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형식으로 진행되는 '밤이면 밤마다'(이하 '밤이면' 표기)가 방송 2회만에 유재석의 '놀러와'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밤이면'이 기존의 토크쇼와는 달리 출연자들의 숨겨진 사생활 캐내기가 한 몫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심장'이 인기를 끈 것도 한 번도 공개하지 않은 충격적인 토크가 먹혔기 때문이 아닌가? 따라서 '밤이면'에 출연하는 게스트들은 뭔가 강한 얘기를 꺼내야 하는데, 잘못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바로 그 독에 조영남-이경실이 걸려들었다.

토크쇼에서 잘해야 본전인 얘기가 이혼토크다. 이혼은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좋게 들릴 수 없다. 조영남과 이경실은 잘 알다시피 이혼 경력이 있다. 방송에서 자주 얘기도 됐고, 그로 인해 비호감을 사기도 했다. 그런데 어제 '밤이면'에서 이경실이 '조영남과 이혼을 퉁쳤다'고 표현한 것은 성스러운 결혼을 너무 가볍게 여긴 불편한 얘기였다. 어떻게 결혼을 퉁쳐서 날려버릴 수 있는가?


이경실의 첫 번째 결혼 때 조영남이 사회를 봤고, 조영남의 두번째 결혼식 사회는 이경실이 봤다. 이런 인연을 토크주제로 삼은 이경실은 조영남도 이혼 경력이 있고, 자신도 이혼경력이 있기 때문에 '서로 이혼을 퉁친거다'고 너스레를 떨었는데, 이경실로서는 실언이었다. 결혼과 이혼 얘기는 토크쇼 주제로 나올 수 있어도 희화화해서는 안된다. 잘못 들으면 결혼을 장난으로 들리게 할 수 있는 말이다.

'퉁치다'는 말이 어떤 뜻인가? 화투판(고돌이)에서 화투패를 띠지 않고 그냥 돌리게 할 때 '퉁'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아무렇게나 나오는대로 패를 갖게 하는 방식이다. 즉, 생각없이 패를 돌릴 때 '퉁치다'고 한다. 빚진 것을 없는 것으로 하자고 할 때도 '퉁치자'고 한다.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말이지만 많이 쓰이고 있다. 진중하지 못하고 가볍게 쓰이는 말인데, '이혼'에 비유를 했다. 이혼이란 결혼과 반대로 부부가 최악의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갈라서게 되는 경우인데, 이를 '퉁치다'로 가볍게 비교했다.


아무리 토크쇼라고 해도 방송에서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다. 방송 경력 20년이 넘은 이경실이 앞뒤 가리지 않고 말을 하기 때문에 최근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다. 이경실이 조영남과 친한 사이인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이혼을 가볍게 보는 얘기를 방송에서 꺼리킴없이 해서는 안된다. 안그래도 이혼률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 이경실 말은 이혼을 가볍게 여기고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이혼은 자랑거리가 못된다. 부끄러워 해야한다. 친한 친구 사이라도 조심스럽게 꺼내야 하는 얘기를 방송에서 '퉁치다'로 가볍게 얘기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연예뉴스는 이경실을 '쿨하다'고 했는데, 정말 이경실이 쿨하다면 왜 댓글에 비난을 받을까? 이경실의 이혼과정은 야구방망이로 맞은 사연이 있고, 조영남은 불륜때문에 이혼을 하지 않았던가? 이런 부끄러운 이혼과정을 부끄러움 없이 방송에서 하는 것은 개념을 안드로메다에 갖다 버린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요즘 '무개념' 연예인이라는 말이 나오는 거다. 이혼이 죄는 아니지만 전남편도 있고, 자녀들도 있는데 '퉁치다'로 가볍게 여기는 것은 이를 보는 청소년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경실의 이혼토크는 한 마디로 천박하고 싼티나는 최악의 토크였다. 듣기에 거북할 정도였으니까.

세상이 바뀌어서 요즘은 방송에서 이혼도 깔깔대고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시대인지 모르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 이혼에 대한 관념은 부정적이다. 토크쇼에서 이혼을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한다면 이는 잘못된 연출이다. 방송의 부작용이란 얘기다. 언론의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을 하고 있는 거다. '밤이면'이 시청률에서 '놀러와'를 위협할지 몰라도 토크의 질적인 수준에서는 너무 큰 차이가 난다.

