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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좋아

아름다운 단풍 성지! 용인 은이성지

by 카푸리 2025.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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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겨울이 다가왔습니다. 지난 가을, 만추(晩秋)의 정취가 가장 아름다운 곳, 용인 은이성지(隱里聖地)를 다녀왔습니다. 조선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은이성지는 붉고 노란 단풍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고즈넉한 풍경으로 순례객과 일반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저는 맑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선명한 단풍과 늦가을의 황금빛 풀잎이 어우러진 은이성지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하고 왔습니다. 함께 가보실까요.

은이성지에서 은이(隱里)'숨어 있는 마을'이라는 뜻입니다. 천주교 박해 시대에 신자들이 숨어들어 신앙을 지켰던 교우촌입니다. 한국 천주교의 중요한 역사가 깃든 이곳은 특히 가을이면 주변 산세가 울긋불긋하게 물들어 고요한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은이성지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세례를 받고 신학생으로 선발되어 사제 서품 후 첫 사목활동을 했던 한국 천주교의 요람과 같은 곳입니다. 이곳은 박해를 피해 숨어 살던 신자들의 보금자리이자 김대건 신부의 신앙 여정에 매우 중요한 장소였습니다.

전통 한옥의 멋을 살린 김대건 기념관과 세례를 받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모습을 표현한 조형물이 가을 햇살 아래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리고 그 앞에서 만추 풍경을 느긋하게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김대건 기념관은 김대건 신부의 생애와 발자취, 그리고 은이성지의 역사를 담은 귀중한 자료와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순례객들이 신부님의 굳건한 신앙심과 희생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교육적인 공간입니다. 만추의 풍요로운 색감 속에 고요히 자리 잡은 기념관은 역사를 묵상하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성지 중심부에 자리한 김가항 성당은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1845년 중국 상하이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던 '김가항 성당'을 복원한 건축물입니다. 전통적인 한옥 지붕과 현대적인 흰색 벽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모습입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목재로 지은 건축물입니다. 성당 앞 안내판을 보니 이 건축물이 겪어온 파란만장한 역사와 복원 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국적인 외관과 고즈넉한 주변 풍경이 어우러져 성지의 분위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김대건 기념각은 1947년에 교우들의 뜻을 모아 김대건 신부의 기념 경당으로 지어졌으나, 6.25 전쟁 등으로 소실되었다가 본래의 건축 목적에 따라 은이성지에 복원(재현)된 곳입니다. 전통 양식의 작은 건물과 안내판은 기념각의 역사와 복원 배경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노란 단풍과 어우러져 한층 더 운치 있는 모습입니다.

은이성지 맞은 편에 있는 '문화관광해설사의 집을 잠깐 방문했습니다. 이 건물은 성지 방문객들을 위한 안내소이자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습니다. 안에는 방문객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 용인관광 팸플릿 등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안에는 문화관광해설사가 있는데, 전문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면 성지의 역사와 의미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으니, 방문 시 꼭 확인해 보길 바랍니다. (해설 시간 : 화요일~일요일 10:00~16:00, 1인당 최대 30, 온라인/현장 접수 가능)

은이성지 맞은 편에 성지 깊숙한 곳으로 이어지는 '기도의 숲' 입구 표지판이 보입니다. 순례자들이 고요한 숲길을 따라 묵상과 기도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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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나무와 낙엽이 덮인 흙길은 만추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순례객들에게 영적인 평화를 안겨줍니다. 많은 천주교 신자가 십자가의 길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주변을 보면 붉은 단풍이 성지라기보다 단풍 명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십자가의 길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며 걷는 순례 코스입니다. 숲속의 흙길을 따라 붉고 노란 단풍이 절정에 달한 나무들이 길을 감싸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순례객들은 가을빛이 가득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깊은 사색에 잠긴 듯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신앙의 의미를 되새기기에 더없이 좋은 길입니다.

은이성지에서 안성 미리내성지까지 이어지는 '청년 김대건길'은 김대건 신부의 사목 활동과 순교 후 유해가 운구된 역사적인 순례길입니다. 5개 코스로 구성된 순례길의 상세한 지도가 표시되어 있어 도보 순례를 돕고 있습니다.

실루엣 조형물과 함께 '청년 김대건의 길을 걷다'라고 쓰인 표지판 주변으로는 붉은 단풍과 푸른 하늘이 대비되어 청년 김대건의 강인한 발자취를 따라 걷는 듯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만추 풍경을 보며 청년 김대건 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이번 은이성지 방문은 단순히 천주교 성지를 둘러보는 것을 넘어 만추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새빨간 단풍과 황금빛 숲길이 맑고 높은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었습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의 깊은 산속, 고요한 성지에서 만난 늦가을의 정취는 마치 숨겨진 보물과 같았습니다. 김대건 신부의 강인한 신앙심처럼, 화려하지만 고독한 단풍의 색이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고요함 속의 붉은 열정, 이것이 은이성지의 만추 풍경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용인 은이성지는 한국 천주교의 중요한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순례지인 동시에,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힐링할 수 있는 명소입니다. 특히 늦가을 단풍이 절정에 달했을 때 방문한다면 역사의 숨결과 만추의 정취를 동시에 느끼며 몸과 마음을 정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은이성지 주차장은 넓어서 주차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주차장 이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입니다. 5시 이후 출차가 불가하니 그 전에 차량을 빼야 합니다.

용인 은이성지는 사계절 아름다운 곳입니다. 성지뿐만 아니라 청년 김대건 신부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깊어져 가는 가을의 아름다움을 만끽해 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저는 은이성지에서 일상의 힘든 것을 다 내려놓고 왔답니다.

종교와 관계없이 은이성지 방문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안성 미리내성지까지 걸어보는 '청년 김대건길' 도보 순례에 도전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이 길은 여러분의 일상에서 힘들었던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힐링의 길이 될 것입니다.

용인 은이성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은이로 182
성지 개방 시간 : 오전 9~오후 5(매주 월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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