물을 그렸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도 그렇네요. 미래에 일어날지, 일어나지 않을 지 모르는 일을 고민하며 사니까요. 여러분도 그러지 않나요?

이 외에도 신이채 작가의 '비어진 가시', '느린 춤 하나', '긴장을 위한 숨 참기', '어제의 꿈'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다 소개하지 못하는 점 이해바랍니다.

여러분은 어떤 기억을 갖고 계시나요? 축적된 기억은 오랜 시간 간직되는데요, 개인마다 다르죠. 같은 기억이라도 어떤 이에게는 위로나 기쁨이 되고요, 어떤 이에게는 좌절과 후회의 잔여물이 되기도 하죠. <기억의 레이서>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저의 내면에 켜켜이 쌓인 기억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새로운 기억을 또 한 겹 쌓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전시 <기억 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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