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폭염과 긴 장마 등으로 유난히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순환하는 계절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죠. 이제 가을이 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가을을 맞이해 천마산 기슭 봉인사를 찾았습니다.
봉인사 입구에 ‘밝게 바르게 착하게’란 글귀가 쓰인 화강암이 보입니다. 보통 사찰에 가면 일주문이 있는데요, 봉인사는 일주문 대신 좋은 글귀가 있습니다.
봉인사 경내 주차장에 버스도 보이네요. 금곡역에서 봉인사를 왕복하는 64번 버스입니다. 봉인사는 남양주시 진건읍에 있는데요, 승용차로 가도 천마산 기슭으로 한참을 들어가는데, 이렇게 버스가 오가다니 놀랍습니다.
주차장 오른쪽에 약수터가 있습니다. 약수터 관리 현황판을 보니 봉인약수터고요, 매월 1회 먹는 물 기준 검사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수질검사를 하는데, 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천마산에서 내려오는 물이니 안심하고 먹어도 되겠네요.
봉인사에서 가장 먼저 맞아주는 사찰은 지장전입니다. 2층 건물인데요, 1층은 주차장이고, 2층에 법당과 공양간이 있습니다. 제가 휴일에 가서 그런지 불자들이 많이 왔습니다. 일요일 법회가 열려 법당은 나중에 들어가 봤습니다.
지장전 옆에 종무소 건물이 있습니다. 그리고 종무소 앞에 사찰 안내도가 있습니다. 사찰은 지장전, 큰 법당, 삼성각, 진신사리 탑, 나한상, 해탈 공원 등입니다. 다른 사찰과 달리 여긴 그림으로 그려놓아서 더 정겹게 보였습니다.
‘겸손은 보탬을 가져오고 자만은 덜어냄을 부른다.’
봉인사는 곳곳에 다양한 법문이 많이 걸려 있습니다. 그리고 종무소 옆에는 성시(聖時)가 화강암에 새겨져 있는데요, 불자가 아니더라도 이런 글을 보면서 한 번씩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문구입니다.
저는 먼저 종무소 우측으로 올라가 봤습니다. 약간 언덕길입니다.
여긴 삼성각입니다. 문이 열려 있어 안을 보니 폭염을 식혀줄 선풍기가 먼저 눈에 보이네요. 천정에는 수많은 불자의 바람이 적힌 연등이 있고, 제대에는 호랑이 등을 타고 있는 산신과 홀로 깨달음을 얻은 독성 신이 있습니다.
삼성각에서 조금 올라가면 큰 법당이 있습니다. 법당 앞에 아주 오래된 살구나무가 있습니다. 살구는 7월에 노랗게 익는데요, 지금은 잎만 무성하게 남았습니다. 법당 안을 보니 한 불자가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큰 법당 오른쪽에 봉인사 하면 떠오르는 1250 나한상이 있습니다. 나한상이란 깨달음을 이루어 사람들의 공양을 받을 만한 성자 나한의 모습을 표현한 불교 조각을 말합니다. 1,250개가 있어 1250 나한상이라 불립니다.
나한상마다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연등을 시주하는 것처럼 불자의 바람을 담아 시주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표정을 보니 모두 다릅니다. 중생들이 현세에서 살면서 보이는 표정을 이렇게 다양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1250 나한상 위로 올라가면 사리 탑이 있습니다. 옆에 안내판이 있는데요, 기록을 보면 봉인사는 조선 중기 광해군 때 부도암과 함께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확실한 문헌이 없어 확실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봉인사라는 명칭이 부처님 사리를 모시는 절이라는 뜻으로 본다면, 사리탑을 세우고 부도암을 지을 때 사리탑이 함께 세워진 것으로 추측된다고 합니다. 봉인사에 있는 사리탑은 모형인데요, 석가법인 불사리가 탑 안에 장치되어 있습니다.
사리탑에서 내려다보니 살구나무와 큰 법당, 1250 나한상이 한눈에 보입니다.
여긴 자광전입니다. 템플스테이 숙소입니다. 그래서 이곳을 지날 때는 묵언하라는 안내 문구가 있습니다. 자광전 앞에는 부처님이 중생을 향해 서 있습니다. 봉인사는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 사찰로도 유명합니다.
봉인사를 한 바퀴 도는 동안 법회가 끝났습니다. 그래서 지장전 법당을 올라갔습니다. 법당은 아주 컸는데요, 천정이 특이했습니다.
법당에서 내려오니 12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지정전 아래 공양간에 갔더니 많은 불자가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곳에서 공양을 받았습니다. 사찰 밥이라 정갈하면서도 깔끔해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습니다.
공양을 마친 후 테라스에 있는 파라솔 벤치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공양을 마친 불자들이 얘기를 나누며 부처님의 가피를 기원했습니다. 녹음이 짙었지만, 산속은 조금씩 가을옷으로 갈아입을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1250 나한상으로 유명한 천마산 봉인사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늦여름이었는데요, 이제 가을을 맞아 초목들이 갈색으로 변하고 있을 겁니다. 폭염 등으로 유난히 힘들었던 지난여름을 정리하면서 잠시 쉼의 시간을 갖기 위해 천마산 봉인사를 방문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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