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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비평

배우 문성근 1인시위, 박수 보내는 이유

by 카푸리 2011.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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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장자연리스트'로 연일 떠들썩하다. 2년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등장한 장자연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들이 하나 둘씩 들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일에 가려졌던 추악한 모습들이 드러날 때마다 더러운 냄새가 진동하는 듯 하다. 썩은 연예계 커넥션에 대중들의 분노 또한 극에 달한다. 언론과 재계, 연예계 실력자들의 이름이 SNS를 통해 그대로 드러나는 마당에 댓글로 비난을 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기는 힘들다. 후환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배우 문성근이 장자연을 대변해 1인시위에 나선 사진을 봤다. 그것도 보수 최고의 언론 조선일보사 앞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다.

문성근이 들고 있는 피켓 문구를 보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 정말 미안합니다. 장자연님....' 어디 문성근만 미안할까? 그녀에게 성접대를 강요한 31명의 악마들을 빼고는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장자연리스트는 연예계의 썩은 살을 도려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연예단체 등에서는 나서지 않고 있다. 2년 만에 재점화된 장자연 사태에 두 팔 걷어부치고 나서야 할 사람들은 연예인이다. 그들 스스로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나서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많은 연예인들이 나서지 않을까? 한 마디로 연예인의 생명을 단축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은 방송 권력자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나설 사람은 나서고 있다. 바로 김제동과 김여진이다. 김제동은 민감한 시국 현안이 생길 때마다 트위터를 통해 한마디씩 했다. 얼마 전 모 정치인의 황당한 침출수 퇴비 발언때 '생매장 되는 순간에도 새끼에게 젖을 물리던 소와 돼지들에게 감히 퇴비가 되라고 할  있습니까?'라며 대중들의 마음을 속시원하게 해주었다. 배우 김여진은 홍익대 청소경비시설 해고 노동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집회를 할 때 직접 참여하며 이 문제를 세상에 알리기도 했고, 이번 장자연리스트에 대해서도 트위터를 통해 철저한 사건 재수사를 촉구했다.

김제동이나 김여진처럼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연예인을 우리는 '소셜테이너'(사회참여 연예인)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상이 변해 연예인에 대한 영향력이 큰 요즘은 이런 소셜테이너들이 많아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회당 출연료가 1천만원이 넘는 스타들 중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생길 때 트위터 등을 통해 입장 표명하는 것을 보기 힘들다. 그들이 스타가 된 것은 따지고 보면 대중들의 사랑 때문인데, 정작 대중들이 어려울 때는 나서지 않는다. 머리카락 보일까 뒤로 꼭꼭 숨는다.


물론 강요되어서는 안된다. 연예인의 사회참여 방법이 거리에 나가 피켓들고 시위하거나 트위터를 통해 입장을 표명하는 것 말고도 많다. 불우이웃을 위한 기부금을 낸다거나 사회 봉사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번 '장자연리스트'의 경우는 좀 다르다. 연예인 그들 자신들 얘기라는 것이다. 연일 정치권과 사회 각계 각층에서 '재수사 촉구',' 관련자 처벌' 등을 외치고 있는데, 가만히 있자니 뒤가 좀 가려울지 모른다. 모든 국민들이 공분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연예인들이 혹시 속으로 고민하고 있을지 모른다.

만약 이럴 때 유재석, 강호동, 이승기 등 톱스타들이 함께한다면 그 파급력은 어마 어마 할 것이다. 배우 문성근은 유재석, 강호동 등의 대 선배다. 선배가 외롭게 1인 피켓 시위하는 것을 보면서 참여하진 못해도 미안한 감정이라도 가져야 한다. '꼭 복수해달라!'며 피지도 못하고 죽은 후배 장자연과 마음은 있어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수많은 후배들을 위해 나선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문성근의 '1인시위' 사진을 보고 '관심' 받기 위해 나선 것이라 매도하지만, 이는 문성근의 충정을 몰라주는 것이다.


누구라도 장자연의 억울한 죽음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 문성근의 1인 시위는 용기라기 보다 후배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껴 나선 것이라고 본다. 참여정부때 장관도 지냈고, 선배로서 후배들이 잘못된 길을 가지 않도록 인도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도 포함돼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트위터를 통해 장자연리스트에 대한 검찰의 재조사 촉구 등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대중들의 지지와 성원을 쉽게 받을 수 있다. 만약 이번 장자연리스트와 관련해 소셜테이너가 되는 연예인이 있다면, 방송에서 팽 당할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국민이 하늘이고, 그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따를텐데, 두려워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인기를 의식해서 얄팍한 계산을 갖고 참여한다면 아예 참여하지 않는 게 낫다. 연예계의 뿌리깊은 관행, 그 추악함을 일소하기 위해 나선다면 외롭게 서있는 문성근과 함께하면 된다. 그리고 침묵하는 연예인협회도 깨어나야 한다.

이번에도 '장자연리스트'가 냄비근성처럼 잠시 들끓었다가 잊혀져 버린다면 연예계의 추악함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땅에 수많은 무명 배우들을 위한 희망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가 피켓을 들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31명의 악마들과 리스트에 없는 또 다른 악마들이 벌벌 떨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고 장자연과 후배들을 위해 죄인의 마음으로 1인 시위에 나선 문성근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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