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수원시에서 호국영령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릴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요.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인계예술공원입니다. 이곳은 야외음악당과 너른 잔디밭 등으로 평상시에도 많은 시민이 오는 곳인데요, 오늘은 호국시설 위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인계예술공원 하면 국내 최대 규모의 야외음악당이 생각나실 겁니다. 제가 오랜만에 가보니 좀 달라진 게 눈에 띄더라고요. 공원을 산책할 때마다 경쾌한 음악이 들리는데요, 전에는 큰 기둥에 스피커가 달려 있었는데, 지금은 잔디밭 위에 작고 앙증맞은 스피커로 교체가 됐네요. 스피커 크기는 작지만, 소리는 예전과 똑같습니다.
인계예술공원은 현충탑 부설 주차장이 있습니다. 운영시간은 24시간이고요. 주차요금은 30분에 900원, 초과 10분당 400원입니다. 종일 주차하면 9천 원이고요. 1시간이면 공원을 산책하고 둘러보는 데 충분하기 때문에 주차료는 2천 원 정도입니다.
주차 후 가장 먼저 들른 곳은 현충탑입니다. 현충탑은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의 위훈과 명예를 선양하고 나라사랑의 마음을 드높이기 위해 만든 추모 공간입니다. 그래서 엄숙하고 경건한 자세로 둘러봐야 하겠죠.
현충탑 준공 개요 안내판을 보니 1956년 매향동에 수원시 현충탑을 최초로 건립했는데요, 2005년 5월에 현재 위치로 이전했습니다. 이곳에 있는 조형물은 주탑, 위패실, 군상, 광장조형물 등이 있는데요, 위패실에는 262위의 호국영령이 모셔져 있습니다. 저는 인계예술공원에 찾아올 때마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곤 한답니다.
현충원 중앙 좌·우측에 6개씩 총 12개의 기둥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기둥 아래 십이지신 조형물이 있습니다. 십이지신은 땅을 지키는 열두 가지 짐승들의 신으로 흔히 우리의 띠에 해당하는 신들입니다. 얼굴은 짐승이지만 사람의 몸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다른 무기를 들고 열두 방위를 지킨다고 합니다. 현충원에 십이지신이 있는 것은 호국영령들을 지켜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현충탑 앞 무궁화 조각 아래 이런 글귀가 쓰여 있습니다. 글귀를 천천히 읽어보면서 이곳에 잠든 호국영령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 머리 숙여 잠시 감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현충탑은 부제 ‘미래를 향한 빛’ 명칭으로 제단에 올리는 향을 현대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상승감을 갖도록 형상화했으며, 탑신 윗부분에 있는 무색의 스테인리스는 향이 타들어 가는 모습을 표현하여 나라를 위해 몸 바친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설명은 현충탑 아래 검은 화강암에 흰 글씨로 쓰여 있습니다.
현충탑 좌측에는 조국 수호상이 있습니다. 조국을 위해 산화한 군인, 경찰, 시민, 학생의 모습을 함축하여 조형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건립 취지문이 있습니다. 조국을 위해 장렬하게 산화하신 호국영령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리고 그 숭고한 뜻을 높이 받들고자 104만(2005년 당시) 수원 시민의 거룩한 뜻을 모아 이곳으로 이전 건립하게 되었음. (2005년 5월 30일)
우측에는 평화 기원 미래상이 있습니다. 호국영령들을 위한 기도와 우리나라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모습을 표현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현충탑 건립 개요가 적혀 있습니다. 현충탑은 수원시에서 2003년 전국 현상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정하고 10개월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되었습니다.
이곳은 현충탑 뒤에 있는 위패실입니다. 문은 잠겨 있어 출입할 수 없습니다. 앞서 소개한 대로 162분의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습니다. 위패실은 일반인 출입 금지라 저는 좀 떨어진 곳에서 당겨 찍었습니다.
현충탑에서 공원 좌측으로 가면 참전유공자 공적비가 있습니다. 이 공적비는 국가와 민족 그리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하여 6·25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 등에 참여한 참전용사와 무공수훈자들의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정신을 후세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세운 것입니다. 공적비 아래 안내판을 보니 2009년 1월에 건립되었습니다.
참전유공자 공적비 좌측으로 올라가면 청동 인물상이 있습니다. 이 조형물은 옛 현충 시설 부지(매향동 13-1)의 주탑 양쪽에 세워져 있었는데요, 이 공원에 현충 시설을 새롭게 건립함에 따라 이전하였습니다.
청동 인물상을 본 후 공원 위로 가면 전쟁, 평화, 기억을 주제로 한 평화의 거리가 나옵니다. 이곳에는 6·25 종군기자로 활약했고, 고바우 영감 만화로 유명한 김성환 화백의 그림을 길 좌측에 전시하고 있습니다. ‘고바우 영감’은 근대 만화 최초로 2013년에 등록문화재 538-2호로 등록되었다고 합니다.
김성환 화백은 전쟁을 주제로 많은 그림을 그렸는데요, 만화로만 봐도 전쟁의 아픔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은 1951년 10월에 그린 기계총(피부병)에 걸린 포로들입니다. 중공군 포로들을 이송하고 있는데, 머리털이 골고루 나지 않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전쟁 중 머리를 제대로 감지 못해 기계총에 걸린 것입니다.
고바우 영감 그림이 끝나면 ‘기억’을 주제로 한 전쟁 영웅이 나옵니다. 강원도 양구 비석고지 전투에서 수훈을 세운 육군 이등 상사 최득수, 미 제9군단으로 썬더볼트 작전 등에 참가한 미국 육군 소장 브리이언트 E. 무어, 한국전쟁에 참전한 태국 육군 중령 끄리앙 끄라이 아따난, 미국 종군기자 마거릿 히긴스 등입니다.
군인만 있는 게 아닙니다. 경찰도 있습니다. 경찰 강삼수 경위는 산청경찰서 사찰유격대장으로 재직 중이던 1951년 11월 국수봉에 북한군이 집결 중이라는 제보를 받고, 북한군의 퇴로에 매복조를 배치, 새벽 1시경에 기습 공격하여 23명을 사살했습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현충탑 우측에 태극기와 철모가 놓여 있습니다. 태극기로 감싼 유골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전쟁 때 희생당한 사람을 검색해 보니 사망 및 실종자가 300만 명이 넘는다고 하네요. 지금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희생당하고 있잖아요. 전쟁을 생각하니 갑자기 오싹한 기분이 듭니다.
호국영령이 잠든 인계예술공원 야외음악당 하늘이 눈이 시리도록 푸르네요. 나무 그늘에 앉아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자유를 만끽합니다. 평상시에는 아무 생각 없이 온 곳인데요, 6월을 맞아 이곳에 잠든 호국영령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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