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이 출연했던 <100분 토론> 돌아보니

손석희의 <100분 토론>이 지난해 말 400회를 맞아 특집으로 내노라하는 정치인들을 패널로 초대했습니다. 한나라당 나경원, 홍준표의원, 민주당 유시민 전의원, 진중권 전 중앙대교수, 전원책 변호사와, 그리고 뜻밖에도 가수 신해철과 방송인 김제동이 초대됐습니다. 그때 김제동이 <100분 토론>에 왜 초대됐을까? 하고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니 시청자들이 "토론을 가장 잘 할 것 같은 연예인1위"로 김제동을 뽑아 손석희교수가 김제동에게 출연을 간청한 것입니다. 김제동은 정치 토론에 참가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처음에는 고사했지만 결국 손교수의 출연 요청을 받아들여 400회 특집에 패널로 참여했습니다.

손석희교수가 출연을 부담스러워하는 김제동을 굳이 패널로 참가시킨 이유는 한마디로 비정치인인 그에게 정치권에 대한 날카로운 촌철살인 비판을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즉, 김제동으로 하여금 우리 국민들을 대표해 정치권과 이명박정부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해주길 바랬던 것입니다. 김제동은 400회 특집 출연을 요청받을 당시 그가 진행하던 <연예가 중계>에서 하차하는 등 아주 힘든 때였습니다. 그러나 손교수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정치 입담꾼들과의 토론에 참가했습니다.

김제동은 손교수의 기대대로 다른 정치인 패널들이 상투적인 정치논리와 자당에 억지로 꿰맞춘듯한 발언을 할 때 몇 마디 하지 않았지만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습니다. 수 만마디 논리적이고 현학적인 용어구사보다 그가 남긴 한마디 한마디가 시청자들은 더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사이버 명예훼손법에 대해서 "그 정도는 우리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라며 나경원의원의 정치적 논리를 한 방에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교과서 수정파동에 대해서 "그 시간에 가난한 아이들 조금 더 공부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을 고민해 달라"라며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가 어떤 것인지를 정치인들에게 한 수 가르치는 듯 했습니다. 즉, 정치는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는 것을 말한 것입니다.

<100분 토론>에 나와서 상대방의 말을 가로채 자기 쪽에 유리한 발언을 하는 정치인 패널들을 봐오다가 김제동의 인간적인 발언들은 방송 후 큰 화제가 됐습니다. 그때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어제 김제동은 <스타 골든벨>에서,  손석희교수는 <100분 토론>에서 하차한다는 뉴스를 들으니 망치로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KBS, MBC 주장대로 가을 프로그램 개편에 따른 자연스런 교체라고는 하지만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요? 삼척동자도 믿지 않을 것입니다.

어제 <스타 골든벨> 마지막 녹화를 끝내면서 김제동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5천만명에 육박하는 우리 국민의 힘으로도 그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는 현실이 가슴 답답합니다. 김제동은 우리 국민들에게 웃음 뿐만 아니라 노무현․김대중전대통령 서거때 가슴 따뜻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가 두 전직 대통령을 보내면서 했던 말들은 우리 국민 모두가 하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김제동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의 정치적 소신을 밝히는 사람이었습니다. 노전대통령 서거때 "존경하고 사랑했다는 말씀을 먼저 꼭 전해드려야 할 것 같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하는 그 용기에 필자는 물론 많은 국민들의 그의 정치적 소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지만, 지금은 안타가운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습니다.

손석희교수가 진행하는 <100분 토론>에 김제동이 다시 한번 패널로 나와 정치인들에게 촌철살인의 해학과 풍자가 담긴 발언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김제동과 손석희교수 모두 하루 아침에 방송 일선에서 쫓겨나게 됐습니다. 손석희, 김제동이 함께했던 400회 <100분 토론>은 우리 시대 진정한 국민의 소리를 담아낸 토론이었습니다. 그리고 정치인들이 얼마나 국민들의 눈과 귀가 돼주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 토론이었습니다. 집권당의 최고 실력자 국회의원들이 나왔어도 김제동의 가슴 따뜻한 말 한마디보다 못한 발언을 보며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김제동이 출연했던 400회 <100분 토론>은 새해를 앞두고 ‘2008년 한국사회를 진단한다’는 주제로 토론했지만 해결책은 요원해보였습니다.

어떻게든 한국 사회 발전을 위한 대안을 모색해보려 매주 한번씩 열띤 공방을 벌였던 <100분 토론>에서 손석희교수가 쫓겨나고 국민들 마음을 읽어주었던 패널 김제동 또한 그가 진행하던 프로에서 정치적 ‘외압설’이냐, 정상적인 가을 개편에 따른 퇴출이냐'에 대한 시시비비만 남긴 채 쓸쓸히 떠났습니다. <100분 토론>의 손석희교수, 그리고 방송인 김제동의 퇴출은 단순한 하차가 아닙니다. 그들이 일선에서 쫓겨남으로써 국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줄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가슴 아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