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는 더 이상 없었다! 일본 선수들은 연신 헛방이질만 해대고 무언가 홀린 듯 했다.
패배가 확정된 후 하라감독과 이치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한일전을 지켜본 야구팬들 뿐만 아니라 국민들 모두 통쾌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하라감독과 이치로의 코를 납작하게 해준 한국 야구팀의 저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 문제는 한마디로 ‘이것이다!’라고 단정짓기 힘들다.

WBC 야구를 그저 즐겁게 지켜보고 있는 미국 야구팬들이 한국야구를 ‘도깨비 야구’라고 한다. 그러나 이 말에 대해 필자는 동의를 못한다. 한국야구는 도깨비 방망이를 휘둘러서 얻은 4강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갖고 있지만 못한 끈끈한 정으로 똘똘 뭉친 ‘형제야구’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형제는 피를 나눈 사이다. 그만큼 형과 아우는 스스럼이 없으며 형은 동생을, 동생은 아우를 서로 이끌고 밀어준다. 이런 형제들을 믿고 맡기며, 늘 자상한 성품으로 지도하는 아버지같은 김인식감독의 리더십은 일본전에서도 위기때마다 더욱 빛났다.

작년 2008년 베이징올림픽때 우리나라가 전승으로 결승에 올라 아마 야구 최강 쿠바까지  우승했을 때 포스마스크를 벗고 정대현 투수에게 다가가 기쁨에 겨워 어쩔 줄 모르던 선수가 바로 진갑용선수이다. 그는 주심에게 항의를 하다 석연치 않은 퇴장을 당한 강민호선수를 대신해 포스마스크를 썼다. 진갑용에게 한국야구의 올림픽우승은 다른 그 어떤 선수보다 벅찬 감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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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갑용 선수가 부산 모 향토사단에서 군대생활을 했다. 그때 진갑용선수를 부하로 데리고 있던 A중대장이 필자의 후배다. 진갑용선수가 올림픽 우승후 그 중대장을 인사차 찾아갔을 때 필자도 함께 저녁을 먹으며 술 한잔을 했다. 그때 진갑용선수가 들려준 한국 야구팀의 저력은 한마디로 ‘형제야구’ 였다.

서양과 달리 우리 한국은 동양 특유의 끈끈한 혈연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외국대회에 출전할 때 가장 차이가 나는 것이 바로 잠자리다. 메이저리거가 포함된 미국과 멕시코 등은 통상 1인 1실을 사용한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은 2인 1실을 기준으로 한다. 물론 경비절약 차원도 있지만 군대시절 고참-신참 전우조 짜듯이 방을 배정하기 때문에 선후배간에 돈독한 정은 물론 고참 선수가 후배선수들을 지도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미국선수들과 메이저리그급 선수들이 포함되어 있는 다른 나라는 모두 1인 1실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만큼 '개인주의'가 기본 베이스라는 얘기다. 일본도 물론 동양권 나라지만 한국선수들에게 비해 선수들간 단합과 단결이 잘 되지 않고 있다. 이치로 등 메이저리거들이 후배선수들을 한국의 고참 선수들만큼 잘 챙겨주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가난했던 사람이 갑자기 돈을 벌었으면 없는 사람 잘 쳐다보지 않듯이 후배들에게 눈 길도 잘 주지 않는 것이다. 일본은 한국에 비하면 모래알같은 팀이다.

이런 팀 분위기 때문인지 한일 양팀의 야구감독이 팀컬러도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김인식감독은 한 집안의 아버지처럼 편안하다. 아버지는 자식들의 능력을 믿고 맡겨둔다. 아들들은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소신껏 경기한다. ‘실수해도 다음에 잘하면 되지’ 하는 생각에 부담이 없다. 야구라는 것이 다른 스포츠에 비해 심리적인 면이 많이 작용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미 일본은 심리전에서부터 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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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본 하라 감독은 엄한 아버지 같다. 하라 감독 자신이 일본 야구 강타자 출신인데다 요미우리라는 최고팀을 이끌고 있어서 엘리트 의식이 강하다. 프로는 프로답게, 프로답지 않은 선수는 하라 감독 밑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선수들은 단 한 번의 실수라도 해서는 안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그래서 더 실수가 나오는 것이다. 오늘 한일전 4강 대결에서 일본이 1회말 저지른 에러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속에서 나온 실책이다. 이 실책 하나가 결국 한일전의 승부를 가른 단초가 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진갑용선수가 들려준 2008 베이징올림픽 우승 비화 한가지를 소개한다. 당시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9회말 1사 만루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김경문감독은 투수교체를 고려했다. 포수마스크를 쓰고 있던 진갑용은 김경문감독에게 정대현을 추천했다.

