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는 오래된 사찰이 많은데요, 그중에서 얼마 전 흥국사를 찾았습니다. 흥국사 입구는 유명한 음식점과 카페가 많습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흥국사 표지판 옆에 화강암으로 만든 덕능마을 표지석도 있습니다. 덕릉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흥국사가 나오는데요, 일주문이 먼저 반겨줍니다.
사찰로 들어가는 산문(山門)은 원래 네 개라고 합니다. 그중 일주문(一柱門)은 첫 번째 문입니다. 일주문에 한문으로 ‘興國寺(흥국사)’라고 쓰여 있습니다. 불교 신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일주문을 들어설 때마다 뭔가 세속의 번뇌를 벗어던지는 기분이 듭니다. 일주문 옆으로 난 도로를 따라 차를 타고 들어갔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있어서 일주문부터 흥국사까지 가는 길 우측으로 연등이 걸려있습니다. 성하의 계절로 들어서며 초록 옷으로 갈아입은 나무와 연등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멋진 산사의 풍경을 보여줍니다.
흥국사 주차장은 넓습니다. 그래서 주차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평일에 가서 그런지 주차장에 차가 몇 대 없습니다.
흥국사 경내로 들어서니 현판이 걸린 웅장한 건물이 맞아줍니다. 그런데 다른 사찰과 달리 뭔가 궁궐에 있는 집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전각 앞에는 흥국사 이름이 적힌 연등이 걸려있고, 바람에 조금씩 흔들립니다.
안내판을 읽어보니 첫 번째 건물은 흥국사 대방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건물은 염불 수행 공간과 누, 승방, 부엌 등의 부속 공간을 함께 갖춘 독특한 형식의 복합 법당입니다. 정토 염불 사상이 크게 성행하던 근대기의 시대적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기존의 전통적 방식을 벗어나 사찰의 여러 기능을 통합 수용하여 경제성과 합리성을 추구하였다고 합니다.
이 대방은 역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독특한 건축 양식과 공간 구성 및 시대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1878년 무렵 건립되었고요, 등록문화재 제471호입니다. 내부는 닫혀 있어서 볼 수 없어 외부만 봤습니다.
대방 옆에 종무소와 기와 시주를 하는 곳이 있습니다. “기와 한 장을 시주한 공덕은 집 없는 과보를 면하게 하고, 다겁생에 지은 죄업을 소명하여 소원을 이룬다.”는 글이 쓰여 있습니다. 기와 불사 한 장에 1만 원인데요, 많은 불자가 기와 시주를 하였습니다.
종무소 뒤에 영산전이 있습니다.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289호) 흥국사의 모든 전각 앞에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영산전은 경기도 유형문화재입니다. 영산전은 여러 부처와 보살을 모시고 종교의식을 치르는 불전 중의 하나입니다. 건물 기둥에 세로로 쓴 글씨가 보이는데요, 이 글씨는 흥선대원군이 쓴 것이라고 합니다.
영산전 우측에 대웅보전(경기도 문화재자료 제56호)이 있습니다. 흥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각이라 정 가운데 있습니다. 문이 열려 있어 안을 보니 스님 두 분이 뭔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대웅보전 천정에도 많은 불자의 이름과 소원이 적힌 연등이 걸려있습니다.
대웅보전 앞에 흥국사 연혁 안내판이 있습니다. 흥국사 연혁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수락산 기슭에 자리한 흥국사는 신라 제26대 진평왕 21년(서기 599년) 세속오계로 잘 알려진 원광법사가 창건한 신라 고찰입니다. 그러니까 창건 1400년이 넘었네요. 흥국사 사찰 이름의 의미는 ‘나라가 흥하길 기원하는 사찰’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의 말사라고 합니다.
위 사진은 시왕전과 내부 모습입니다. 흥국사의 원래 이름은 수락산 아래 있어서 '수락사'(水落寺)라 했었는데요, 그 후 선조가 그의 생부 덕흥대원군의 원당을 이 절에 건립하고 흥국사 편액을 하사해 이름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후 여러 차례 중건해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요, 조선 선조가 왕위에 오른 이듬해(1568년) 아버지 덕흥대원군의 묘를 흥국사 남쪽에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극락왕생을 바라며 묘에서 가까운 흥국사를 크게 중수 복원하였다고 합니다.
대웅보전 뒤에는 독성각이 있습니다. 독성(獨聖)은 이름 그대로 홀로 수행하는 성인을 말하는데요, 안에는 머리가 벗어지고 수염이 하얀 독성이 도를 닦고 있습니다.
독성각 옆에 만월보전(滿月寶殿)이 있습니다. 사찰 건물로는 드물게 육각형입니다. 여기 있는 불상은 약사불좌상입니다. 보통 불교 전각을 보면 부처님 모습이 금빛으로 되어 있잖아요. 여기는 흰색이라 조금 특이합니다. 분칠을 한 건가요? 제가 보니 부처님이 화장을 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만월보전 옆에 단하각(丹霞閣)이 있는데요, 여기는 산신이 모셔져 있습니다. 안에는 흰 수염을 길게 기른 산신이 호랑이 옆에 있습니다. 호랑이는 산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이잖아요. 그런데 호랑이가 산신 옆에서 얌전히 있습니다.
흥국사 가장 오른쪽에 3층 석탑이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 불교 신자 두 분이 탑 주위를 빙빙 돌려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탑돌이라고 하죠. 불자의 기도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었습니다.
탑에서 흥국사 경내를 내려다본 모습입니다. 신록과 사찰 전각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보여주네요. 나무 아래서 잠시 쉬니 불교에서 말하는 극락이 따로 없네요.
사찰을 한 바퀴 도니 점심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덕혜당입니다. 말 그대로 덕을 베푸는 곳인데요, 공양간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스님과 불자들이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저도 아내와 들어가니 ‘공양하세요~’하며 맞아주었습니다. 덕분에 정갈한 사찰 공양 잘 받았습니다. 식사 후에 식당 안에 있는 불전함에 아내와 저 두 사람의 공양비를 냈습니다.
흥국사에 갔던 날 경내에 오색 연등이 화려합니다. 사찰은 불자가 아니라도 누구라도 방문할 수 있습니다. 산속 깊은 곳의 신록을 보며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으며 사찰에서 여러분 가정의 안녕을 비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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