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란 목소리로 연기하는 연기자입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왠만큼 인기가 없으면 누구 목소리인지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 왠만한 배우보다 더 인기가 많은 성우가 있습니다. 바로 캐이블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 목소리의 주인공 서혜정(47세)씨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기계음처럼 무미 건조한데, 들으면 들을수록 중독성이 강해 캐이블을 벗어나 공중파, CF까지 점령할 정도로 인기가 폭발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녀의 목소리 때문에 정가은도 떠서 '일밤' MC까지 진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형돈, 정가은은 과장된 연기를 하지만 서혜정씨의 나레이션은 감정과 억양의 기복없이 '~요'자로 끝나는 말로 일관하는데,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런 된장', '아싸라비야', '이런 우라질레이션'... 서혜정씨가 '남녀탐구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을 보면 방송에서 차마 쓰기 어려운 말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들은 서혜정씨가 대사 사이에 치고 들어간 애드리브입니다. 삭막하게만 느껴지던 대사를 그냥 설명조로만 읽다보니 재미가 없어서 즉흥적으로 끼어넣은 애드리브가 예상외로 대박을 친 것입니다. 그랬더니 훨씬 감칠맛이 있고, 기계음처럼만 느껴지던 나레이션에서 빵 터지는 웃음을 주는 대사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남녀탐구생활'은 다른 방송처럼 정형돈, 정가은이 먼저 촬영을 한 후 나레이션은 나중에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반대입니다. 서혜정씨가 먼저 녹음을 하고 영상은 나중에 그 녹음에 맞춰 촬영하는 겁니다. 화면도 없이 대사만 보고 녹음을 하니 처음에는 무미건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성우란 화면속에 나오는 배우의 연기를 보고 목소리로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데, 화면이 나오지 않는 채 목소리만 녹음을 하니 그만큼 어려운 녹음이었습니다. 그래도 나레이션후 연기가 합해진 후 방송된 것을 모니터 하는 등 꾸준히 노력해서  요즘 5%대의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케이블에서 5%대 시청률은 공중파 30%의 시청률과 맞먹는다고 하니 서혜정씨의 인기가 얼마나 큰 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인기 때문에 CF는 물론 라디오 등에서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지난 7월부터 방송된 후 6개월만에 '남녀탐구생활'이 인기 예능 프로가 된 것은 서혜정씨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형돈과 정가은 등 연기자들의 몸개그를 능가하는 연기도 인기의 요인입니다. 성우란 배우의 연기에 감정, 어찌보면 색깔을 덧칠하는 것인데, 서혜정씨가 '남녀탐구생활'에서 하는 목소리는 무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색을 조금이나마 낸다고 한다면 아마도 그레이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울긋 불긋 컬러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그레이톤이 먹혀들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서혜정씨의 목소리가 시청자들에게 먹혀들어갔다는 것입니다.


'남녀탐구생활'에서 성우 서혜정의 나레이션은 이런 식입니다.

"연말이다 보니 괜히 쓸쓸하기만 해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싸이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아싸라비야,  2PM기사가 있네요. 클릭해봐요. 짐승돌 박재범이에요. 남들은 좋다는데 내 스타일은 아니네요. 사진만 보고 스크롤을 해서 내려가봐요. 상체를 드러낸 몸매를 봐도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 전 초식녀인가봐요. 이러니 서른이 넘도록 남친이 없나봐요. 이런 된장...ㅋㅋㅋ"

서혜정씨의 나레이션을 들어보면 마치 혼잣말처럼 들립니다. 다른 사람을 보고 뭐라 중얼 중얼 거리는 듯 한데,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다가 집중해서 들어보면 배꼽잡고 웃게 됩니다. 거의 1분마다 빵빵 터지는 나레이션에 눈보다 귀를 뗄 수 없습니다. TV보면서 화면에서 눈을 떼기보다 귀를 떼기 힘든 프로는 아무 '남녀탐구생활'이 유일할 것입니다. 그래서 배우보다 더 인기가 많은 성우입니다.

서혜정씨는 1982년 KBS 성우로 입사해 내공을 쌓았으니 성우 경력만 해도 28년째입니다. 지금은 프리렌서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X파일'의 스컬리 목소리로 유명한 성우입니다. '남녀탐구생활'에 섭외가 들어왔을 때 예능 프로에 출연하는 성우들이 마구 오버하며 망가지는(?) 것이 두려워 출연을 망설였는데, 출연후 그녀의 성우생활중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성우로 살다가 성우로 죽고 싶다는 걸 보니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성우가 아닐까요?

Posted by 카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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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12.28 13:12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때 집에서 롤러코스터만 죽도록 봤네요. 아직도 서혜정씨 목소리가 귀에서 울리는 것 같습니다.

  2. 저희 어머니도 요새 이거에 푹 빠지셔서 무슨 말씀만 하시면 저 말투로 말씀하시더라구요ㅋㅋㅋㅋㅋ

  3. X 파일의~ 2009.12.28 17:56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아.. 스컬리 목소리 하셨었구나.. 참 좋아했는데....

  4. 우리 스컬리누님은 이거하기 전부터도 무척이나 팬들이 많았죠
    x-file팬들이 얼마나 굉장했었던지, 멀더형님과 한때 성우계의 주축이었다고 봅니다. ^ ^

    그런데 남녀탐구생활 볼때는 스컬리누님인줄 몰랐습니다. ㅎ

  5. 개념들 2009.12.28 18:06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좋은 글 읽다가 갑니다.

    개념글..ㅠㅠ

  6. 혹시 세일러문 기억하는 사람 있을라나?
    세일러문에서 세일러마스 목소리도 했었죠..
    예전에 세일러문에 빠져있었던지라 이때부터 팬이었다는 ㅋㅋ

  7. 예전 헤딩라인뉴스를 만들 때 엑스파일 패러디를 해서 이규화님과 서혜정님이 직접 저희 녹음실에 왔었죠. 두분이서 녹음을 하는데...
    온몸에 전율이 돋는 것이 마치 눈앞에 멀더와 스컬리가 있는 것 같았다는...
    당시 같이 사진도 찍고...
    제 핸드폰 벨소리도 녹음 해 주시고... ^^
    시낭송 씨디까지 주셨는데...
    누님께서 이번에 또 한번 큰걸 터뜨리시네요.
    누님 쵝오!!

  8. 신이있다면 공평해요 한가지를 주시면 한가지를 가져가요

  9.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12.29 17:57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아..이분이시구나..이야, 목소리만으로 어떤 분이실까? 궁금했었는데..ㅎㅎㅎ

  10. 김현철 2009.12.30 10:18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오마이캇 듯기실어 짜증나개 말이야
    흥 너도 기독교 똘아이냐 마저
    짜증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