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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연준석, '찬유'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다

by 카푸리 2009.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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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드라마 <찬란한유산>이 오늘(26일) 아쉽게 종방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국민드라마 소리를 들을만큼 시청률이 43%까지 오르며 2009년도 최고의 드라마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지금까지 이승기, 한효주가 남녀주인공으로 극의 중심 역할을 해왔지만 어제 방송을 보니 ‘찬유’ 결말의 키(key)는 고은성의 동생 은우(연준석)가 쥐고 있었습니다. 은우를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던 ‘찬유’는 어제 은우를 찾음으로써 실타래가 매듭을 찾은듯 술술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고은성은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 이후,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동생을 데리고 계모 백성희(김미숙)가 준 150만원으로 거리를 내쫓겼습니다. 은성은 혼자라면 무엇이라도 해볼텐데, 가엾은 동생 은우를 짐으로 여기지도 못한 채 모텔과 친구집, 찜질방을 전전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새 엄마에게 자존심까지 접으며 받아든 150만원마저 찜질방에서 잃어버린 후 은성은 은우와 함께 죽을 결심을 합니다. 그러나 '누나 좋아, 누나도 좋아. 행복해'라고 말하는 동생을 바라보며 차마 죽지도 못한 채 그냥 울어버립니다. 그리고 다시 어떻게든 살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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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우는 백성희의 악랄한 범행으로 대구의 보육시설에 맡겨졌습니다. 초코우유을 좋아하는 은우에게 초코우유를 안겨주고 보육원 앞에 버리고 도망쳐버린 것입니다. 은우는 보육원에 있다가 아이가 없는 어느 노부부의 가정집에 있을 때 누나 고은성(한효주)과 만날 뻔 했지만 만나지 못했습니다. 은우가 피아노 학원의 피아노가 팔린 것이 서운해 피아노 운반차 뒤에 타고 서울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극중 은우는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자폐 3급의 장애환자지만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갖고 있습니다.

선우환(이승기)의 친구 영석(정석원)은 가게가 어려워 바에 있던 중고 피아노를 팔기위해 피아노 가게를 찾지만 형편없는 중고 시세에 발길을 돌립니다. 피아노 가게에 앉아 피아노 연주에 정신이 없는 은우를 발견한 영석은 가게로 데려와 피아노를 연주하게 했습니다. 오갈 데 없는 은우를 가게에 머물며 피아노를 연주하게 허락해 준 것입니다. 은우는 환이 친구의 바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은성과 은우의 만남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국 종영을 앞둔 어제 극적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은우는 환이에 의해 교회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백성희가 은성이와 은우를 외국으로 보내려 했는데, 중간에서 은우를 공항으로 데리고 가던 사람들이 놓치는 바람에 백성희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갑니다. 백성희는 환이가 은우를 찾아 집으로 데리고 왔다는 말을 듣고 딸 승미(문채원)와 결혼시키려던 유일한 꿈이 무너져 내립니다. 지금까지 악녀 백성희가 모든 악행을 저지른 것은 딸 승미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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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유’에서 은우는 여주인공 고은성에게는 하나 밖에 없는 동생입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죽은 줄 알기 때문에 그녀가 살아가는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극 전반에 걸쳐 은성이가 전단지를 붙여가며 은우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찾을 듯 말듯하며 극 종반까지 결국 찾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작가는 은우를 통해 ‘찬유’의 결말을 내고 싶었기 때문에 은성이가 빨리 은우를 찾지 못하게 한 것 같습니다. 만일 은우를 찾게 되면 백성희의 악행이 드러나고, 드라마의 긴장감도 떨어져 재미가 없었을 것입니다.

고은우는 드라마의 결말을 암시하던 복선이었습니다. 고은성과 이승기, 배수빈의 맬로라인은 어쩌면 극의 양념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백성희가 남편 고평중이 죽자마자 바로 은성남매를 집에서 내쫓고, 새집으로 찾아온 은우를 다시 버린 것은 백성희의 악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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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유’가 무막장 드라마를 표방했을 때 어떤 식으로 전개될까 궁금했는데, 이제 마지막회를 남겨둔 시점에서 돌아보니 은우는 선과 악을 가리는 매개체 역할이었습니다. 자기 자식도 아닌데, 자폐증까지 앓고 있는 은우를 백성희가 버리지 않고 살았다면 백성희의 악녀역은 그리 모질게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은우는 드라마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계속해서 나오며 '찬유'의 실타래를 푸는 매듭 역할을 했습니다.

마지막까지 고은우는 드라마가 무막장으로 끝내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자기를 버린 새 엄마 백성희에게 '엄마, 엄마다'라고 함으로써 악녀 백성희가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시청자들은 백성희의 악행으로 봐서 천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작가는 은우를 통해서 전통적인 권선징악보다 용서와 대화해의 반전으로 드라마의 막을 내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연준석은 시청자들이 자폐아로 착각할 정도로 연기를 잘했습니다. 3차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찬유’ 은우역으로 최종 낙점됐다고 합니다. 연준석은 2005년 영화 <형사>로 데뷔했는데, 한효주와는 이미 <하늘만큼 땅만큼>, <일지매>에서 두 번이나 만났던 사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찬유’를 통해서 자폐아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 연준석이 결국 ‘찬유’의 보이지 않는 주인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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