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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비평

오종혁 해병대 입대,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

by 카푸리 2011.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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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연예계 화제는 단연 현빈의 해병대 자원입대였다. 현빈은 다음 주 종영을 앞두고 있는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까도남', 주원앓이' 등 온갖 유행어를 남기며 대한민국의 여심을 발칵 뒤흔들어 놓았다. 데뷔 후 현빈은 지금이 최고의 전성기다. 연예인의 인기는 물거품과 같아서 한창 물이 오를 때 한 몫 단단히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병역을 미루면서까지 활동하는 경우도 많은데, 해병대 입대라니... 대중들은 조금 어안이 벙벙했지만 이내 '잘했다', '최고, 최선의 선택이다'며 그에게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현빈 말고도 해병대 자원입대하는 연예인이 또 있었다. 바로 클릭비 맴버 오종혁이다. 그런데 오종혁은 현빈에 가려져 대중들의 시선을 받지 못했다. 현빈의 자원입대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전여옥의원이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며 극찬했고, 해병대 선배이자 이정을 양아들로 삼은 가수 김흥국은 해병대 선배로서 현빈 입대 전에 개인적으로 격려해주고 싶다'고 했다. 오종혁이 현빈에 비해 인기가 떨어진다고 해도 똑같은 해병대 입대인데 전여옥의원과 김흥국은 왜 오종혁에 대해선 한 마디 안할까?


전여옥의원이 현빈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고 했는데, 왜 '노블리스 오블리주'라는 말을 사용했을까? 전의원의 글에 많은 네티즌들이 반감을 갖은 것은 그만큼 정치권이나 연예계에서 병역면제자나 기피자가 많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프랑스말로 귀족의 의무를 뜻한다. 보통 부와 권력, 명성이 있는 사회지도층은 그에 따른 책임도 다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현빈은 명성이 있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병역의무도 떳떳하게 자원했기 때문에 노블리스 오블리주라는 말을 써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사람은 오종혁이다. 

글쓴이는 오종혁 부친과 두 번이나 근무를 같이 했다. 해병대 자원 입대와 관련해 온통 현빈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시선을 받아야 할 오종혁이 가려지는 것 같아 몇 번을 망설이다가 글을 쓰게 됐다. 행여 이 글이 오종혁과 그의 부친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지만 장한 아들로 성장한 오종혁군을 위해 글을 발행하기로 했다. 우선 오종혁 부친 얘기부터 하자. 그의 부친은 육군 장교 출신으로 예편 후에는 군교육기관에서 교수로 재직하다가 지난 2008년 퇴직했다. 정년이 5년 정도 남았는데,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다며 스스로 나간 것이다. (일부 보도는 부친이 국방대 교수라고 했는데, 사실과 다르다.) 남들은 조금 더 버티려 할 때 과감한 용퇴를 결정한 것이다.


오종혁부친은 군교수로 재직시 군인아파트에서 살았는데, 퇴직을 했기 때문에 군아파트에서 나가야했지만 관리비조차 제대로 내지 못할 정도로 생활이 어려웠다. 그만큼 군대생활하는 동안 청렴결백하게 살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데도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스스로 군교수직을 그만둔 오종혁부친의 용퇴에 당시 많은 후배들이 감동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오종혁은 '강심장'에 출연해 '군입대전 부모님께 번듯한 집 한 채 마련해주고 싶다'는 소박함 바람을 피력했다. 오종혁도 클릭비 해체 후 찜질방에서 6개월을 살 정도로 어렵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그가 왜 부모님께 집 한 채를 마련해주고 싶다고 했는지는 당시 밝히지 않았는데, 이런 숨은 비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오종혁은 전후방을 떠돌며 군대와 군인 아저씨들을 늘상 보며 자랐다. 남자들은 군대를 제대하면 그 방향으로 소변도 보지 않겠다는 농담을 하는데, 오종혁은 군인인 아버지 영향을 받아 오래 전부터 해병대 자원입대를 결심했다. 부친도 장교의 길을 청렴결백하게 걷고, 대를 이어 아들도 그 힘들다는 해병대, 그것도 해병 중의 해병 수색대에 자원했다. 현빈의 해병대 입대, 물론 칭찬 받을 일이다. 그러나 전의원의 말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라는 말은 현빈보다 오종혁에게 더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우리 사회에 '병역의무' 만큼 민감한 문제가 또 있을까?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자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숙명지만 이 숙명을 피해 패가망신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군대 중 해병대는 힘들기로 유명해서 왠만큼 독한 마음을 먹지 않으면 결심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주 '강심장'에서 이정은 유승호가 해병대에 가고싶다고 했다면서 그가 해병대 가면 2,000% 울게 뻔하다고 했다. 이정도 해병대 입대 후 세 번이나 눈물을 쏟으며 후회했다고 한다. 그만큼 해병대는 힘들고 어려운 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떤가? 해병대는 커녕 군대를 면제받고 오히려 출세한 사회지도층, 그리고 군대를 어떻게든 가지 않으려고 술수를 쓰거나 연기할 때까지 버티는 연예인들, 어디 그뿐인가? 가능한 공익으로 빠져 편하게 군대를 떼우려는 일부 청년들에게 오종혁의 해병대 수색대 입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종혁이 해병대 수색대원이 되면 귀신잡는 해병뿐만 아니라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과 현빈이 말했던 사회지도층의 면모를 과시할 것이다. 현빈도 멋지지만 오종혁이 몇 배 더 기특하다.


오종혁의 해병대 입대를 보면서 그의 부친이 생각났다. 이런 얘기까지 해야 하는지 고민했는데, 어차피 말이 나온 김에 비화를 하나 더 전한다. 오종혁부친은 군교수 퇴직 후 생활고로 양재동 화원에서 일했다. 교단에 서다가 화원에서 일하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이런 훌륭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오종혁이기 때문에 비록 연예인이지만 반듯하게 자랐다. 그래서 오종혁의 해병대 자원 입대는 선택이 아니라 어쩌면 숙명처럼 받아들였는지 모른다. 오종혁과 부친이야 말로 우리 사회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사람이다. 우리나라에 오종혁부친같은 사람이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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