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예가비평

고 장자연, 추악한 성추행 악마가 죽인 것이다

by 카푸리 2011. 3. 8.
반응형
고 장자연의 자살을 둘러싼 논쟁이 2년 만에 다시 재점화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그녀가 친필편지에서 밝힌 31명의 명단이다. SBS는 그제 장자연이 이름과 직업까지 적었다는 편지 내용의 일부를 공개했지만 명단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언론사, 연예기획사, 재계, 제작사 대표 등 이른 바 '장자연리스트'가 밝혀지면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SBS는 또 장자연의 접견실이 침대에 샤워실까지 갖춰졌다는 충격적인 보도를 했다.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장자연이 자살했을 때 경찰도 이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소속사 대표측이 법정에서 '그런 접견실이 없다'고 하자,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자연의 접견실은 성상납 열쇠를 푸는 아주 중요한 단서기 때문이다.

SBS가 공개한 장자연의 자필 편지 내용을 보면, 그녀는 소속사 3층 접견실, 삼성동, 청담동 회사, 술집 등 여러 곳에서 술접대 성상납이 이뤄졌다고 했다. 그때 만났던 남자들을 장자연은 '악마'라고 했다. 그 악마들이 장자연을 성적으로 유린한 곳은 겉으로는 사무실이지만 모텔과 다름없었다. 좀 심하게 말한다면 말이 연예기획사지, 무슨 성매매를 하는 유흥업소같다. 장자연이 무명 여배우라는 약점을 잡아 소속사와 악마들이 합세한 성추행 장소다. 장자연은 모멸감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목숨을 끊었다.


이는 성폭력을 피하려던 여성이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진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장자연은 31명의 악마들이 저지른 100회 이상의 추악한 성추행으로 타살된 것이라 생각한다. 2년 전 수사때는 타살이 아니라 '자살'로 종결됐지만, 이제 31명의 악마들이 수면 위로 올라온 이상 검찰의 재수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는 장자연을 두 번 죽이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이런 추악한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기 위한 재발 방지 차원이다. 장자연이 자살한 것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탓도 있지만, '복수해달라!'고 유서를 남긴 것으로 봐서 자신의 죽음으로 다시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썩어빠진 연예게 대한 항변이었다고 본다. 만약 이번에도 유야무야 처리된다면 또 다른 장자연이 계속 나올 것이다. SBS는 장자연과 공개된 편지 필적이 같다고 했는데, MBC는 장자연의 편지를 제공한 지인이 정신병자같다는 경찰측 입장을 보도했다. 같은 방송사라도 동일 사안에 대한 보도가 조금 다르다.

그래서 그런가? SBS가 회심의 한 방을 또 터트렸다. 고 장자연이 편지에서 그녀 말고도 접대를 강요 당한 연예인이 또 있다고 밝힌 것이다. 그녀의 선배 연예인 A씨도 장자연 못지 않게 강요 접대로 고생했으며, B씨도 원치 않은 자리에 참석할 것을 강요당했다고 하는데, 이중에는 연예지망생 10~20대 초반도 많았다고 한다. 장자연이 언급한 연예인 A, B씨는 같은 소속사일 가능성이 크다. 장자연 소속사 연예인을 보니 최진실, 정다빈, 유니 등이다. 이들 모두 공교롭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왜 유독 장자연 소속사 여배우들의 자살이 많을까? 이 문제에 대해서 검찰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 그렇다면 SBS는 왜 2년이 지난 지금 '장자연리스트'를 다시 꺼냈을까? 항간에는 지금 온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정치자금법 날치기 통과에 대한 여론 물타기용이다', 'SBS와 보수언론사간의 싸움이다' 등 여러가지 말들이 많다. 이 또한 루머라고 생각되지만,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장자연을 두 번 죽이는 것이는 것과 같다. 성접대로 비참하게 죽은 것도 한이 되는데, 2년 만에 똑같은 논란으로 그녀를 다시 살려서 또 죽이는 것이다. 한 번 죽는 것도 억울한데 장자연을 두 번이나 죽일 수는 없다. 실정법상으로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경찰, 검찰, 법원 등에서 공정한 법집행이 불가능해서 국민들의 인권과 법익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국회가 나서 국정조사나 특검을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 장자연의 편지에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부모님 제삿날에도 성상납을 위해 불려갔다는 내용이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연예계에 뛰어든 그녀는 홀로 힘들고 두려운 강요 접대를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호사가들은 '연예계에서 뜨려면 그 정도는 감수하고 간 것이 아니냐?'고 입방아를 찟기도 하지만 연예인이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그중에는 성상납을 힘들어한 사람들도 많다. 장자연도 그 추악한 기획사 접견실에서 빠져나오고 싶었지만, 위약금 사슬에 묶여 노예생활을 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더럽게 짓밟은 31명의 악마들 만행을 하나 하나 기록해두며 저승에서라도 복수하겠다고 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고 장자연이 자살하지 말고 차라리 살아서 추악하고 더러운 악마 명단을 직접 공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살아있는 31명은 '장자연과 관계가 전혀 없다'고 하니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장자연이 남겨놓은 편지에는 31명의 가해자를 분명히 밝히고 있는데, 검찰의 수사결과를 보면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 이것 때문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이다. 사실 31명의 명단은 이미 세상에 떠돌아 밝혀진 것과 다름이 없다.


구천을 떠돌던 장자연의 영혼이 2년 만에 다시 나타난 것은 '정치자금법' 여론 물타기용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일단 이번 기회에 추악한 악마 31명에 대한 재수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검찰은 무디어진 정의의 칼날을 바로 세워 추상같은 재수사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SBS는 이틀에 걸쳐 장자연리스트의 실체를 보도했는데, 정작 31명의 명단은 발표하지 않고 있다. 31명 중 언론사 관계자가 있어서 그런가? 가재는 게편인 듯한 보도를 하고 있는데, 어차피 논쟁을 다시 점화시킨 것이라면 불을 확실히 지펴야 한다. 끝내 31명의 명단을 밝히지 않는다면 변죽만 올리다 끝나는 꼴이 되고 만다. '장자연리스트'는 단순히 연예인 성상납 문제가 아니라 이제 이 땅에 정의가 살아있는지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SBS에서 보도한 고 장자연의 자필 편지와 성접대 접견실을 보니 딸을 키우는 부모로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고 장자연양, 그곳에서 얼마나 울었을까? 얼마나 수치스러웠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얼마나 억울했으면 복수를 부탁하고 죽었을까? 죽은 장자연의 한을 풀어주는 것은 산자의 몫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