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어디 한 둘일까? '남자의 자격'에서 101가지를 선택했는데 개인적으로는 101가지 중 어느 하나 소홀히 하고 싶은 게 없다. 그 중 '합창단' 미션은 이미 박칼린을 통해 눈물과 감동을 주었기 때문에 1년만에 시즌2를 한다고 했을 때 우려가 많았다. 다른 것도 할 게 많은데 왜 하필 합창단일까? 그것도 52세 이상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으로 '청춘합창단'을 뽑아서 재탕을 한다니 박칼린 합창단만큼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을까 했는데, 첫 방송을 보고 솔직히 깜짝 놀랐다. 솔직히 '남격'을 잠깐 보다가 '나가수'를 보려했는데, 도저히 채널을 돌릴 수가 없어 끝까지 보았다.

청춘합창단 오디션에 참가한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저씨, 아줌마는 물론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었다. 1960년생 이전만 참가가 가능하니 도전자들은 어쩌면 살아 생전 마지막 오디션 참가인지 모른다. 인터넷과 우편접수를 통해 무려 3천여명이 지원했다. 예선 참가자들의 사연 하나 하나를 들어보니 모두 다 합창단에 뽑아야 할 정도로 기구하고도 절박했다. 서류심사부터 누구를 뽑아야 하는지가 아니라 누구를 떨어뜨릴지가 더 문제다. 어느 사연 하나 떨어뜨릴 수 없을 정도로 참가 동기가 절절하다. 이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들고나와 노래를 하는데, 이건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각본없은 드라마가 따로없다. 예능이 이렇게 눈물과 폭풍 감동을 줄 수 있는가 싶다.


합창단 지휘자는 국민할매 김태원이다. 혼자 합창단을 지휘하기 버거운 것을 감안해 보컬 트레이너로 부활의 객원 맴버 박완규와 뮤지컬 배우 임혜영, 그리고 김태원의 멘토로 윤학원 인천시립합창단장이 참가했다. 이중 김태원의 오른팔 역할을 하게된 독설 박완규의 눈물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짜안하게 했다. '위탄'에서 도전자들의 눈물을 쏙 뺄만큼 신랄한 독설을 쏟아내던 그를 눈물짓게 한 이유는 뭘까?

오디션에 참가한 도전자들의 노래에 대한 열정 하나만큼은 어느 오디션 프로에 뒤지지 않았다. 84세 최고령 노강진 할머니는 20년간 고 나운영 합창단 전력이 있는데, 할머니도 모르게 아들이 대신 신청해줘 참가하게 되었다. 노강진할머니가 종달새처럼 곱디 고운 목소리로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른 것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노래로 보여준 것이다. 노래 가사 하나에도 정성을 다해 부르는 것을 보고 갑자기 분위기가 숙연해지기 시작했다. 할머니 노래가 끝나자 김태원 등 심사위원 모두가 기립박수를 쳐주었다. 그런데 독설 박완규의 눈이 이때부터 촉촉하게 젖어들기 시작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음정, 박자를 끝까지 맞추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음악인의 한 사람으로서 존경의 눈물이었다.


아니 독설 박완규가 눈물을 흘리다니... 박완규의 눈물은 어르신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시작됐는데, 그 이후부터는 가슴을 후벼파는 사연때문이다. 79살 홍기표할아버지는 지난해 하늘로 먼저 떠난 아내에게 들려주고 싶다며 '고향생각'을 열창했다. 그 사연도 가슴을 먹먹하게 했지만 비록 잘부르지는 못해도 진심으로 아내를 위해 노래를 부르는 할아버지 모습에 박완규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눈물을 전염된다고 했던가? 박완규 눈물에 김국진, 이경규, 김태원도 눈물을 흘렸다. 참가자들의 슬픈 사연에 심사는 뒷전이고 김태원 등 모든 맴버들이 연신 눈물을 훔치기 바빴다.

그 눈물은 박원지(67세)씨가 나오자 폭풍처럼 눈물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딸의 결혼(10월 1일)을 앞두고 혼자 남을 엄마를 걱정(남편이 세상을 떠난 듯)하는 딸에게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청심환까지 먹고 나와 '무인도'를 부르다 눈물 짓는 박원지씨, 그리고 15년 전 아들을 잃은 고통을 잊기 위해 줄곳 '만남'을 불러왔다는 정재선(54세)씨 사연에는 정말 가슴이 먹먹해졌다. 하늘에 있는 아들이 무반주 노래 '만남'을 들으며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다는 말에 박완규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천하의 독설 박완규마저 눈물을 펑펑 쏟게만들 정도로 '청춘합창단'은 대박 감동을 예고했다.


'남자의 자격'은 예능인데, 청춘합창단이 첫 방부터 눈물 바다다. 김태원은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라며 축 처진 분위기 전환을 위해 노력해보려는데 김국진, 이윤석 등 모두가 감정을 추스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반전도 있었다. 눈물바다를 다시 웃음으로 돌린 것은 유혜영(62세)씨다. 노래강사라는데 요들송은 물론 모든 장르를 넘나드는 노래는 물론 재치와 위트가 넘치는 말로 슬픈 분위기를 일거에 반전시켰다. 유혜영씨가 아니었다면 '남격'이 다큐로 흐를 뻔 했는데, 그래도 웃음과 재미를 주었다.


'남격'을 잠깐 보다가 '나가수'를 보려했는데 끝까지 본 이유는 한 분 한 분 나오실 때마다 그분들이 살아오신 삶의 모습들이 노래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분들의 노래는 '나가수'에 나오는 가수들만큼 화려하지도 않고, 세련되지도 않았다. 투박하고 긴장돼서 틀리기도 하지만 오히려 더 감동을 준 이유는 뭘까? 바로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의 애환을 담아 불렀기 때문이다.

역시 노래는 삶의 애환을 담아 부르는 노래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박칼린 합창단도 감동이었지만, 이번 김태원의 청춘합창단은 그 이상의 감동과 눈물이 기대된다. 첫 오디션 과정이 이 정도인데, 본격적으로 합창단이 시작되면 폭풍감동 쓰나미가 몰려오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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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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