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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퇴직 앞두고 가계부 쓰기 시작한 사촌형님

by 카푸리 2009.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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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여자는 드세지고 남자는 여자처럼 변합니다. 슬픈 드라마를 보면서 훌쩍 훌쩍 눈물을 흘리는 건 주로 여자들이지만 남자들도 나이가 들면서 훌쩍 훌쩍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바로 40대 이후의 성호르몬 변화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남자들은 여성호르몬이, 여자들은 남성호르몬의 수치가 점점 증가하여 여자는 남자처럼, 남자는 여자처럼 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자들이 정년 퇴직을 앞두고 가장 걱정하는 것도 나이가 들수록 드세지는 마나님을 무서워 하는 것입니다. 특히나 경제권까지 아내에게 있을 경우엔 가정의 주도권까지 빼앗기게돼 매사 아내의 눈치를 보고 살게됩니다. 회사에 다니며 매달 월급을 꼬박 꼬박 타다줄 때는 남편 대접을 해주었는데, 퇴직후에는 하루 세끼 집에서 밥을 다 먹는 이른바 '삼식이'로 불리며 눈치까지 보고 살아야 할 지경입니다.


얼마전에 사촌형이 정년퇴직을 1년 앞두고 가정 경제권을 형수에게 빼앗았습니다. 퇴직금은 물론 그동안 노후자금으로 부어놓은 보험금, 적금 등 모든 통장과 카드를 형수에게 받아 형님이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돈을 관리하다 보니 회사 손익계산서 작성보다 가계부작성을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정경제권을 빼앗은 이유는 한마디로 늙어서도 대접받으며 살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나이 60에 회사를 나와 이젠 편안히 쉬면서 하고 싶은 취미생활도 하고, 글도 쓰며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만나 술이라도 한잔 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사촌형은 경제권이 형수에게 있으면 돈을 타쓰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가장의 권위까지 무너질 것 같아 경제권을 형수에게 넘겨 받은 것입니다.

사촌형은 먼저 퇴직한 직장 상사나 선배들과 만나 술한 잔 하다 보니 모두 하나같이 아내에게 경제권과 주도권을 빼앗기고 초라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사촌형은 퇴직전에 경제권을 직접 관리하기로 마음 먹은 것입니다. 사촌형이 경제권을 관리하기 시작하자 가장으로서 위엄도 살아나고 있다고 합니다. 큰 딸은 출가시키고, 늦게 낳아 아직 대학 4학년에 다니는 작은 딸은 아버지와 대화도 별로 없었는데 이제 용돈을 직접 주다보니 아버지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용돈 탈 때가 되면 아버지 뒤에서 포옹을 하며 '아빠 사랑해요, 이번에 졸업여행 가는데 돈이 좀 필요한데요, 많이 주셔야 해용~' 하며 애교를 떤다고 합니다. 형수가 경제권을 쥐고 있을 때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돈이 좋긴 좋은가 봅니다.

사촌형이 형수에게 경제권을 달라고 해 요즘 전기세, 전화세, 수도요금, 통신료, 보험료 등을 직접 챙기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남자가 조금 쪼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직장에서 사촌형 얘기를 하니 참 잘 한 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사님도 퇴직후 자신이 직접 경제권을 쥐겠다고 합니다.


결혼후 오직 가족을 위해 돈을 벌다가 나이가 들어 퇴직을 하고 나서 경제권 때문에 아내와 다투는 부부도 많다고 합니다. 남자들은 나이가 들어도 집안 가장으로서 권위와 위엄을 잃지 않으려 하고, 아내들은 아내대로 아이들 키우며 하지 못한 동창회, 계모임을 하며 노후나마 남편에게 해방되어 자유롭게 지내고 싶은 것입니다. 퇴직을 한 남자들은 아내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싶어 하지만, 여자들은 남자들을 귀찮게 여길 나이라고 합니다. 물론 정도의 차이가 있고, 늙어갈수록 부부애가 깊어지는 부부도 많습니다.

아내들은 아내들대로 모처럼 친구를 만나러 가면 '언제 들어와 밥 차려 줄거냐?' 며 보채는 남편이 점점 싫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정년퇴직후 집에서 청소, 반찬 등으로 투정이 아닌 잔소리만 늘어가는 남편을 좋아할리 없습니다. 이런 것들로 인해 부부간 다툼도 잦아지고, 불화가 길어지면 이혼도 불사하게 됩니다. 요즘 황혼이혼이 늘어나는 것도 아내들이 더 이상 남편에게 속박받으며 뒷치닥거리 하면 살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늙어서나마 자유를 누리며 내 맘대로 살고 싶어 하는게 형수의 생각입니다.

어찌보면 사촌형이 쪼잔한 것처럼 보이지만 참 현명한 선택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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