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화성행궁 인근에 독특한 사찰 수원사가 있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수원사는 수원시 팔달구 수원천로에 위치하며, 화성행궁의 동쪽 성곽길 바로 옆에 있는 도심형 사찰입니다. 1920년에 창건되어 무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경기도 전통 사찰 제4호로 지정된 유서 깊은 곳입니다.

수원천 건너편을 바라보면 거대한 건물에 부처님이 인자한 미소를 보이는 곳이 수원사입니다. 보통 사찰하면 깊은 산속에 있는 것을 생각하는데, 화성행궁 인근에 있는 수원사는 한옥미와 친근한 도심 속 건축미를 자랑합니다.


수원사 입구에 안내판이 있습니다. 수원사는 1920년 4월 8일, '수원불교포교소'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그래서 안쪽에 현판도 있습니다. 이는 수원 지역의 근대 불교 역사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곳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1896~1948)이 1929년 9월 23일부터 24일까지 '나혜석 구미사경(歐美寫景) 및 전람회'를 개최했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나혜석의 전시회까지 열었다는 것은 사찰이 단순한 종교 시설을 넘어 문화와 예술을 포용하는 공간으로 기능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또한 외부에서 보면 한옥처럼 생긴 건물이라 이게 사찰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출입문에 실천 보현보살과 지혜 문수보살이 있습니다. 그림 옆에 어떤 보살인지 쓰여 있어 일반인도 알 수 있습니다. 실천 보현보살은 흰 코끼리를 타고 연꽃을 들고 있습니다. 지혜 문수보살은 푸른 사자를 타고 지혜의 칼(또는 여의봉)을 들고 있습니다.


보통 큰 사찰은 사천왕문이 있고 무서운 4개의 천왕이 지키고 있죠. 수원사는 불법을 수호하고 악귀를 물리치는 네 분의 수호신, 사천왕(四天王)의 그림이 모셔져 있습니다. 그림에 어떤 천왕인지 쓰여 있는데요, 남방 증장천왕, 동방 지국천왕, 서방 광목천왕, 북방 다문천왕 등입니다. 그림이라 그런지 무섭지는 않네요.



수원사로 들어서면 선열당 전각에 신도휴게실이 있습니다. 이곳에 커피 등 음료를 마실 수 있는데요, 커피 보시함이 있어 한 컵에 1천 원을 내고 마시면 됩니다. 여기서 따뜻한 커피 한잔 모시니 몸이 녹는 듯했습니다.


신도휴게실 맞은 편에 관음전이 있습니다. 관음전 출입구 좌우에 “원수 갚지 말고 은혜는 갚아라”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네요. 수원사는 도심에 있어 시민들에게 불교문화 체험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템플스테이는 수원사의 주요 활동 중 하나로, '잠시 멈춰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로 나아가는' 수행의 시간을 제공합니다. 템플스테이는 관음전(觀音殿)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이곳은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는 관세음보살을 모신 곳인 만큼, 참된 자비심을 배우고 복잡한 도심 속에서 심신의 평온을 찾는 장소입니다.

극락대원전은 사찰의 중심 법당으로, 이곳에서 부처님을 모시고 예불 및 각종 법회가 이루어집니다. 전통적인 양식과 단정한 모습이 도심 사찰의 기품을 보여줍니다. 제가 갔던 날 법회가 이루어지고 있어 안에는 촬영하지 못했습니다.

현대식으로 보였던 이 건물은 1층에 종무소, 2층은 관음전, 3층에 만불보전이 있습니다. 노약자를 위해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제가 수원의 사찰은 거의 다 다녔는데, 엘리베이터가 있는 사찰은 수원사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네요.

2층 관음전에는 특별히 '42수 관세음보살'이 봉안되어 있습니다. 42수 관세음보살은 관세음보살이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42가지의 소원을 세우고, 각 원에 따라 42가지의 손(手)과 진언(眞言)을 가지고 중생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베푸는 것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안내문에 따르면, 이 42수는 관세음보살의 손 모양을 따라 42가지의 손으로 변하면서 그 수에 연결된 42가지의 주문을 외우며 원하는 바를 이루어준다고 합니다. 수원사 관음전에서는 매주 목요일에 합창단의 합주실로도 이용되는 등, 신행(信行)과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임을 보여줍니다.

3층의 만불보전(萬佛寶殿)은 아미타부처님과 석가모니불, 약사여래불 삼존불과 협시불, 문수, 보현, 관음, 지장보살님이 있습니다. 또한 상단 뒤로 지장보살(총 302불)을 모셨으며, 법당 좌우로 봉안자들의 원력을 담은 원불(6,067불)을 모셨습니다. 이렇게 많은 부처님을 모셨다니! 놀랍네요.


보통 사찰에 가면 부처님에 대한 설명이 없는데, 수원사는 안내판이 벽에 붙어 있습니다. 부처님 중 약사여래불, 관세음보살 등이 어떤 역할을 하는 부처님인지 불자가 아니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이합니다.


수원사는 화려한 관광지라기보다는 100년의 역사가 오롯이 담긴 살아있는 수행처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특히 한국 근대 여성 예술의 선구자인 나혜석 화가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사찰이 주는 고요함과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 그리고 사천왕상과 보살상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불력은 도심 속 번잡함을 잊게 해주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수원사는 단순한 종교 시설을 넘어, 수원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시민들의 휴식과 수행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공간입니다. 화성행궁을 둘러보시거나 일상에 지쳤을 때, 이곳을 찾아 잠시 템플스테이의 평온함을 느껴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수원사는 앞으로도 100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수원 시민의 마음을 밝히는 등불이자, 도심 속 고귀한 안식처로 그 자리를 지켜나갈 것입니다.
☞ 대한불교조계종 수원사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천로 300 (남수동 92-1)
문의 031-245-9670
※ 경내에 주차장 있음
수원사
www.suwon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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