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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1박2일 당일치기, 초심 잃은 배부른 여행

by 카푸리 2010.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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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당일치기 여행은 지난주 1부로 깔끔하게 끝냈어야 했다. 그런데 2부까지 늘리다 보니 초심을 잃은 배부른 여행이 되고 만 느낌이다. '1박2일' 전에 방송된 '남자의 자격'은 합창단 특집 후 '남자 그리고 초심'으로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예능의 대부 소리를 듣는 이경규도 합창단 특집 후 후유증이 크다고 했다. 사실 초심은 '남격'보다 '1박2일'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누가 뭐래도 MC몽과 김종민 때문에 예능 최강자에서 지금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지 않은가?

추석 특집 경북 영주편에서 맴버들은 부석사 무량수전을 찾는 미션을 성공했다. 제작진은 그 보상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제안했었다. 이 보상으로 서울에서 먹고 노는 인상을 준 게 '당일치기' 특집이다. 원래 '1박2일'은 사전에 여행지를 답사하고 맴버들과 함께 할 복불복 게임, 소개할 여행코스 등을 치밀하게 답사한 후 촬영을 해왔다. 그런데 사상 최고의 상벌 미션이라는 '한국의 아름다운 이곳' 즉 무량수전을 맴버들이 제한시간 안에 찾아 미션에 성공해 버리는 바람에 그 다음주 촬영이 당일치기가 된 거다.


당일치기 여행이라니? 사상 초유의 일이다. 스탭진도 바쁘게 생겼다. 당일치기 특성상 지방으로 갈 수는 없고 할 수 없이 잡은 게 서울 종로구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곳이라고 해서 택한 곳인데, 의도는 좋았으나 그 내용을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어제 '당일치기' 2부에서 나온 방송 내용을 요약해 보면 게임 성공에 따른 아귀찜 포식, 게스트하우스에서 2시간 강제 낮잠쇼, 북촌 골목 한복판에서 벌어진 대낮 노상 취침, 그리고 황당팀(이승기, 은지원)과 호동네(강호동, 이수근, 김종민)으로 나뉘어 즉석에서 외국인을 섭외해 '몸으로 말해요' 게임을 했다. 이후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수십가지 야식을 소개하고 복불복을 한 것이 전부다. 물론 재미도 있었지만 아쉬움이 더 컸다. 왜 그럴까?

우선 '당일치기'로 서울 종로구 일대를 다니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 놀러다닌 느낌이 들었다. 제작진은 서울 관광 명소를 소개한다는 취지로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야식 복불복이 여느때와 달랐다. 늘 간단한 먹거리를 제공하던 것과 달리 화려한 야식이 등장했다. 종로 뿐만 아니라 남산, 을지로, 강남역, 노량진 등 서울 곳곳의 야식이 총동원됐다. 이것을 보면서 'VJ특공대' 야식특집을 보는 것 같았다. 매니저와 스탭들이 발로 뛰면서 서울 야식을 모두 소개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야식은 애초에 맴버들에게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야식이 전부 도착했을 때 밤 12시까지 당일치기 촬영인데 남은 시간은 불과 30분이다. 게임으로 야식을 차지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야식을 두고 맴버들과 출연자간의 불신과 다툼이 있었다. 게임 내용을 보니 세계 수도이름 맞추기, 초성퀴즈, 가위바위보, 인간제로 게임 등 이미 다루었던 것들이라 새로운 맛이 없다.

맴버들은 열다섯번의 게임을 했지만 결국 단 하나의 야식도 얻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 야식은 어디로 갔는가? 제작진은 친절하게도 스태프들이 야식으로 포식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이왕 시킨 야식이니 버릴 수 없어 먹은 것이라고 하지만 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잘 먹고 잘 논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스태프들이 야식을 먹었더라도 그 장면은 방송에 내보내지 않았어야 했다.


'1박2일'의 백미는 복불복과 취침이다. 당일치기 여행이라 취침은 없다. 그런데 제작진은 취침 모습을 보여준다고 2시간 낮잠 코스를 준비했다. 맴버들은 어거지 춘향격으로 30분 안에 억지로 잠을 자야 한다. 낮잠이 왜 필요한가? 친절하게 '생로병사의 비밀'에 나온 낮잠의 효과도 설명해준다. 낮잠은 낮 동안 피곤한 뇌와 신체는 잠을 자면서 충분히 회복된다는 것이다. 벌건 대낮에 억지로 잠을 자라고 하니 맴버들이 잠이 올리가 있나? 이승기와 은지원을 제외한 맴버들은 잠이 들지 않았다. 취침 분위기를 내기위해 한 거라면 이것도 이해할 수 있는데, 서울 북촌 골목 한복판에서 노상 취침쇼까지 펼친 것은 아무리 잘봐주려해도 오버다. 지나는 시민들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개마저 하도 짖어대는 바람에 황당한 노상 취침쇼는 결국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당일치기 여행에는 불필요 한 것이었다.

MC몽이 빠진 후 뭔가 허전함을 메우기 위해서인지 요즘 방청객들의 웃음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웃음 더빙으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하려는 것인데, 같은 웃음소리가 계속 반복되다 보니 오히려 짜증스럽다. 맴버들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웃고 크게 떠들려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예능은 목소리가 크다고 재미를 주는게 아니다. 몸개그는 말을 하지 않아도 웃기지 않는가? 이런 것을 볼 때 제작진과 맴버들이 속으로는 위기감을 느끼고는 있는데, 실제 보여주는 모습에는 위기감이 없다.


또 하나, 김종민 문제는 많은 블로거들이 관련글을 써서 지적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차피 초심을 찾으라는 뜻에서 한 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제작진은 '지리산 둘레길을 가다' 편부터 김종민 띄워주기를 하며 김종민이 이제 예능감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어제 보니 김종민이 왜 출연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김종민이 한 것중 유일하게 생각나는 것이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를 맞춘 것 딱 하나다. 그나마 이승기와 은지원이  다 죽어가는 '1박2일'을 떠받든 느낌이다.

'1박2일'은 안팎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 분명하다. 그 어느때보다 겸손하고 겸허한 자세로 시청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어설픈 언론플레이로 위기를 감추면 안된다. '남격'처럼 진심으로 초심을 찾기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이런 때는 조그만 오해가 생길 일도 피해야 한다. 위기라면서 '당일치기' 여행으로 서울 종로 한복판을 누비고 다니면서 먹고 떠들다가 밤 12시에 퇴근했다. 그러면서 2부작 출연료를 챙기는 맴버들도 그렇지만, 이런 여행을 마련한 제작진이 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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