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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좋아

유인촌장관보다 환영받은 SK 견공

by 카푸리 2009.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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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개막식 시구는 지금까지 정치인, 장관, 시장 등 정치인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정작 프로야구를 국민스포츠로 만드는데 기여한 8개구단의 모기업 회장들은 한번도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구단을 지원하는 기업회장이 나와서 시구를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개막전 시구에 나올 사람은 잔치 분위기에 맞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뭐 요즘같은 때라면 피겨 김연아선수가 나왔다면 금상첨화겠죠. 그러나 이리 저리 불려 다녀서는 안되는 귀한 김연아선수기 때문에 나오지 못하는 것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야구팬의 한사람으로서 월드컵 예선 남북한 축구경기때 김연아가 나왔었는데, 야구는 안나온 것에 대해 솔직히 서운한 마음은 있습니다. 야구도 박지성만한 스타가 있습니다. 김태균과 윤석민 등은 이미 세계적인 선수로 인정받았고, 박지성선수 못지 않습니다.

그런데 유인촌장관의 시구를 위해 SK와이번스 견공(일명 '미르')이 공을 가져올 때 유장관에 대해서는 멋쩍어 하던 관중들이 견공이 들어오자 갑자기 열광적인 환영을 했습니다. 일개 견공이 유장관보다 더 환영을 받은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 멋쩍은 장면을 보는 순간 드라마를 볼 때 재미 없는 장면을 볼 때 인용하던 말로 표현하자면 '손발이 오그라 드는 듯' 했습니다. 왜 견공이 유장관보더 더 환영을 받았을까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 해석이 분분합니다.

원래 전년도 우승팀의 개막전은 KBO 공식개막전으로 지정되고, 소관부처가 문화체육관광부라 유인촌장관의 시구는 사실 공식적인 행사입니다. 여성인 신낙균 의원이 문체부장관시절에도 시구를 했고, 1996년 잠실 개막전에는 야구를 좋아했던 김영삼 전대통령이 시구를 할 때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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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프로야구 개막식 시구자로 나선 유인촌장관이 견공으로부터 시구공을 넘겨받고 있다. 사진은 연합뉴스)

올해 프로야구 개막식 시구 장면을 보면서 저는 역대 개막식 시구중에서 축제분위기에 썰렁함(?)을 준 사람이 유인촌장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시구라는 것은 개막식 가운데 가장 하이라이트인데, 견공이 공을 주지않고 거부하는(?) 사태까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이 장면에 대해 스포츠지 기자들은 '개도 사람을 가린다'고 표현했습니다. 헤프닝이지만 참 씁쓸했습니다. 문제는 시구후에 유장관이 예정에도 없던 덕아웃 순시(?)로 인해 경기시작이 지연된 것에 대해 야구팬의 한사람으로서 그리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전 유장관이 덕아웃을 돌아보는 것보다 야구보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야구를 진정 사랑하고 국민스포츠로 자리잡게 하기 위한 장관 본연의 임무를 생각했다면 이렇게 하면 안됩니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1박2일팀이 촬영을 위해 경기를 지연시킨 것에 대해서도 거센 비난을 받았는데, 하물며 문체부장관이 경기를 지연시킨 것에 대해 야구팬들은 이를 묵과하지 않았습니다. 시구후에 유장관에 대한 비난이 시구 기사에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저만 기분 나빴던 것이 아닌가 봅니다.

많은 야구팬들이 개막식 시구자로 보고 싶지 않다던 정치인이 등장한 것도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닌데, 여기에다 시간까지 끌어 경기시작 시간을 지연시킨 점은 대단히 유감스런 일입니다. 유장관이 경기를 지연시킨 만큼 TV중계시간은 줄어들었습니다. 중계시간도 오후 5시가 되면 정규방송관계로 경기가 끝나지 않아도 중계를 마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야구가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데, 7~8회가 진행되는데 정규방송 관계로 중계를 끊는 방송사에 대해 기분 씁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유인촌장관은 탤런트가 아니라 한 국가의 장관입니다. 장관은 옛날로 말하면 재상입니다. 모든 면에서 모범이 되고 청렴결백하며 공명심이나 인기에 연연해서도 안됩니다. 프로야구 개막식 시구자로 나서는 자리는 누가보더라도 매력적인 자리는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탤런트 홍수아는 시구 한번 하고 ‘홍드로’로 크게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연예인들도 시구자로 한번 나서고 싶어 하지만 쉽게 기회가 오지 않습니다. 이런 자리에 유인촌장관은 야구팬들을 대신해서 시구자로 나선 것인데, 기분이 너무 좋았나봅니다. 유장관과 악수를 하면서 감도과 선수들이 마냥 기분좋은 표정을 짓지 않은 것에 대해 왜 그랬는지 곰곰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감독과 선수들은 유장관의 악수와 격려보다 경기가 더 중요합니다.

베이징올림픽 우승과 WBC 준우승으로 야구붐을 일으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한국 야구는 개막식 시구자로 이제는 정치인들을 배제하고 국민들이 존경받을 만한 인물을 선정해 주었으면 합니다. 개막식 시구는 축제의 정점인데, 그 축제의 열기가 자칫 찬물을 끼얹듯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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