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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좋아

한국 천주교 순교 사적지 안성 미리내 성지

by 카푸리 2023.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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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 최초의 신부는 김대건 안드레아입니다. 201911월 유네스코는 제40차 총회에서 김대건 신부를 2021년 세계기념 인물로 확정했습니다. 종교인으로는 마더 테레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라고 합니다. 그래서 김대건 신부의 묘소가 있는 경기도 안성 미리내성지를 다녀왔습니다.

먼저 미리내 성지를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미리내 성지는 신유박해(1801)와 기해박해(1839) 당시 경기도와 충청도 천주교 신자들이 마을을 이뤄 살던 교우촌이었습니다. 1846년 병오박해 당시 순교한 김대건 신부와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한 이윤일 요한의 시신이 이곳에 안장되면서 순교 사적지가 되었습니다. 미리내 성지는 한국 천주교회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한 곳입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약 1시간 정도 달려 성지에 도착했습니다. 휴일이라 그런가요? 신자들이 많았습니다. 입구에 미리내 성지라고 크게 쓴 표석이 보입니다. 왜 미리내 성지라고 했을까요? 미리내는 우리말로 '은하수'라는 뜻입니다. 천주교 박해 때 신자들이 이곳으로 숨어들어 옹기를 굽고 화전을 일구고 살았는데요, 밤이면 불빛이 은하수처럼 보여 미리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미리내 성지는 굉장히 넓습니다. 성요셉성당, 한국순교자 103위 시성 기념 성전, 경모당, 20단의 야외 묵주기도의 길, 야외 십자가의 길이 있는데요,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기 좋은 곳입니다. 이곳은 언제 가도 천주교 신자들이 와서 기도를 많이 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성지 곳곳에 안내판이 잘 되어 있어서 산책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성지로 들어서기 전에 강도영 마르코 신부(초대 주임신부, 1896~1929)가 신자들과 함께 1907년 건립한 성요셉성당에 들렀습니다. 110년의 역사를 간직한 성당입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지친 제 영혼이 말끔해지는 느낌입니다. 제대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아래턱뼈(아래턱뼈)와 모셔져 있습니다.

성요셉성당 옆에 있는 말구 우물입니다. 한국 땅에서 최초로 서품을 받은 강도영(마르코) 신부는 1896년 미리내 초대 본당 신부로 부임했습니다. 원래 한옥을 성당으로 사용하다 요셉성당을 신축해 본당을 이전했습니다. 말구 우물은 성당 신축과 생활용수 사용을 위해 강 신부가 1905년 무렵에 판 것이라고 합니다. 당시 30자 이상을 파 들어가다가 암반층을 만나게 됐는데요, 포기하지 않고 5자를 더 파서 결국 물줄기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말구는 강도영 신부의 세례명입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마태오 1128)

이제 성지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가을 장맛비가 내리다 그쳐서 그런지 하늘이 유난히 파랗습니다. 입구 좌측에 흰 대리석으로 만든 한국 순교자 성인복자상 부조 작품이 두 팔을 벌려 환영합니다. 종교를 떠나 이런 동상을 보면 마음이 참 편안해집니다. 마치 일상에 지친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듯 말이죠.

초가을 햇볕이 조금 따갑지만, 도보 이동로에 나무가 우거져 그리 덥진 않습니다. 가을에 단풍이 들면 아주 멋진 풍경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야외 묵주기도의 길에는 1단부터 20단까지 예수의 탄생과 고난, 부활까지의 과정이 정교한 조각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섬세한 조각을 하나하나 보면서 미리내 성지로 지루하지 않게 갈 수 있습니다.

미리내 성지에서 가장 규모가 큰 건물 한국순교자 103위 시성 기념 성전 앞에 십자가의 길이 있습니다. '십자가의 길'은 라틴어로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 혹은 비아 그루치스(Via crucis)라고 하며, '슬픔의 길', '고난의 길', '고통의 길'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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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를 지신 사건을 기억하며 가톨릭 신자들이 하는 기도입니다. 빌라도에서 재판을 받은 곳으로부터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향해 걸었던 약 800미터의 길과 골고타 언덕에서의 십자가 처형, 그리고 바위 무덤에 묻힐 때까지 14개의 주요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가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기념 성전입니다. 이름이 좀 긴데요, 미리내 성지에서 가장 큰 성당이라고 보면 됩니다. 제가 휴일에 가서 그런지 안에서는 오후 2시 미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대성당 안 제대에 성 김대건 신부의 종아리뼈가 모셔져 있다고 합니다. 미사 중이라 안은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대성당 지하에 천주교 박해 시대 때 선조들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 고문당하던 형구 모형과 순교 장면을 전시한 공간이 있습니다. 지금이야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이런 고문을 상상할 수 없지만 불과 200년 전에는 박해로 목숨까지 바쳐야 하는 고난의 시대였습니다. 천주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각종 고문을 하는 모습, 순교 장면을 보니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1839(기해)921일 앵베르 라우렌시오 주교와 모방 베드로, 샤스탕 야고보 신부가 서울 새남터에서 순교하는 모습입니다. 종교를 위해 타국에 왔다가 순교하신 외국 신부와 선교사가 많은데요, 그분들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대성당 오른쪽에 경모당이 있습니다. 경모당 안에는 김대건 신부의 성해 발뼈 조각이 관 조각 일부와 함께 보관되어 있습니다. 김대건 신부의 유해는 한 곳에 있는 게 아니라 미리내 성지를 비롯해 우리나라 많은 성당에 모시고 있습니다.

이제 김대건 신부 기념 성당 및 묘역으로 가보겠습니다. 성당 우측에 미리내 성지에서 은이성지를 잇는 삼덕고개 길이 있습니다. 삼덕고개는 김대건 신부가 서울 새남터에서 순교하자 그의 시신을 수습해 이민식 빈첸시오가 미리내 성지로 모시고 올 때 숨어서 걸었던 일부 구간입니다. 삼덕고개 등산로는 총 13.4km(4시간 30분 소요)로 미리내 성지에서 출발해 많은 사람이 걷는 코스입니다.

이곳이 김대건 신부 기념 성당입니다. 19257월에 만들어졌으니 100여 년 된 성당입니다. 건축 형태는 고딕 양식입니다. 계단을 오르면 4개의 묘소가 있습니다.

왼쪽에서 두 번째 노란 국화가 놓인 곳이 김대건 신부 묘입니다. 그리고 조선교구 제3대 교구장 페레올 주교, 강도영 마르코 신부, 최문식 베드로 신부 묘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성당 바깥 왼쪽에는 김대건 신부의 어머니 장흥 고 씨 우르술라(세례명) 묘가 있습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보면 아주 작은 성당입니다. 이곳에도 김대건 신부 유해와 성인의 시신을 모셨던 관의 일부 조각을 안치했습니다. 많은 천주교 신자가 안에서 기도하고 감사 헌금도 봉헌합니다. 신자가 아니더라도 두 손을 모으고 내게 꼭 이뤄졌으면 하는 것을 간절히 빈다면 이뤄지지 않을까요?

김대건 신부를 모신 묘소 앞에 넓은 광장이 있는데요, 나무들을 보니 가을이 조금씩 오고 있습니다. 미리내 성지는 많은 사람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미리내 성지는 종교를 떠나 누구나 방문할 수 있습니다.  일상에 심신이 많이 지친 요즘 미리내 성지를 찾아 힐링 타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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