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시장은 정조 때 수원화성을 축조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서민들의 애환과 정이 듬뿍 묻어나는 시장입니다. 팔달문에서 지동교 다리를 건너면 수원화성을 연상시키는 망루가 있습니다. 그 망루에 지동시장이라고 커다랗게 쓰여 있는데요, 망루 아래가 순대타운입니다. 허영만화백의 만화 식객에도 등장해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곳입니다.
사실 지동시장 순대타운은 축산물 전문시장이 많이 몰려 있는 곳입니다. 예전에 수원 우시장이 근처에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다 축산물 부산물인 곱창 등으로 만든 음식점이 하나 둘씩 생겨 지금의 순대타운으로 발전했습니다. 신림동 순대타운, 안양 중앙시장 순대타운과 함께 전국 3대 순대골목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는 아내와 가끔 순대국을 먹으러 갑니다. 이날 갔던 식당은 주방이 홀과 트여 있어서 요리하는 모습이 다 보입니다. 가축 부산물 요리는 청결하지 못하다는 선입견을 깨끗이 씻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주방을 공개한 것은 그만큼 위생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10여분 기다리니 뚝배기에 주만한 순대국과 해장국이 나왔습니다. 반찬은 담금지 얼마 되지 않은 깍두기와 배추김치 그리고 청양고추와 새우젓이 나옵니다. 취향에 따라 청양고추를 넣어서 먹지만요, 순대국은 새우젓으로 간을 맞춰야 제 맛입니다. 추가 반찬은 셀프로 언제든지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습니다.
저는 청양고추를 듬뿍 넣고 밥 한 공기를 순대국에 텀벙 넣습니다. 뜨거운 국물과 순대, 머리고기 등을 섞은 뒤에 한 숟갈 떠서 그 위에 깍두기 한 개 올려 먹는 그 맛은 임금의 성찬이 부럽지 않습니다. 순대국을 먹을 때마다 어릴 적 아버지가 떠주시던 순대와 머리고기가 생각나 가끔 콧날이 시큰하기도 합니다.
아내는 양선지해장국을 시켰는데요, 옛날에는 먹을 게 없어서 선지도 많이 먹었습니다. 해장국은 술 먹은 다음 날 해장하기 딱 좋은 맛입니다. 해장에 좋은 콩나물이 듬뿍 들어가 국물이 시원해서 저도 몇 숟가락 떠먹었습니다. 아내는 제게 선지를 떠서 주었는데요, 선지 맛도 일품이었습니다.
순대국과 해장국 모두 양이 엄청납니다. 곱빼기 같습니다. 특대를 시키지 않아도 충분합니다. 아내와 저는 순대국과 해장국 한 그릇씩 뚝딱 비웠습니다. 추운 겨울 날 순대국 한 그릇이면 강추위도 끄떡 없습니다. 순대국은 '소확행' 그 자체입니다.
순대타운 식당들은 포장도 가능합니다. 한 번 먹고 나면 그 맛을 못잊어 자주 찾지만요, 포장으로 순대국은 물론 순대전골, 소머리수육, 돼지수육, 철판볶음 등을 포장해 가기도 합니다. 포장해가면 집에서 끓이기만 하면 되니 간편합니다.
순대타운에는 맛 좋은 메뉴가 많습니다. 인기 메뉴는 순대 곱창볶음입니다. 친구들과 소주 한 잔 하기 딱 좋은 안주입니다. 그래서 퇴근 후에 직장인들이 많이 몰립니다. 푸짐하고 값도 저렴해 주머니 가벼운 직장인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습니다. 인근 통닭골목과 함께 수원의 대표적인 먹거리 타운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순대타운을 나와 영동시장 쪽으로 가면 엽전 소원나무가 있습니다. 소원나무 앞에는 주안상 앞에 앉은 정조대왕 포토존이 있습니다. 그 옆에 어진 임금 정조의 일화가 쓰여 있습니다. 정조는 화성 축조 당시 기술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회식 자리에서 '불취무귀(不醉無歸)'라고 하였습니다. 즉 취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불취무귀'란 말은 실제 취해서 돌아가라고 한 말이 아닙니다. 자신이 다스리는 백성들 모두가 풍요로는 삶을 살면서 술에 흠뻑 취할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주겠다는 의미입니다. 백성을 사랑하는 정조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동시장 순대타운에서 뜨끈뜨끈한 순대국 한 그릇을 먹은 후 전통시장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지동시장 순대타운은 순대국을 먹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먹는 곳입니다. 전국 3대 순대타운 중 하나인 지동시장 순대타운에서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들과 함께 추억의 맛을 찾아 가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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