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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좋아

추억의 기차여행을 떠나자! 남양주 능내역

by 카푸리 2022.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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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유난히도 푸르고 구름이 솜털처럼 느껴지던 날, 능내역은 꼭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반겨주면서 말이죠. 처마에 거미줄도 있고 누군가 써놓은 낙서, 간판도 먼지가 많이 끼는 등 그리 깔끔하지 않지만요, 왠지 정겹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앙선 기차역인 능내역은 팔당역과 양수역 사이에 있었습니다. 195651일 역무원이 없는 무배차 간이역으로 영업을 개시했습니다. 그러다 2001년 신호장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러나 200812월 중앙선 노선이 국수역까지 연장되면서 선로가 이설되어 능내역을 지나지 않게 되었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역이 폐지되었습니다.

열차는 다니지 않지만, 역사의 추억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 역을 이용했던 수많은 사람의 기억은 지울 수 없으니까요. 현재 능내역사 건물은 리모델링 되어 사진을 전시하는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도 SNS에서 데이트 명소로도 인기입니다.

능내역사 안으로 들어가 보면,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남양주씨 이야기'란 컨셉으로 능내리에서 나고 자란 마을 이장님을 이야기 모델로 삼아 능내역의 역사와 추억을 담은 사진이 전시되어 있어 능내역을 이용했던 사람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됐습니다.

전시 사진 중 교복을 입고 능내역 앞에서 데이트하는 학생 커플 사진이 눈에 보입니다. 오래된 흑백 사진이지만, 열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거나 아니면 능내역에 도착해 데이트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이런 시절이 있었기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네요.

열차 시간표와 여객 운임표가 맞이방 벽에 붙어 있습니다. 청량리에서 망우, 도봉, 팔당, 양평은 물론 원주, 단양, 풍기, 영주, 안동까지 있습니다. 언제적 운임표인지 모르지만(2008년 폐쇄 당시 가격 예상), 능내역에서 안동까지 가는 무궁화호 운임이 12,700원입니다.

매표소에 역무원이 보입니다. 지금의 역무원 복장과는 다르죠. 실제로 근무했던 이 역무원은 지금도 살아 계실지 궁금하네요.

대합실(맞이방)에 난로 연통이 있는데요, 옛날에는 대합실에 난로를 폈었죠. 나무 의자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열차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그립습니다. 무궁화호가 기적을 울리며 능내역에 도착하면 부랴부랴 짐을 챙겨 타던 그 모습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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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었니?"

서울로 취직한다고 떠날 때 삼돌이, 점순이가 타던 열차는 눈물바다였습니다. 봇다리 짐 하나를 들고 떠나는 아들과 딸을 눈물로 배웅하며 열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눈물을 훔치던 어머니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서울로 떠난 자식에게 묻는 첫 마디는 '밥은 먹었니?' 였습니다. 타지에서 자식이 행여 배를 곪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하던 부모님이었습니다.

능내역을 다니던 무궁화호 열차는 이제 열차 카페가 되었습니다. 낡고 녹슨 모습이지만, 한번 올라타 보고 싶습니다. 문이 잠겨서 탈 수 없었지만요, 열차 안을 들여다보니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었네요. 창문에 낡고 빛바랜 열차 여행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능내역 앞에 멋진 카페가 생겼습니다. 카페 안에서 보니 능내역이 통창 밖으로 보입니다. 시원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열차여행 추억을 소환할 수 있고요, 젊은 남녀는 데이트 성지에 왔다 간 것을 기념하며 인증샷을 찍어 인스타에 올릴지 모르겠네요.

능내역 철로는 더 이상 열차가 다니지 않지만, 사람은 다닙니다. 철로 위를 걸으며 기차 타고 떠났던 수학여행을 생각할 지 모릅니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대신에 철도 옆 자전거 길에는 라이더가 바람을 가르며 씽씽~ 달리고 있습니다.

능내역이 있는 남양주시 조안면은 수도권 최초의 슬로시티입니다. 조안면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유유히 흘러 자연경관이 뛰어납니다. '조안면' 마을 이름은 '새가 편안히 깃든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살기 좋은 곳이죠.

"행복행 추억 기차, 여기는 능내역입니다!"

누구나 열차 여행 추억의 한 조각은 갖고 있죠. 지금은 KTX로 서울-부산이 2시간 40분이면 갈 수 있는 시대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덜컹거리는 비둘기호를 타고 청량리에서 춘천으로 여행을 다녔습니다. 그 낭만은 지금의 KTX에서 찾을 수는 없죠. 그래서 행복행 추억기차를 탈 수 있는 능내역으로의 여행은 언제나 설레고 그립습니다. 그 추억을 찾아 열차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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