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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무한도전, 김태호PD가 텔레파시 특집을 한 이유

by 카푸리 2010.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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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무한도전을 보면서 처음엔 '어! 이건 뭐야?' 했다. 그런데 사방 팔방으로 흩어진 맴버들을 한 곳으로 모이라는 미션을 보고 김태호PD가 왜 '텔레파시' 특집을 했는지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어느새 무한도전 방송한 지가 6년이 지났다. 예능 프로 6년이면 장수 프로다. 유재석, 노홍철, 정형돈을 원년 맴버로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국민예능 소리를 듣는 '무한도전'으로 발전했다. 김태호PD나 맴버들이나 이제 조금씩 매너리즘에 빠질 때인데, 이번 텔레파시 특집은 일종의 '초심'을 찾기 위한 특집이 아닌가 싶다. '텔레파시' 특집을 보면서 '역시 김태호!'란 말이 절로 나왔다.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에 모이면 맴버들은 늘 즐겁다. 오늘은 무슨 미션을 할까? 하는 기대감과 설레임이 얼굴 가득하다. 맴버들이 다 모이면 으례 그렇듯이 김태호PD를 바라본다. 그런데 김PD는 뜬금없이 '서로 얼마나 잘 통한다고 생각하세요?'라고 한다. 맴버들은 잘 통하니까 6년을 버텨왔다며 숫자 1부터 10까지 중 한 숫자를 외치겠다고 한다. '무도' 맴버가 7명이기 때문에 당연히 모두 '7'을 외칠 줄 알았는데, 이게 왠걸? 유재석과 박명수가 '1'을 불렀고, 나머지는 모두 '7'을 불렀다. 유재석과 박명수에겐 '1인자' 자리가 중요한가, 아니면 콤비를 자랑한 걸까? 김태호PD는 아침식사를 겸해 얼마나 잘 통하는지 테스를 해보겠다고 한다. 텔레파시를 이용해 전원이 같은 빵을 선택해야 하는데 만만치가 않다.


한 사람이도 다른 빵을 선택하면 빵을 먹지 못한다. 맴버들은 자신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식성과 취향이 다른 일곱명 모두 똑같은 빵을 선택해야 하는 테스트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미션이었는지 모른다. 미션에 실패했으니 빵을 먹지 못하게 됐는데, 제작진은 왠일인지 피자를 준다. 눈치빠른 박명수가 그냥 줄리 없다고 했는데 그 예감이 맞았다. 피자 밑에 1부터 7까지의 숫자가 씌여 있었다.

유재석 : 성남 방향,  박명수 : 인천 방향,  노홍철 : 의정부 방향
길 : 김포 방향,  하하 : 구리 방향,  정형돈 : 안양 방향,  정준하 : 일산 방향

이 숫자는 맴버들이 가야 할 방향이었다. 태호PD는 서울을 중심으로 팔방으로 1시간 동안 가장 멀리 가는 미션인 것처럼 맴버들을 감쪽같이 속였다. 그리고 맴버들이 출발하기 전에 핸드폰을 뺏었다. 핸드폰을 왜 빼앗았는지는 나중에 알았다. 평소에는 태호PD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있던 맴버들은 김PD의 계략에 철저히 말려들었다. 제작진은 '1시간이 되는 시각에 서 있는 위치를 파악해서 이 지점에서 가장 멀리 간 사람을...'이라고 했지 어떻게 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유재석이 그 거리를 어떻게 재냐고 묻자, GPS로 잰다고 했다. 박명수가 GPS가 없다면 어떡했냐며 문명의 이기를 잘 이용한다고 했는데, 사실은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맴버들은 일단 죽을 힘을 다해 각자의 방향으로 달렸다.


