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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추노, 초복이는 조선시대 여군 일등 사수?

by 카푸리 2010.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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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추노>가 힘이 빠졌나요? 5~6회까지는 박진감 넘쳐 볼만했는데, 조금 질질 끄는 듯 합니다. 처음에는 추노꾼들이 노비를 쫓다가 요즘은 노비가 아니라 주․조연들이 서로 물고 물리며 쫓느라 미궁 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대길이는 10년 넘게 언년이를 쫓으며 500냥이 보장된 노비 송태하를 동시에 쫓고 있습니다. 그리고 황철웅은 송태하를, 천지호는 자기 수족들을 죽인 황철웅의 뒤를 쫓고 있습니다. 소강상태를 보이던 추격전이 14회 예고 장면을 보니 이제 드디어 주요 인물들이 맞부딪힐 것 같습니다.

대길이가 죽은줄 알고 송태하와 혼인을 하고 첫날밤을 보낸 언년이는 저자 거리에서 대길이를 발견했고, 황철웅은 왕손이와 한판 대결을 벌치는 장면이 나왔는데 왕손과 최장군 둘 중 한 사람은 죽을 것 같습니다. 어제 대길이와 왕손이가 죽기 살기로 싸우자고 하다가 싸우지 않았는데, 이를 말린 사람은 최장군이었습니다. 시높대로라면 최장군은 드라마 중반쯤에 죽는 걸로 나오던데, 그렇다면 최장군이 왕손이를 구하려다 황철웅에 의해 죽지 않을까요? 어제 대길이는 추노질을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이렇게되면 최장군은 큰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죽음으로 하차하는 수순을 밟을 겁니다.


그런데 제작진이 엔딩신에서 워낙 떡밥을 많이 던지다 보니 예고편대로 대길이와 언년이가 서로 만난다는 것도 믿을 수 없습니다. 지난주 송태하와 언년이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칼을 들고 돌진하던 대길이의 엔딩신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이대길, 송태하, 언년이 세 명이 만나는 장면을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본방송 보니 송태하가 누군가 침입한 것을 눈치채자, 대길이가 칼을 거두고 나온 것을 보고 ‘속았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긴 뭐 한 두번 속나요? 그래서 어제 언년이와 대길이가 저자 거리에서 눈이 마주치는 엔딩신도 낚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년이만 보고 대길이는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지 않을까요? 요즘 <추노>는 숨바꼭질 드라마처럼 제작진은 낚시밥도 참 잘 던지고 있습니다.

이대길과 언년이의 계속된 엇갈림에 짜증도 많이 납니다. 어제도 대길이와 언년이가 절에서 만날듯 하다가 약만 올렸지요. 오늘은 짜증나게 하는 주인공 이대길, 언년이보다 조연이지만 강한 임프레션을 준 여종 초복이의 사격솜씨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관동포수 업복이는 노비당 당원들에게 요즘 사격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매일 양반 한 명씩을 총으로 쏴 죽여서 종국에서는 임금까지 죽이고 노비들이 자유를 누리고 사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세상을 뒤집어 노비들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죠.


그런데 사격을 가르치는 업복이의 열정과 달리 노비당원들은 모두 겁쟁입니다. 이론적으로 충분히 설명한 후 실제 사격을 시켜보니 사격을 하자마자 모두 놀래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어요. 심지어 사격을 한 후 총알이 나갔는지 안나갔는지도 모릅니다. 사격을 할 때 놀래서 총구가 위로 향하니 표적물로 세워놓은 바가지를 명중시킬 수 없죠. 업복이가 말하듯이 사람은 거짓말을 해도 총알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조준한 대로 총알이 나간다는 소리입니다. 당원들은 조준을 못해서 명중이 안된 겁니다.


옆에서 노비당원들의 사격훈련을 지켜보던 초복이는 업복이가 가르쳐준 사격 순서를 눈썰미 있게 지켜보며 익힙니다. 남자 당원들이 겁을 내고 제대로 사격을 못하자, 초복이는 자기가 한번 사격을 해보겠다고 하네요. 업복이는 여자가 어떻게 사격을 하느냐고 했지만 초복이는 어느새 노비당원의 총을 빼앗아 놀라운 사격 솜씨를 보입니다. 초복이는 업복이가 설명해 준 사격술 원리대로 정확히 표적을 명중시켰고, 이를 본 업복이는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초복이가 사격을 하는 것을 보니 자세도 안정돼 있고,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총구가 흔들리지 않아 바가지에 정확히 명중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사격을 위해 방아쇠를 당길 때는 숨을 쉬지 말아야 합니다. 숨을 쉬면 총구가 흔들려 가까운 거리의 표적도 명중시키기 어렵습니다. 초복이는 업복이가 설명한 대로 사격술 원리를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완전 조선시대 여군 일등사수의 포스가 풍겼습니다.

그럼 왜 초복이는 이렇게 사격을 잘 할까요? 그것은 업복이가 양반 사냥을 할 때마다 따라 다니며 업복이가 사격하는 것을 쭉 지켜봐왔기 때문입니다. 초복이는 업복이가 양반 사냥을 할 때 망보기 역할은 물론 죽은 양반 몸속에서 어음을 꺼내 오는 등 남자들 못지않은 강심장을 가졌습니다. 업복이는 좋아하는 초복이는 대업을 위해 자신이 뭔가 도움이 된다는 것이 기뻤고, 업복이를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는 여종입니다. 노비당원들의 사격술이 형편없자, 업복이가 크게 실망하는 것을 보고, 초복이가 나서서 백발백중 사격술 솜씨를 보여줘 업복이의 기분을 좋게 한 것입니다.


오늘 14회 예고편을 보니 노비당이 양반사냥 작전을 수행하다가 위기를 맞아 몇 명이 비명횡사할 듯 합니다. 그리고 업복이도 위기에 처하는데, 초복이가 업복이를 구하는 대활약이 예상됩니다. 초복이는 사격솜씨 뿐만 아니라 노비로서는 드물게 언문(한글)도 읽는 등 노비당의 왠만한 남자보다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임금을 죽인다는 노비당 계획이 마음에 들었다. 사내들 계획이 그 정도는 되야 하는거 아니냐?’는 초복이 말을 들으니 보통 여자가 아닙니다. 이러다 노비당 여당수가 되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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