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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비평

'해투3' 황정민, 망가짐의 미학을 보여주다

by 카푸리 2010.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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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하면 늘 반듯하고 표준말을 구사하기 때문에 좀처럼 흐트러진 모습을 보기 어렵습니다. 아나운서가 되려면 천문학적인 경쟁률, 로또 경쟁이라 할 정도로 바늘 구멍을 통과해야 하죠. 입사해서도 곧 바로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아니라 발음 연습, 곧은 표정, 자세 등을 배우고서야 시청자들 앞에 서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뉴스 앵커 자리에 오른 아나운서는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에요.

어제 '해투3'는 아나운서 특집으로 KBS 황정민, 김경란, 오정연, 전현무가 출연했어요. 처음 아나운서 4명이 출연한다는 말에 '재미없겠다' 생각했는데, 끝날 때까지 배꼽 잡게 웃었습니다. 네 명 모두 큰 웃음을 주었는데, 그 중 황정민 아나운서가 보여준 엉뚱 발랄한 매력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녀는 9시 뉴스데스크에서 꼿꼿하고 흐트러짐 하나 없이 뉴스를 진행하고, 'VJ특공대'를 진행할 때도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멘트로 시청자들에게 '바르고 정확한 아나운서'라고 알려졌죠. 그런데 어제 '해투3'에서 황정민 아나운서는 그녀에게 갖고 있던 편견을 깨도록 망가짐의 미학을 보여주었습니다.


첫 째는 연예인 따라하기에요. 황정민은 예전에 전현무, 오정연, 한석준과 함께 '상상플러스'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재미가 없어서 그런지 황정민의 녹화분량이 통편집 되고 말았어요. 말은 많이 했지만 다른 사람을 보면서 웃거나 인자한 표정만 나왔던 거에요. 그래서 예능 프로에 가급적 안나오려고 했다는데, '해투3'에 출연하는 데 부담을 느꼈나요? '스타퀴즈' 코너에서 황정민은 이혜영 따라하기를 했습니다. 예고도 없이 이혜영 목소리를 따라하는 걸 보니 엉뚱하면서도 왜 그리 웃기는지요?

둘 째는 뉴스 진행 때 실수에요. 사실 아나운서치고 생방송 때 실수 한 번 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에요. 황정민이 정오뉴스를 진행할 때 에피인데요. 어느 날 황정민이 정오뉴스를 진행하기 위해 녹음실로 가는데, 후배 전현무가 부스에 있었어요. 다른 아나운서가 듣고 있다고 생각하면 괜히 긴장이 되죠. 그래서 뉴스원고를 사전에 정독을 했는데, 뉴스를 하던 중 전혀 모르는 단위가 나왔어요. 황정민은 전현무가 듣고 있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모르는 단위를 '버럭그램'으로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갔어요. 황정민이 틀린 단위는 원래 욕토그램(yg)으로 10의 24승을 뜻하는 단위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말을 몰라 버럭그램으로 대충 얼버무렸는데, 이 단위가 한 뉴스에 세 번이나 나와 곤욕을 치뤘다고 하네요.


셋 째는 별명이 황방귀라는 겁니다. 황정민은 황신혜 본명이 황정만인데, 사람들이 자신의 미모를 황신혜와 비슷하다며 황정만으로 불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신봉선이 다른 별명이 있다고 들었다며 '황방귀'를 얘기했습니다. 보기와는 다르게 황정민의 성격이 워낙 털털하고 아무데서나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때문에 '황방귀' 별명이 붙은 건데, 반듯함만을 보이던 황정음의 귀여운 망가짐이었어요.

넷 째는 불량주부라는 거에요. 황정민은 평소 요리하는 걸 참 좋아한다고 하는데요. 요리 실력을 보면 1등주부여야 하는데 실제로는 아닌가봐요. 일주일치 식단을 짜놓고 미리 장을 보는 등 요리에 남다른 열의를 보였지만, 싱겁게 하는 것을 신경쓰다 보니 신랑이 썩 마음에 드는 요리가 아니었어요. 어느날엔 강된장 찌게를 끓였는데, 물엿을 너무 많이 넣어 황정민이 생각하기도 실패한 요리였어요. 그래서 그녀는 신랑에게 요리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해 달라고 하자 신랑 왈, '야, 너는 혀가 없냐?'고 했다는데 이 장면에서 빵 터졌어요. 보통 남편들 같으면 '으이구, 이것도 요리라고 했어?'라고 할텐데 황정민 남편은 참 센스가 있네요. 황정민의 맛 없는 요리를 참고 또 참고 먹다가 폭발하고 만 거에요.


마지막으로 손병호게임때 보여준 망가짐의 미학이에요. 요즘 '해투3'에서 손병호게임이 인기입니다. 아나운서들이라고 손병호게임에 예외는 없네요. 첫번째 게임에서 황정민이 몰려 손가락 하나만을 남겨두었을 때 후배 오정연이 '손가락 하나 남은 사람 접어!'라고 해 황정민과 전현무가 가장 먼저 다섯손가락을 접었어요. 곧 바로 물총 세례가 시작됐고, 황정민은 얼굴에 물을 맞기 싫어 고개를 숙였어요. 그러나 물총은 황정음 머리를 인정 사정 보지 않고 쏘아댔어요. 황정민 머리는 졸지에 물미역이 되고 말았어요. 이런 상태에서 신봉선이 얘기한 대로 '9시뉴스' 멘트 하나를 날렸다면 아마 대박이었을 거에요.


물총 세례를 맞아서 너무 정신이 나갔나요? 유재석이 두번째 게임을 시작하라고 하자 '아~~하~~'라고 신음소리를 내는게 아니겠어요? 박미선이 샤론 스톤 흉내를 낸다고 하자, '아우!~ 정말'이라며 진짜 샤론 스톤 흉내까지 냅니다. 물총 한 번 맞더니 예능감이 팍팍 솟아나기 시작했나 봅니다.

황정민아나운서는 늘 새초롬하고 품행이 방정한 모습만 보여주다가 어제 '해투3'에서는 개그우먼보다 더 웃겼어요. 그녀는 1993년에 KBS에 입사했으니 베테랑 아나운서에요. 예능 프로에 나와 아나운서라고 내숭만 떠는 것보다 황정민은 적극적으로 나서며 '망가짐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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