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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좋아

코로나19에 지친 심신의 안식을 찾다! 오포 능평성당

by 카푸리 2022.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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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습니다. 이럴 때 종교를 떠나서 사찰이나 성당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태재고개를 지나 오포로를 달리다 보면 오른쪽에 능평성당(능평 성 안드레아 성당)이 있습니다. 언덕 위에 솟은 하얀 건물과 그 맨 위에 있는 특이한 십자가가 달려 있습니다. 천주교 능평성당입니다.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안식을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능평성당 입구에 담벼락에 성경 구절이 쓰여 있습니다. 종교를 갖지 않아도 이 구절은 많이 알려졌죠. 요즘처럼 코로나19에 지쳐 무거운 짐을 진 듯이 살아가서 그런지 이 구절이 가슴에 와닿네요. 정말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이 하느님께 가면 그 짐을 다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중세 유럽의 다리처럼 보이는 곳을 건너면 성당 입구입니다. 철문이 닫혀있어서 못 들어가는 거 아닌가 했는데 옆으로 미니 문이 열렸습니다. 성당 위로 올라가면 큰 주차장이 따로 있는데요, 저는 입구 작은 주차장에 차를 세웠습니다. 천천히 산책하면서 걸어가려고요. 여기서부터 십자가의 길이 시작되기 때문에 예수님의 고난을 생각해보려는 이유도 있습니다.

능평성당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분은 예수님입니다. 두 팔을 벌려 어서 오라는 듯 말이죠. 앞서 소개한 성경 구절처럼 무거운 짐을 진 사람들을 맞아주는 듯합니다. 하얀 석상이지만 보는 그 자체로도 누구나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능평성당에도 어느 성당에나 있는 '십자가의 길'이 있습니다. 입구에서 성당 교육관까지 연결돼 있습니다. '십자가의 길'은 라틴어로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 혹은 비아 그루치스(Via crucis)라고 하며, '슬픔의 길', '고난의 길', '고통의 길'을 뜻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를 지신 사건을 기억하며 카톨릭 신자들이 하는 기도입니다.

빌라도에서 재판을 받은 곳으로부터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향해 걸었던 약 800m의 길과 골고타 언덕에서의 십자가 처형, 그리고 바위 무덤에 묻힐 때까지 14개의 주요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곳 한 곳을 보면서 예수님의 고난을 함께 묵상해봅니다.

십자가의 길 중간에 나무 데크 위에는 벤치와 탁자가 있습니다. 잠시 쉬기 좋은 곳입니다. 아직 초봄이라 날씨는 쌀쌀하지만, 이곳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이 없어서 사회적 거리두기 신경 쓰지 않고 조용히 쉴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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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에서 잠시 쉬다 오르다 보면 피에타 조각이 있습니다. 피에타는 미켈란젤로가 1494~1495년에 만든 작품입니다. 바티칸 성 베르로 대성당에 소장돼 있습니다. 그 모습과 똑같이 만들었는데요,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님을 안고 슬퍼하는 모습입니다.

성당으로 가는 동안 십자가의 길은 계속됩니다. 예수님이 넘어지고 또 넘어지면서 고난을 겪습니다. 십자가에 매달려 못이 박히기까지 세 번이나 넘어지셨다고 합니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인류를 위해 희생한 예수님을 생각하게 합니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한 사람도 보지 못했습니다. 사는 것이 힘들 때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은 인간이 본래 태생부터 나약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군다나 요즘 코로나로 아주 힘들잖아요. 그래서 저 또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입니다.

능평성당에서 가장 먼저 맞는 건물은 교육관입니다. 교육관 앞에는 십자가의 길 중 1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을 묵상합시다'입니다. 십자가에 못이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을 그 아래에서 성모 마리아가 바라보고 있습니다.

십자가의 길 마지막 14처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심을 묵상합시다'입니다. 앞서 피에타 조각을 소개했는데요, 그 조각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성모 마리아가 아들 예수님을 안고 슬퍼하고 있습니다. 무덤에 묻히시기 전인데요, 3일 만에 예수님은 다시 환생하셨습니다.

십자가의 길이 끝나고 모퉁이를 돌아 올라가면 능평성당입니다. 언덕 위에 하얀 건물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제가 방문했던 날이 평일 오후 2시경이었는데요, 아무도 없어서 너무 고즈넉했습니다. 마치 깊은 산속의 암자처럼 말이죠.

성당 오른쪽은 교우쉼터 겸 만남의 방입니다. 그런데 문은 잠겨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6인 이상 모임 금지라 이곳에서 교우들이 모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빨리 코로나19가 진정되어 이곳에 많은 사람이 모여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성당 앞 십자가와 성모 마리아상이 있는 곳에 평상이 있습니다. 잠시 평상에 앉아 쉬었습니다. 천주교 신자들이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는 간이 책상도 있습니다. 무성한 나무가 있어서 그늘도 지고 산 위라 봄바람도 솔솔 불어서 멍때리며 쉬기 좋았습니다.

성모 마리아상 옆에는 촛불이 켜져 있습니다. 천주교 신자들은 기도할 때 초를 켭니다. 초는 봉헌용으로 한 개에 1천 원을 내고 켭니다. 저도 천주교 신자라 초를 하나 켰습니다. 그리고 기도를 했죠. 빨리 마스크 벗고 마음 편히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죠.

이제 성당 안으로 들어가 봐야겠죠? 앗! 그런데 문이 잠겨 있네요. 남한산성 한옥성당 등 광주 시내 많은 성당을 갈 때 대부분 문이 열려 있었는데요, 코로나19 때문인가요? 문이 잠겨서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다음에는 일요일 오전 미사 때 한 번 와야겠습니다.

성당 우측에 하느님께서 쓰셨던 면류관 무늬의 정토석이 있습니다. 성당은 2004년 7월 7일 봉헌했습니다. 능평성당은 황창연 신부님이 꿈에 계시를 받고 땅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2002년 9월 기공식 후 약 2년여의 공사 끝에 완공했습니다. 능평성당이 특별한 것은 이곳으로 성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지나간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을 거쳐 미리내성지까지 이동한 거죠. 김대건 신부의 후손이 김대건 신부의 유골 일부를 기증해서 성당 안에 모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당 이름이 능평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이라고도 불립니다.

종교와 관계없이 삶이 힘들 때마다 찾아와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싶은 곳이 성당입니다. 어디에 살든지 간에 곳곳에 역사가 깊은 성당이 많은데요, 능평성당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유해를 모신 성당이라 특별해 보였습니다. 성당 앞 기도를 하는 곳에서 일상에 지친 심신을 내려놓고 안식을 하기 좋은 곳이었습니다.

이제 완연한 봄입니다. 성당 안에 있는 목련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려 하네요. 얼마 안 있으면 하얀 목련꽃을 볼 수 있겠죠. 올해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만개할 겁니다. 코로나19 걱정없이 볼 수 있기를 바랬는데, 이것도 쉽지 않겠네요. 코로나19! 빨리 꺼져 버려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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