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탄생 시즌2가 시작됐다. 어제가 두 번째 방송인데 서울, 유럽, 광주 등에서 우승을 향한 도전자들의 열띤 경연이 있었다. 아직 예선이기 때문에 참가자들 중 그리 눈에 띄는 사람은 없지만, 5명의 멘토들이 서서히 심사 특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윤일상, 윤상은 독설 배틀을 벌일 정도로 도전자들에게 너무 냉혹하다 싶을만큼 냉정한 심사를 했고, '나가수' 요정 박정현도 무대에 설때와 멘토로 심사위원석에 있을 때는 완전히 달랐다. 그런데 이선희의 도전자를 배려하는 심사 자세가 눈에 들어왔다.

이선희가 누구인가! 지난 84년 강변가요제에서 'J에게'로 대상을 거머쥔 후 불세출의 디바로 거듭난 국민가수다. 특히 이승기를 길러낸 프로듀서라 어떤 심사를 할까 눈여겨봤는데, 그녀의 심사 자세를 보니 까 왜 이승기가 착하고 바른 청년으로 성장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역시 훌륭한 스승밑에 훌륭한 제자가 나오는 법이다. '위탄1'에서 멘토들이 도전자들의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독설을 날려 거슬릴 때도 많았는데, 이선희는 도전자들의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켜주고, 탈락을 시킬 때도 조금만치의 상처도 받지 않게 심사를 했다. 어제 보였던 이선희의 역지사지 심사 모습을 다시 짚어 보려 한다.


먼저 서울 2차 오디션은 성시경, 윤일상, 윤상이 심사를 맡았다. 예선이기 때문에 참가자들의 수준은 고만고만 했다. 그러나 그 열정만큼은 대단했다. 저마다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예선 무대에 섰는데, 윤일상과 윤상의 독설은 마치 새싹을 밟는 듯 잔인하게 느껴졌다. 제작진은 윤상과 윤일상의 독설 배틀을 따로 편집해서 보여줄 정도로 두 사람의 심사는 냉혹했다. 뭐, 그렇다고 두 사람의 심사가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가망성이 없는 도전자는 가차없이 탈락시켜여 하는게 심사위원의 임무니까 말이다.

서울 오디션 후 유럽 지역 도전자들이 나왔는데, 이때 나온 심사위원이 이선희, 박정현, 이승환이다. 앞서 서울지역 예선에서 워낙 독설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세 사람의 심사는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 중 이선희는 배려가 돋보였지만 심사 기준도 참 날카로웠다. 정재형과 싱크로율이 100%로 닮았다는 정지원이 나왔을 때는 외국곡을 불렀는데, 이승환이 본인의 음색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심사평을 했다. 그러자 이선희가 정지원이 싱어송라이터라는 것을 알고 자기 노래를 한 번 불러보라고 했다.


정지원은 '사랑해 미안해 나에게 돌아와'라는 자작곡을 불렀는데, 외국곡을 부를 때와는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그의 목소리와 감정이 실린 것이다. 박정현은 탈락을 눌렀지만, 이선희가 정지원의 숨은 재능과 열정을 발견한 끝에 이승환과 함께 합격을 시켜준 것이다. 만약 이선희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정지원은 탈락했을 지 모른다. 이선희는 도전자들의 숨은 재능을 발견하는 매의 눈을 갖고 있다.

뮤지컬을 전공했다는 허윤영은 무대 공포증을 갖고 있다고 했다. 관객들을 상대로 무대에 서는 가수인데, 무대 공포증이라니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선희는 떨고 있는 허윤영을 위해서 그런지 몰라도 자신도 슬럼프를 겪고 자괴감을 느낀다며, 이런 것들이 겹겹이 쌓여 지금의 내가 완성됐다고 애정어린 조언을 하며 위로했다. 이선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자, 허윤영은 편안하게 노래를 불렀지만 소리와 감정의 전달에 괴리감이 많아 결국 탈락하고 말았다. 비록 허윤영은 탈락을 했지만, 심사를 할 때 상처를 주지 않는 이선희의 착한 심사 때문에 떨어지고 나서도 밝게 웃으며 탈락을 인정했다. 심사위원석에 앉았다고 권위만 내세우는게 아니라 도전자 입장을 역지사지로 보는 이선희의 배려가 돋보였다.


유럽 오디션에서 눈여겨 볼 도전자 한 명이 나왔는데 바로 배수정이다. 그녀는 공부가 세상에서 제일 쉽다고 하는 영국 유학파 수재다. 그러나 공부와 노래는 다르지 않는가! 공부로 자신의 목표를 이루고 난 후 평소 꿈꿔왔던 가수가 되고 싶어 오디션에 참가했는데, 생각보다 무척 떠는 듯 했다. 이선희가 이를 간파하고 이런 저런 사적인 질문을 했다.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린 후 이선희는 배수정에게 쉼호흡도 다시 가다듬게 한 후 노래를 시켰다. 이선희는 이렇게 지원자들이 긴장하지 않고 실력을 발휘하도록 했다.