그러나 1시간의 제한 시간이 지난 후 맴버들에게 전달된 미션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가장 의미있는 장소를 텔레파시만을 이용해 전원이 한 장소에 모여라!'는 것이었다. 전원이 다 모여야 퇴근할 수 있고, 물론 MBC방송국은 제외다. 젖먹던 힘을 다해 각자의 방향으로 달려온 맴버들은 허탈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많이 달려온 박명수, 정준하에겐 손해다. 반대로 적게 달려온 하하와 노홍철은 이익이지만...

사실 7명의 맴버들의 마음을 알아보려면 간단한 방법이 있다. 각자 종이를 주고 '지난 6년간 가장 의미있는 곳으로 오라'는 질문을 던져 쓰라고 하면 된다. 그러면 각자 생각한 장소를 적고, 바로 텔레파시가 통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굳이 김태호PD는 맴버들을 고생시키며 텔레파시 특집을 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맴버들에게 '초심'을 찾으라고 한 것이 아닐까? 유재석은 자신이 처음으로 녹화를 했던 고양 종합운동장을 떠올렸다. 이때는 '무모한 도전' 프로였는데, 정형돈과 노홍철이 원년 맴버로 황소와 줄다리기를 할 때인데, 그야말로 애국가 시청률을 기록하던 때였다. 고양 종합운동장 공터에서 혼자 기다리는 유재석의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짠한 마음이 전해지는 듯 했다.


다른 맴버들은 어디를 생각했을까? 주로 자기가 부각됐던 특집 촬영장소를 생각했다. 정준하와 하하는 장기 프로젝트였던 WM7에서 투혼을 불살랐던 장충체육관을 생각했다. 박명수는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에서 무릅에 부상을 입었던 여의도 한강 공원을 생각했고, 노홍철은 압구정동 연습실을 떠올렸다. 그리고 길과 정형돈은 '꼬리를 잡아라' 특집을 했던 여의도 공원 쪽으로 최종 목적지를 정했다.

유재석이 분당으로 달려간 후 다시 한 곳으로 모이라는 미션을 받은 후 시민들에게 물었다. 어디로 맴버들이 모일 거 같나고? 그런데 시민들 중 뉴욕이나 알라스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 맴버들중 한 사람도 이곳을 떠올리지 않았다. 다행이다. 한 명이라고 간다면 태호PD 제작비 때문에 골머리 앓을 뻔 했다. 맴버들이 떠올린 주요 장소는 남산 팔각정, 여의도 공원, 장충체육관 등인데, 어디로 최종적으로 집결할 지 궁금하다. 과연 일곱 명의 맴버들은 무사히 한 장소에서 만날 수 있을까? 늘 함께 모여 녹화를 하다가 서울 외곽 팔방으로 흩어지게 해놓고 다시 모이게 한 김태호PD의 절묘한 특집은 '초심'도 중요하지만 문명의 이기를 비판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너도 나도 핸드폰을 갖고 있다. 옛날에는 돈 있는 사람만 갖고 다녔는데 이젠 너도 나도 생활의 필수품이 됐다. 언제든지 원하는 사람을 부를 수 있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전화기가 귀하던 시절에는 공중전화 박스로 달려가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때의 그리움들이 지금은 사라졌다. IT기술의 발전으로 목소리는 자주 들을 수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은 멀어졌다.

'텔레파시' 특집을 보면서 평소처럼 깔깔대고 웃지는 않았지만 보는 내내 흐믓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방송 후 기사를 보니 '웃음이 어디로 갔나?' 하고 혹평을 했는데, 그 웃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기자들은 모르나 보다. 개인적으로 이번 텔레파시 특집을 보고 느껴지는 바가 많았다. 평소에는 당연한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들고 다니던 핸드폰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 같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 김태호PD는 기계문명이 오히려 사람과 사람 사이를 멀게 해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 핸드폰이 없음으로서 7명의 맴버들은 가슴으로 교감하고 대화하려고 했다. 만일 핸드폰이 있었다면 금방 만날 수 있었을 것이고 입으로만 대화했을 것이다. 기계문명의 발달로 사람들이 잊고 사는 것이 바로 마음으로, 가슴으로 대화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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