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3·1 독립만세운동 103주년이다. 100년이 넘어서야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 인근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이하 임정기념관)을 개관했다. 임시정부기념관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활동과 역사를 후손들에게 전승하기 위해 건립한 기념관이다.
3월 1일부터 개관했는데, 일반인 관람이 시작된 3월 2일 가봤다. 팸플릿을 보니 규모가 꽤 크다. 부지 3,656㎡(1,106평), 연면적 9,703㎡(2,935평)로 지하 3층, 지상 4층 건물에 3개의 상설전시실과 1개의 특별전시실, 옥외 상징광장, 수장고, 다목적홀, 옥상 정원 등을 갖추고 있다.
먼저 1층 옥외 상징광장과 벽이 눈에 띈다. ‘역사의 파도’ 작품은 임시정부의 독립 염원과 대한민국의 과거·현재·미래에 이르는 역동성을 표현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근대사만큼이나 격랑이 치는 모습인데 그 가운데 태극 문양이 있다.
‘역사의 파도’ 작품은 관람객의 개인 스마트폰을 통한 증강현실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증강현실(AR)로 보니 독립운동을 위해 애쓴 선열들이 수없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1919년 3월 1일 독립만세운동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온 대한민국의 역사를 한눈에 보는 듯하다. 이곳에서 3월 1일 제103주년 3·1절 기념행사가 열렸다.
임정기념관은 볼거리가 정말 많다. 1층부터 옥상까지 천천히 관람하니 2시간을 훌쩍 넘었다. 무엇보다 희귀 자료가 정말 많다. 전시관마다 따로 소개해도 될 정도다. 특별전시관, 상설전시관(1~3관)의 많은 자료를 여기서 다 소개하긴 어렵다.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진귀한 것 위주로 소개한다.
1층에서 개관특별전으로 ‘환국, 대한민국 임시정부 돌아오다’(3.2~6.25)가 열리고 있다. 역사책에서 배웠던 카이로 선언문이 눈에 확 띈다. 카이로 선언문은 1943년 11월 27일 미국, 영국, 중화민국 등 3개 연합국이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모여 발표한 공동선언이다. 카이로 선언문이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한국에 대해서 앞으로 자유 독립국가로 승인할 결의한 것이다. 한국의 독립이 처음으로 국제적으로 보장받은 것이다.
일본 항복 문서도 있다. 일본이 도쿄만의 미주리 함 간판에서 조인한 항복 문서다. 승전국인 연합국 측에서는 최고사령관 맥아더 장군과 9개 연합국 대표가, 패전국인 일본 측에서는 시게미츠 외상과 우메즈 참모총장이 각각 서명했다.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기까지 독립열사들의 피와 땀이 있었다. 그중 김봉준의 트렁크와 양복이 눈길을 끈다. 김봉준은 대한민국 임시의정원(1919년 중국 상하이에 설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입법기관) 제14·18대 의장을 지냈다. 그가 중국에서 사용했던 가방과 양복이다. 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독립운동 영화에서 많이 봤던 소품 같고, 당시의 긴박감이 느껴졌다.
2층부터 4층까지는 상설전시장이다. 먼저 2층 상설전시 1관은 ‘군주의 나라에서 국민의 나라로’ 주제로 한 임시정부 활동 전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 모태가 된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분야별 주요 활동이 있다. 전시 내용의 핵심은 1910년 대한제국이 무너진 뒤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세웠다. 그리고 임시의정원(지금의 국회) 결의로 임시정부가 이를 통치한다고 규정한 전시물들이다.
주요 전시물은 대동단결선언, 하와이 대한부인구제회가 만든 대한독립선언서, 대한민국 임시헌장,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성립 보고서, 러시안 맥심(Maxim) 1910 중기관총, 한국통사 등이다. 이중 러시안 맥심 중기관총은 역사책에서 배우지 않은 귀중한 자료들이다. 일제강점기 독립군이 사용한 주요 무기 중 하나라고 해서 한 번 더 보게 된다.
3층 상설전시 2관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사람들’ 주제로 국내 최초 임시의정원, 임시정부 관련 인물이 전시되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독립운동 세력을 통합하여 의회와 내각을 구성하고, 국군인 한국광복군은 태평양전쟁에 참전하며 일제에 맞섰다. 임시정부 가족들과 동료들의 삶, 임시정부를 도운 해외동포와 외국인 등 임시정부 사람들 이야기가 있다.
주요 전시물은 보이드 영상, 대한민국 임시의정원법, 대한민국 임시정부 제34회 임시의정원 의원 일동, 김구 선생이 서명한 태극기, 대일선전 성명서 등이다. 이중 압도적인 대형 영상은 화면과 바닥에 각각 다른 화면이 나오며 임시정부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4층 상설전시 3관은 ‘임시정부에서 정부로’ 주제로 임시정부의 환국과 계승 전시가 열리고 있다. 아, 얼마나 기다리던 독립이던가! 임시정부 건국강령과 일제 패망 후 환국 과정, 임시정부에서 대한민국 정부로의 계승 등을 전시했다.
1층부터 4층까지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다양한 활동을 주제별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임시정부의 의미와 가치도 되새겨볼 수 있었다. 특히 1층 특별전시는 ‘환국, 대한민국 임시정부 돌아오다’는 상해에 가서야 볼 수 있는 임시정부 모습을 대한민국 서울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반가웠다.
마지막으로 옥상 정원에 올라갔다. 서대문형무소가 한눈에 보인다. 갈 때마다 아픔을 느낀 곳이다. 옥상에서 내려다보니 영화 ‘항거’에서 유관순 열사가 이곳에서 당한 고문과 치욕도 생각났다. 사형장과 시구문이 따로 있는데, 얼마나 많은 독립열사가 희생됐을까? 일제가 아무리 탄압했어도 임시정부를 기반으로 대한민국의 역사는 면면히 이어져 왔다.
대한민국은 임시정부로부터 ‘헌법’과 ‘민주공화국’이라는 제도적 유산만이 아니라 국호·연호, 국기, 국가, 국경일과 기념일, 정부의 주요 인물들까지 실질적으로 이어받아 세워졌다. 임정기념관은 단순한 기념관이 아니라 임시정부 활동과 의미를 널리 알리고 후대에 독립정신을 심어줄 수 있는 소중한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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