Posted by 카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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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독한캐릭터 설정도 어느정도 치고 빠져야 하는데,, 요즘 너무 심하게 나가는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ㅋㅋ

  2. 그럼 완전 죽을 죄 진 것 처럼 입 밖에 꺼내놓지도 말리?
    자기가 자기 얘기해도 손가락질 하니ㅉㅉ 뭘 그렇게 죽을 죄라고--

  3. 식인토끼 2010.11.23 20:20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외국 영화배우들도 이혼한 사람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굉장히 옛날 사고 방식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4. 이상하게도 이경실은 좋은 눈으로 봐지지가 않아요.
    특별히 잘못하는 것은 없는데...

  5. 화투에서의 퉁도 있긴 하지만
    보통 퉁치다 라고 하면 같은것 혹은 비슷한 걸로
    서로 상쇄하다 라는 의미의 속어로도 많이 쓰여요.
    '니가 전에 술 산거 오늘 내가 비싼 밥으로 사니 퉁치자' 라거나
    '너 약속시간에 10분 늦은거, 니가 커피 사면 퉁쳐줄께' 정도로요.
    즉 이경실이 말한 퉁치다의 의미는 서로의 결혼식에서 서로 사회를 봐줬으니
    서로 갚을 게 없이 상쇄됐다는 의미가 되는 거죠.

  6. 부끄러운...? 2010.11.24 05:40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저도 이혼을 가볍게 얘기해아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혼과정'을 말씀하시면서 조영남씨는 그렇다 쳐도 야구방망이로 맞은 '부끄러운' 이혼과정이라하신 것은 읽으며 흠짓 놀랐네요. 구타로 인해 이혼하게 된 사연을 부끄럽다고 하시는 것은 조금 신중치 못하셨던 것 같네요.

  7. 흠..

    저 사람들이 개념이 없어서 이혼 얘기를 쉽게 꺼낸다고 생각되진 않네요.

    제가 당사자라면, 외롭고 우울함이 더 크면서, 한편으론

    과거를 잊기위해 웃음으로 표현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같아도 저렇게 했을것 같네요. 글쓴분이 조금 보수적인면도 있고요

    겉으로 강한말을 꺼냄으로써. 내면의 약함을 자기 스스로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으려하는것처럼 보이네요..

  8. 이경실은 싫지만.. 2010.11.24 12:00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신성이라는 것에 대한 반감이 더 큽니다.

    신성이라는 것의 의미는 뭡니까?

    세상에 신성한 것은 무엇입니까?

    신성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 받아야 합니까?

    신성은 곧 우상화 아이돌과 다름 없습니다.

    현실과 실제를 직시하고 그에 대해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결혼 후 이혼이라는 제도가 불법이 아니며

    현재 50%에 가까운 이혼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분명 이혼률의 높음은 좋지 못하나

    이를 무조건 이혼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접근해서는 문제가 있습니다.

    왜 이렇게 이혼률이 높은가?를 보는 입장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댓글 달아봅니다.

  9. 아뇨 잘못이해하신것 같습니다

    이혼을 퉁친게 아니죠 -0-

    제대로 보셧다면 그렇게 이해하시면 안됩니다

    이경실은 조영남의 사회를 봐줬고

    조영남은 이경실의 주례를 봐줬죠

    근데 보통 사회나 주례는 (사회는 그렇다 치고 특히 주례는)

    화목하게 가정을 꾸린사람들이 서주는게 보통입니다

    근데 조영남이 이혼경력이 2번이나 있는데 이경실의 주례를 봐줬다는게 방송에서

    나왔구요

    조영남에게 혹시 이혼한주제...어쩌구 불똥튈까봐

    이경실씨가 저도 이혼경력 있는데 사회를 봐줬다 그러니 그걸로 퉁친거다

    이렇게 이해하셔야죠; 이혼을 퉁치다뇨

  10. 남들이뭐라할께아니구정작아픔을겪은사람들은저들본인입니다그럼에도그아픔을

  11. 희화시킬때이사람들의맘은헤아려보셨는지이미알려진바남들에겐가쉽꺼리밖에되지않을자기아픔들을힘들다말하지못하고본인조차우습게표현해야만한단걸생각한다면우린남의아픔을그냥아무렇지않게얘기하며왈가왈부하는..그런우리가당사자보다더못한사람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