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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태혜지', 남자가 본 여자들의 수다 본능

by 카푸리 2009.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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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셋이 모이면 바가지가 깨진다? 동네 아줌마들의 수다로 매일 바가지가 깨지고 있습니다.

우리 이웃집의 푸근한 다섯명의 아줌마들이 박미선부동산과 빵집, 치킨집, 아파트를 오가며 수다 릴레이를 펼치고 있습니다. 남편 바람부터 자녀교육, 시어머니와 동네 왕재수 아줌마(최은경) 험담, 좋아하던 팝송과 연예인 등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로 전혀 신선한 느낌은 없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출근한 후 이렇게 동네 방네 떠돌며 수다 폭탄을 터뜨리지만 막상 뒤에 남는 결론은 없습니다.

MBC가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 시트콤 부활을 기대하며 시작한 <태희혜교지현이>는 여자들의 '수다'를 소재로 한 코믹 활극입니다. 그러나 남자들이 보는 여자들의 수다는 그리 곱지 않습니다. 아침에 남편과 아이들이 직장과 학교에 나간후 집에 남아있는 여자들이 무슨일을 하며 지낼까? 하는 데 포커스를 맞춰 남자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줌마들의 일상을 소개한다는데, 너무 뻔한 이야기들입니다.


이번주 3회까지 본 소감은 결국 이 시트콤이 진부한 동네 아줌마들의 수다에서 시작해 수다로 끝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줌마들의 수다 소재가 한정된 이야기들이라 결국 남편과 자녀 얘기, 같은 동네에 사는 다른 집 남편과 시어머니 험담 등 그 이상 뽑아낼 이야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3회까지 방송된 내용중 핵심이 남편의 바람이야기입니다. 정선경이 남편의 생일선물로 받은 봉투에 이혼서류가 들어있는 것을 본 박미선 등 동네 아줌마들은 이 서류를 보고 정선경의 남편이 새로운 여자가 생겼느니, 빨리 현장을 잡아야 한다느니, 바람핀 상대 여자를 만나 혼을 내주어야 한다느니 하면서 한바탕 소란을 피웁니다.

정선경의 남편과 바람을 핀 여자로 오해받은 여자는 박미선과 김희정등에게 커피와 물세례를 받는 등 한바탕 소동이 펼쳐집니다. 뭐,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결국 오해로 밝혀질 듯 하고 정선경의 남편이 기획사 실패로 부담을 느껴 정선경과 이혼하는게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 듯 한데 동네 여자들이 너무 오버한듯 합니다. 한마디로 해프닝이죠. 그런데 이런 해프닝은 결국 여자들의 수다에서 나옵니다.

어제는 앞으로 같이 살아야겠다는 시어머니의 등장으로 정선경의 시집살이가 시작됩니다. 집안청소로 고단한 정선경은 찜질방에서 동네 아줌마들과 시어머니의 험담을 이야기하는데, 정선경이 찜질방을 갈 때부터 예상했던 아줌마들 특유의 행동입니다. 이렇게 여자들의 수다는 결국 비생산적이고 남자들에게는 '여자들의 수다는 역시 못말려'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여자들이 드라마에 나오는 여자들 같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김현희작가가 우리 동네 일상적인 주부들의 모습을 그린다는 것이 오히려 여자들은 몰라도 남자들에겐 주부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심어줄 우려가 있습니다.

안그래도 경기도 힘든 요즘 회사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남자들이 '태혜지' 시트콤을 본다면 힘이 쪽 빠질 듯 합니다. 뭐, 시트콤은 시트콤일뿐~ 하는 생각이지만 '수다'라는 소재 하나를 가지고 시트콤의 본질인 재미와 웃음을 주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트콤이란 시투에이션 코미디를 말합니다.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보는 동안 웃음이 중간 중간에 빵빵 터져줘야 하는데, 일일 연속극을 보는 느낌입니다. 요즘 한창 유행인 '막장'의 필수 요소인 '불륜'을 잡아 정선경의 남편을 추적하며 이런 저런 수다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시트콤의 재미 요소와 불륜은 사실 거리가 멉니다. 설사 불륜을 소재로 한다해도 박미선 등 연기자들이 다소 '오버'하는 몸짓 외에는 웃음을 살말한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저녁시간대 주 시청층인 주부들을 타켓으로 해서 만든 시트콤이라는데 주부들 또한 뻔히 알고 있는 동네 이야기를 굳이 방송을 통해 다시 보고 싶을까요?

여자들은 통상 전화로 싫컷 수다를 떨다가도 이따 만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하자고 할 정도로 수다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남자들이 보는 여자들의 수다가 가뜩이나 부정적인 시각인데, '태혜지'를 통해 오히려 이런 시각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또한 주부들도 '실제 내가 사는 건 이런 모습이 아닌데...' 하며 채널을 돌릴 수 있는 요소가 많아 시트콤 부활이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그우먼, 아나운서, 가수, 연기자 등 출연자의 면면과 개성은 강한데, 이러한 개성을 시트콤 본질에 버무리는 작가와 제작진의 감각이 아직은 부족한 듯 합니다.

아직 초반이라 섣부른 판단은 이르지만, 3회를 보고 나니 <거침없이 하이킥>다운 재미와 웃음보다 평범한 주부들의 일상사를 그린 드라마같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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