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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좋아

김연아가 아사다 마오에게 패한 이유

by 카푸리 2008.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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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경기 보고 새벽까지 잠 못 주무시는 분들 정말 많았던 것 같습니다.
김연아선수에 대한 아쉬움이야 본인이 물론 가장 크겠지만, 경기를 지켜본 국민들 또한 똑같을 겁니다. 경기가 끝난후 블로그뉴스에는 '김연아, 2등이어도 좋다!', '그녀의 표정연기 대한민국을 녹이다!'는 등 주로 김연아선수가 그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격려와 칭찬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글에 저는 전적으로 동감하면서 김연아가 이번 경기가 끝이 아니라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 등 앞으로 계속 마오와 경쟁할 수 밖에 없는 대결구도라 이번 경기에서 마오에게 금메달을 내준 이유를 냉철하게 분석해 보았습니다.

첫째, 숏트 프로그램에서 점수차를 벌리지 못했다.
김연아는 규정종목인 숏트 프로그램 세계신기록 보유자입니다. 이 종목에서 마오와의 점수차를 크게 벌리지 못하고 불과 0.56점 차이밖에 내지 못했습니다. 김연아가 숏트에서 실수한 것은 그녀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트리플 러츠였고, 여기에서 큰 점수(5~6점)를 잃고 감점까지 받은 것이 가장 큰 패인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김연아가 숏트에서 정상적인 경기를 펼쳐 5점 차이만 냈더라도 마오와의 총점 차이 2.31점을 극복할 수 있었을 겁니다. 숏트에서의 뼈 아픈 실수 한번이 곧 우승을 넘겨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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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가 숏트프로그램에서 점수차를 벌여놓았다면 프리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을 것이다. )

둘째, 코치진의 전략이 승패를 결정지었다.
마오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필사즉생이라는 각오로 내세운 무기가 바로 트리플악셀입니다. 그녀는 숏트에서 점프의 교과서라는 김연아와 최소한의 점수차를 내고, 프리에서 트악으로 뒤집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나온 것입니다. 이에 반해 김연아는 정석대로 기본기를 충분히 살리면 가산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마오를 능가할 수 있다는 다소 안일한 생각을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마오는 김연아를 이기기 위해서는 점수배점이 높은 점프를 프로그램에 많이 넣어 공격적인 구성을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점프에서 한번 실수해도 트리플악셀이라는 고난도 기술로 승부를 걸은 것이 적중했고, 결국 브라이언오셔 코치(김연아 코치)는 타라소바(마오 코치)여사에게 전략에서 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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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축구로 비교해서 말하면, 1:0으로 이기고 있다고 지키는 축구, 수비위주 축구를 하다가 오히려 동점골, 역전골을 먹고 경기를 그르치는 것을 종종 봤습니다. 우리 김연아는 정석 점프로 지키는 축구를, 마오는 트리플악셀 점프로 공격적인 축구를 해서 결국 역전시킨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셋째, 국내대회라는 심리적 부담감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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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여러 스포츠기자들과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지적된 문제지만, 저는 이 문제를 역으로 생각해서 김연아가 정신적으로 마오에게 졌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마오는 한국 관중들의 일방적인 김연아 열기에 주늑이 들기보다 오기가 발동해서 죽기살기로 경기를 했을 것이고, 반대로 김연아는 열광적인 응원에 본인 인터뷰대로 다소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은 김연아가 정신적으로 이미 상당히 위축된 채 플레이를 했고, 이 부분이 결국 김연아가 좀처럼 실수하지 않는 트리플살코 점프 실수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관중들의 응원열기를 부담으로 느낀 것 자체를 뒤집어 보면 정신적으로 지고 들어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언론의 지나친 설레발 보도태도 입니다. "그랑프리 3연패 기대", "꿈의 200점 돌라", "마오를 넘어서라!" 등 너무 앞서가는 보도에 18살에 불과한 응석받이 소녀 김연아가 받는 부담은 역대 어느 대회보다 컷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물론 언론에서는 기대섞인 보도라고 변병하겠지만 종종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이런 보도가 오히려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경기 전망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포츠신문들이 "예상도 못하냐?"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예상도 때로는 자제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넷째, 얼음마루 링크에 적응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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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고양시 얼음마루 링크에서 이번 대회전에 한번도 연습을 해보거나 경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마오는 올해초 4대륙대회(고양시 얼음마루)에 참가한 바 있어 김연아보다 링크 적응면에서 다소 유리했을 겁니다. 이것은 김연아에게 홈 경기에 대한 잇점이 별로 없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또한 김연아는 국내보다 해외(주로 캐나다)에서 연습을 하고, 국내대회는 잘 뛰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국내링크를 안방처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습니다.

그밖에 경기외적인 요소도 작용했다.
중계방송 주관사인 SBS의 근접취재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사실 이 문제는 딱히 SBS가 부담을 주었다, 안주었다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SBS는 취재가 허용이 되는 대기실 복도에서 중계를 위해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하는데, ENG카메라가 선수를 향해 찍을 때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해도 18살 김연아가 느끼는 부담은 다소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인터뷰때 나온 예기지만 감기에 걸린점, 부츠가 발에 잘 맞지 않은 점 등도 경기력을 저하시킨 요인들입니다. 이런 여러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과가 나쁜 쪽으로 시너지효과를 내어 우승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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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과를 예상한 사람들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

대회가 끝났으니 김연아는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 연습을 할 것입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정신력을 좀 더 가다듬고, 오셔 코치는 마오를 넘어서기 위해 김연아도 트리플악셀 등 고난도 점프를 프리에 적용해서 마오와 상대해야 할 것입니다. 기본점프로 가산점을 받는 시대는 이미 지난 듯 합니다. 제가 심판이라도 누구도 시도하지 않는 희귀한 기술, 트리플악셀을 하는 선수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요? 김연아 선수 고생했고, 누구보다 연습도 많이 한 것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김연아선수에게 마냥 잘했다고 감싸기만 하기엔 그녀 나이가 너무 어립니다. 즉 그녀는 아직도 한국 피겨를 대표해서 4대륙 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2월) 등 각종 국제대회에 나가고, 앞서 말씀 드린 대로 2010년 벤쿠버 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마오와 피할 수 없는 대결을 벌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회의 눈물을 닦고 다시 일어나는 김연아선수의 당찬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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