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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좋아

남아공 월드컵, 평발 박지성의 인간 승리

by 카푸리 2010.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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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퀸 김연아가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 세계 피겨 역사를 다시 썼던 눈물겨운 이야기를 고백해 많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김연아의 상처투성이의 발은 피겨퀸이 되기 위해 김연아가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세계적인 발레리가 강수진의 발도 하루 19시간의 연습으로 늘 피멍으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김연아와 강수진의 발을 보면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느끼게 합니다. 두 사람의 발은 상처로 얼룩진 못생긴 발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고 예쁜 발이었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와의 첫 경기에서 한국 월드컵 사상 가장 멋진 골을 터트린 박지성을 보면서 문득 그의 발이 생각났습니다. 박지성의 발은 평발입니다. 평발의 박지성이 90분을 뛰려면 다른 사람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럽습니다. 그런데 그는 이런 신체적 핸디캡을 특유의 정신력으로 극복해 내 세계적인 선수가 됐습니다. 평발 박지성의 눈물겨운 인간승리입니다. 그리스전에서 박지성이 터트린 골은 보고 또 봐도 지겹지 않습니다. 이 멋진골을 터트리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을까요?

평발임에도 불구하고 박지성은 산소탱크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90분 내내 그라운드를 야생마처럼 누비고 다닙니다. 축구 해설위원 서형욱씨는 '그의 발에 페인트를 묻혔다면 그라운드의 모든 곳엔 그의 발자국이 남았을 것이다'라며 박지성의 지칠줄 모르는 체력을 극찬한 바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박지성은 왜소한 체격 때문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축구선수로서는 치명적인 평발이었습니다. 그러나 박지성은 '축구는 체격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일단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미친듯이 뛰고 또 뛰었습니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할 때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모든 대학에서 박지성에 '퇴짜'를 놓았습니다. 아무도 받아주는 대학이 없어 명지대 테니스부 T/O로 진학하게 된 것도 굴욕이었지만, 박지성은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즐거움에 열심히 했습니다. 박지성이 명지대에 진학한 것은 허정무감독과 절친한 사이인 김희태 전명지대감독의 추천때문이었습니다.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평발 박지성의 축구인생은 말 그대로 '평범' 그 자체였습니다. 170cm를 간신히 넘는 키와 왜소한 체격때문에 남들 눈에 잘 뛰지 않아 속된 말로 오직 '깡다구' 하나로 버티었습니다. 박지성은 남이 보든 보지 않든 열심히 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보잘 것 없는 신체조건을 정신력으로 커버하면서 지칠줄 모르는 산소탱크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축구 지도자들은 박지성의 무한한 잠재력을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지만 김희태 전명지대 감독만이 박지성의 가능성을 알아봤습니다.


김희태감독의 추천으로 박지성이 대표팀에 발탁되자 허정무 현 국가대표팀 감독(당시는 올림픽 대표 감독)과 김희태감독이 바둑을 자주 두는 친구여서 '바둑판에서 뽑은 선수'라는 비아냥이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박지성은 대표팀 초기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당시 올림픽 스페인전에서 박지성의 헛발질로 패배를 하면서 비난의 화살은 무명의 박지성에게 몰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상으로 탈의실에 혼자 앉아 있던 박지성에게 거스 히딩크 감독이 통역관을 데리고 나타났습니다. 히딩크는 박지성에게 "박지성은 정신력이 훌륭하네요. 그런 정신력이면 반드시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어요" 아무도 박지성의 가능성을 알아주지 않을 때 히딩크가 던진 이 말은 박지성에게 다른 사람이 열번 스무번 '축구의 천재다, 신동이다' 하는 말보다 힘을 내게 한 말이었습니다.

박지성은 히딩크의 부름을 받아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표선수로 뛰었습니다. 지연과 학연이 없이 오직 실력으로만 선수를 선발한 히딩크 감독의 눈에는 박지성이 진흙속에 묻힌 진주로 보였습니다. 박지성은 월드컵 내내 히딩크감독이 던진 칭찬 한 마디를 생각하며 죽을 힘을 다해 뛰었습니다. 그리고 스페인전에서 승리골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박지성은 골을 넣자마자 자신을 불러준 히딩크에게 달려가 감사의 포옹을 했습니다. 마치 '이 골은 스승 히딩크에게 바치는 골입니다'라는 듯이 말이죠.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후 박지성은 히딩크 감독을 따라 2003년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으로 이적해서 네덜란드 리그 우승은 물론 팀을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스승 히딩크 곁을 떠나 2005년 한국인 최초로 영국 프리미어 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FC에 입단했습니다.

박지성은 '맨유'에 입단할 때 아버지께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유명한 스타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아요. 10분 뛰는 것에도 만족할 것이고, 그 다음엔 20분... 그 다음엔 전반전만 뛰는 선수라도 만족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면 언젠가는 저도 웨인 루니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뛸 날이 오지 않겠어요?"


사실 박지성이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했을 때 영국 현지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영국 축구팬들은 '박지성은 아시아에서 온 티셔츠 판매원'이라 했고, 영국 BBC는 '유망하지만 돋보이지 않는다'고 혹평했습니다. 그러나 박지성은 19살 때 이미 '쓰러질 지언정 무릎을 꿇지는 않는다'고 극내 언론과 인터뷰할 만큼 정신력이 강했습니다. 그 정신력이 평발임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에서 90분 내내 지칠줄 모르는 산소탱크를 만들어냈고, '맨유'에서 그의 꿈대로 웨인 루니와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어제 '체스터 유나이티드' 홈페이지에는 박지성 사진과 함께 `박지성의 자긍심`(Park's Pride)라는 제목의 글이 장식돼 있었습니다. 이제 웨인 루니를 능가할 정도로 박지성은 곧 한국의 자긍심입니다.


평발 박지성! 남들은 오래 걷는 것도 힘들다며 병역을 면제받는 그 평발로 박지성은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박지성의 발을 보면 그의 고난과 땀과 눈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사진작가 조선희씨가 찍은 한 장의 흑백사진에는 발톱이 빠지고 상처 투성이 발이 보입니다. 바로 박지성의 발입니다.

이런 발로 박지성은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전에서 최고의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박지성이 골을 넣는 장면을 보고 문득 그의 평발이 생각났습니다. 그 평발로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을까요? 박지성의 골은 그 땀과 눈물의 결과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박지성의 평발과 땀과 눈물을 얼마나 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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