그런데 김감독은 진갑용의 추천대로 정대현을 구원투수로 내보냈다. 진갑용은 진짜 정대현이 나오자 “아차~! 실수했다. 이거 정대현 때문에 지면 모든 책임이 다 내게로 돌아오는데, 큰일이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당시 진갑용선수는 쿠바의 9회말 마지막 공격이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이었다고 한다. 결과가 좋았길래 망정이지, 만약 잘못되었더라면 진갑용은 두고 두고 마음의 빚을 지고 살았을 것이다. 진갑용 선수는 오늘 한일전을 보면서 역시 한국의 '형제야구'가 강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어쨌든 오늘 기분 좋은 한일전 승리로 퇴근후 기분 좋은 한 잔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인다.

Posted by 카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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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국야구짱 2009.03.18 16:08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이런 비화도 있었군요.
    역시 한국팀의 끈끈한 단결력이 한일전 승리의 밑바탕이
    되었다는데 동의합니다. 내친김에 우승까지 화이팅!!~

  2. 야구 이기자마사 여기저기서 이겼다면서 문자가 속속 날라오네요.ㅎㅎ
    참으로 통쾌했답니다~

  3. 크게 참고되었기에 인용하고 트랙백 겁니다.

  4.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5. 2인1실? 그거 별로 좋은 문화 아닌데요... 윗사람이나 선배한테나 좋지...
    출장갈때도 2인1실 쓰자는 선배나 상사 만나면 한대 까고 싶음

  6. 음하하 2009.03.19 09:28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김인식 감독님의 리더십과 선수들의 단결력이 4강진출의 가장 큰 요인임에는 분명해 보이나, 몇가지 집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하라감독의 출신과 리더십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는지요?
    엘리트코스를 밟은 선수출신이라 (표현한 것과 같은)강압적인 리더십을 가졌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하라 감독도 일본에서는 김인식감독님과 같은 스타일의 감독으로 통합니다. 부진에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승엽을 끝까지 믿고 신뢰를 보내준 감독입니다. 김인식 감독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WBC에서 김인식감독의 리더십 중 선수를 기용하는 부분(용병술)에서 하라보다 더 나았다고 보여집니다. 그 이상은 없는 것이죠.

    그리고 개인주의라고 표현하는 다른나라 선수단을 , 우리나라의 결과가 좋으니 집단주의의 승리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형제야구가 강했다면 왜 이제서야 좋은 결과가 나타났겠습니까.

    뚜렸한 목표와 집중력, 그리고 단결력의 승리는 분명해보이나 '2인1실'로 대변되는 형제야구의 승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진갑용 선수가 인터뷰에서 그랬죠.

    '마음에 맞는 선수들 끼리 자율적으로 방을 쓰라고 했다'->선후배의 형제애를 강조하기위한 인위적인 방배정은 없었다는 소립니다.

    '마지막에 나와 민재형만 남았다.(농담조였지만) 솔직히 후배들에게 서운했다. 내가 민재형 수발을 다 들었다' ->결국에는 형제가 아니라 시종관계죠.

    형제애라는 미명아래 , 마치 그것이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라도 되는 것인 것처럼 말씀하시는 님의 글에 반박하고 싶었습니다. 그럼..

  7. 하라감독이 엄한 감독이란 부분에 반론을 펴고 싶네요.
    하라감독은 '보살'이란 별명이 있을정도로, 선수를 믿는부분이
    많은 감독입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란 팀이 숨막히게 '신사'가 되라는걸 강요는
    하지만, 호시노나 노무라 식으로 선수에게 엄하게 굴지는 않습니다.

  8. 인연에 연연하는게 가끔 좋은 결과를 내기도 하지만 대부분 사회적 병폐의 원인을 제공하죠...

    우리팀은 일본보다 팀웍(여기에 님이 말하는 끈끈한 형제애 따위를 넣지 마세요)과 실력이 좋아서 이긴겁니다. 다른거 없습니다.

    님이 말이 맞다면 우리팀은 도깨비 팀이 맞는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