심사평도 날카롭다. 배수정은 'Bust your windows(설리반)'란 곡을 불렀는데, 원곡이 밋밋하게 들릴 정도로 노래를 참 잘했다. 박정현이 중간에 노래를 끊은게 아쉬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라디오에서 노래를 들었다면 아마 외국가수가 불렀다고 착각할 만큼 가사와 음정 모든게 탁월했다. 이선희 또한 배수정 노래를 들으며 흠짓 놀라는 듯 했다. 너무 노래를 잘해서 그렇다. 그러나 이선희의 심사평을 들어보니 더 놀라웠다. 보통 가수들이 음정이 고음으로 올라갈 때 파워를 한껏 싣는데, 배수정은 오히려 파워를 빼면서 자연스럽게 가성까지 들린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27년 베테랑 가수다운 심사평이다.


이선희의 심사를 보면서 이승기가 떠올랐다. 그녀가 프로듀서로 이승기를 어떻게 가르치고 키웠는지 안봐도 알 것 같다. 이승기가 가수로 대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아본 것도 놀랍지만, 연습기간 동안 이승기와 숙식을 함께하면서 그를 바른 청년으로 가르쳐온 게 바로 이선희다. 이렇게 이선희와 이승기는 맨토와 멘티로서 당대 최고의 사제지간이 되었다. 아마도 이선희가 없었다면, 지금의 이승기도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이승기라는 원석을 발견한 매의 눈, 그리고 발견한 원석을 보석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는 이선희가 '위탄2'의 멘토가 됐다는 게 그래서 기대가 더 크다. 이선희의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진심어리고 따뜻한 충고, 가식없는 말들이 참 좋다. 심사위원으로서 실력은 물론 인간미를 제대로 갖춘 진정한 멘토가 한 명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선희는 위대한 멘토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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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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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다.. 2011.09.17 09:16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멘토 이선희의 모습은 정말 이상적인듯 해요..
    다정하고 배려있게 심사하지만 그렇다고 충고를 잊은것도 아니고요...ㅎ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2. 이선희가 젊었을때도 음악에의 열정은 뜨거웠지만 생각외로 보기보다는 어느정도 강단이 있는 성격이었던 것으로 압니다. 간간히 음악프로 등에 나오는 이선희의 무대는 빼놓지 않고 보는편인데요. 보니까 현재도 컨디션 및 목관리에 철저하더군요. 프로로서 이선희만큼의 멘탈과 실력을 갖춘 가수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겠조. 아마도 보컬트레이너로서 전문적으로 나선바는 없겠지만 한번 나서면 멘티를 가장 확실히 이끌어줄 사람은 이선희가 아닐까 싶네요.

  3. 흐르는... 2011.09.17 09:47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요즘 오디션 프로가 다 그렇듯이 독설이 유행이었는데..
    어제 위탄의 이선희씨보니 아 저런 선생님이 이상적인 선생님이었는데..
    왜 까먹고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ㅎㅎ
    뭐 세상이 독설에 더 재미를 느끼지만..
    어제 보면서 따뜻하다..좋다...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9살 나비소녀에게 떨어지는 이유를 설명할 때는...
    아 진짜 참가자들을 배려하는구나 싶었고요...
    그렇다고 무조건 따뜻한게 아니라 집고 넘어갈거, 장단점은 지적해주는것도 좋았고요
    위탄2끝날때까지 변하지말고 저 모습으로 멘토해줬음싶네요

  4. 제가 좋아하는지라...
    더 관심 있게 지켜보게 되더라구요.
    노래를 부를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더라는..

  5. 소낙소 2011.09.17 11:09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어느 실용음악과 교수님께서 요즘에 아쉬운 것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을 구별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맞게(?) 독설을 날리면 대중들은 환호를 했구요. 한때는 즐기라는 둥, 떠나라는 둥의 광고카피가 유행을 했지만 말입니다. 물론 실력을 겨루는 프로니까 냉정한 면이 있어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허나 무작정 냉정으로만 흐르던 경쟁프로에서 따스함으로도 실력을 키울 수 있고, 자칫 차갑기만해서 즐거움을 앗아가는 단점도 보완이 되는 좋은 모습입니다.

  6. 이서니 2011.09.17 14:09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멘토의 정석 = 이선희씨가 될거 같네요 ^^

  7. 제르미 2011.09.17 14:23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노래잘한다고 건방떠는 가수들은 많지만,
    레전드 국민디바는 아무나 되는게 아니죠.

  8. 한가지 본문중에 틀린게 있어서 알려드립니다
    이선희씨는 1984년에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으셨습니다..
    87년이 아니구요..착각하신것 같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이선희님이 위탄에 나오셔서..
    요즘 너무 행복합니다....

    • 맞습니다 2011.09.17 23:27  수정/삭제 댓글주소

      좋은 글인데 사소한 오류때문에 댓글을 달아야 하나 약간 고민했는데 정확히 지적해 주시는 분이 계시군요 이선희씨의 보컬이야 세상이 다아는 실력이지만 남을 배려한 따뜻한 마음씨도 국보급이더군요.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 정말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