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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밤이면', 이경실의 불편했던 이혼토크

by 카푸리 2010.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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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형식으로 진행되는 '밤이면 밤마다'(이하 '밤이면' 표기)가 방송 2회만에 유재석의 '놀러와'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밤이면'이 기존의 토크쇼와는 달리 출연자들의 숨겨진 사생활 캐내기가 한 몫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심장'이 인기를 끈 것도 한 번도 공개하지 않은 충격적인 토크가 먹혔기 때문이 아닌가? 따라서 '밤이면'에 출연하는 게스트들은 뭔가 강한 얘기를 꺼내야 하는데, 잘못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바로 그 독에 조영남-이경실이 걸려들었다.

토크쇼에서 잘해야 본전인 얘기가 이혼토크다. 이혼은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좋게 들릴 수 없다. 조영남과 이경실은 잘 알다시피 이혼 경력이 있다. 방송에서 자주 얘기도 됐고, 그로 인해 비호감을 사기도 했다. 그런데 어제 '밤이면'에서 이경실이 '조영남과 이혼을 퉁쳤다'고 표현한 것은 성스러운 결혼을 너무 가볍게 여긴 불편한 얘기였다. 어떻게 결혼을 퉁쳐서 날려버릴 수 있는가?


이경실의 첫 번째 결혼 때 조영남이 사회를 봤고, 조영남의 두번째 결혼식 사회는 이경실이 봤다. 이런 인연을 토크주제로 삼은 이경실은 조영남도 이혼 경력이 있고, 자신도 이혼경력이 있기 때문에 '서로 이혼을 퉁친거다'고 너스레를 떨었는데, 이경실로서는 실언이었다. 결혼과 이혼 얘기는 토크쇼 주제로 나올 수 있어도 희화화해서는 안된다. 잘못 들으면 결혼을 장난으로 들리게 할 수 있는 말이다.

'퉁치다'는 말이 어떤 뜻인가? 화투판(고돌이)에서 화투패를 띠지 않고 그냥 돌리게 할 때 '퉁'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아무렇게나 나오는대로 패를 갖게 하는 방식이다. 즉, 생각없이 패를 돌릴 때 '퉁치다'고 한다. 빚진 것을 없는 것으로 하자고 할 때도 '퉁치자'고 한다.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말이지만 많이 쓰이고 있다. 진중하지 못하고 가볍게 쓰이는 말인데, '이혼'에 비유를 했다. 이혼이란 결혼과 반대로 부부가 최악의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갈라서게 되는 경우인데, 이를 '퉁치다'로 가볍게 비교했다.


아무리 토크쇼라고 해도 방송에서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다. 방송 경력 20년이 넘은 이경실이 앞뒤 가리지 않고 말을 하기 때문에 최근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다. 이경실이 조영남과 친한 사이인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이혼을 가볍게 보는 얘기를 방송에서 꺼리킴없이 해서는 안된다. 안그래도 이혼률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 이경실 말은 이혼을 가볍게 여기고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이혼은 자랑거리가 못된다. 부끄러워 해야한다. 친한 친구 사이라도 조심스럽게 꺼내야 하는 얘기를 방송에서 '퉁치다'로 가볍게 얘기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연예뉴스는 이경실을 '쿨하다'고 했는데, 정말 이경실이 쿨하다면 왜 댓글에 비난을 받을까? 이경실의 이혼과정은 야구방망이로 맞은 사연이 있고, 조영남은 불륜때문에 이혼을 하지 않았던가? 이런 부끄러운 이혼과정을 부끄러움 없이 방송에서 하는 것은 개념을 안드로메다에 갖다 버린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요즘 '무개념' 연예인이라는 말이 나오는 거다. 이혼이 죄는 아니지만 전남편도 있고, 자녀들도 있는데 '퉁치다'로 가볍게 여기는 것은 이를 보는 청소년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경실의 이혼토크는 한 마디로 천박하고 싼티나는 최악의 토크였다. 듣기에 거북할 정도였으니까.

세상이 바뀌어서 요즘은 방송에서 이혼도 깔깔대고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시대인지 모르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 이혼에 대한 관념은 부정적이다. 토크쇼에서 이혼을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한다면 이는 잘못된 연출이다. 방송의 부작용이란 얘기다. 언론의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을 하고 있는 거다. '밤이면'이 시청률에서 '놀러와'를 위협할지 몰라도 토크의 질적인 수준에서는 너무 큰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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