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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스님이 써준 붓글씨 청첩장을 받아 보니

by 카푸리 2009.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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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계절의 여왕 5월, 결혼 시즌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청첩장이 쌓이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거래처를 상대로 업무를 하다보니 한 달에 평균 5건 정도 청첩장을 받습니다. 그런데 다음달 결혼은 벌써 7장이나 받았습니다. 셀러리맨들에게 청첩장은 솔직히 세금고지서 받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청첩장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습니다. 천편일률적인 결혼식 청첩장만 보다가 이런 청첩장을 보니 신선한 느낌입니다. 직접 붓으로 초대하는 글을 쓰고, 결혼식 약도까지 붓으로 정성을 다해 그렸습니다. 먼저 다니던 직장 후배의 결혼 청첩장인데, 이런 청첩장은 생전 처음 봤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크기는 가로 70cm, 세로 20cm입니다. 가로로 다 펼치면 글씨가 너무 작게 보여 반으로 접어 사진을 나눠 찍어봤습니다. '모시는 말씀'이란 제목으로 이몽룡이가 춘향이에게 연애편지를 쓰듯 한자 한자 정성을 다해 써내려갔습니다. 두 사람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 써준 것일텐데, 누가 썼을까요? 후배에게 전화로 물어보니 도가 깊으시고 평소 존경하는 스님이 직접 써준 청첩장이라고 합니다.

그냥 펜으로 약도를 그려도 힘든데, 붓으로 그린 약도를 보니 정말 자세하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잘 그렸습니다. 약도 아래 교통편까지 세심한 신경을 쓴 것을 보니 결혼식 많이 다녀본 스님같습니다.


아래 청첩장은 붓으로 그린 청첩장과 같이 받은 청첩장입니다. 요즘 많이 나오는 형태입니다. 그런데 결혼식 날짜도 같은 날 하는 청첩장입니다. 만약 친분 정도가 비슷했다면 저는 아마도 붓으로 직접 쓴 청첩장을 보낸 신랑 결혼식에 참석할 것 같습니다. 일가 친척을 빼고 청첩장 받아 기분 좋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성을 다해 만든 '붓글씨 청첩장'은 받는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여 가능한 결혼식에 참석 할 것 같습니다. 저도 자녀들이 결혼할 때는 직접 쓴 붓글씨 청첩장을 권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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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청첩장은 주는 사람의 마음 뿐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의 기분까지 좌우할 수 있습니다. 위 두가지 청첩장 중에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 붓글씨로 쓴 청첩장을 받고 싶어할 것입니다. 붓글씨로 쓴 풍류와 운치가 있는 청첩장을 보내면 받는 사람들이 세금고지서라는 생각은 적게 들 것 같습니다.

결혼은 '인륜지대사'라고 하는데 스님이 직접 쓴 붓글씨 청첩장을 받아보니, 대사(大事)에 맞게 청첩장도 천편일률적인 것보다 정성을 다해 만들어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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