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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비평

이영애 출산에 대한 언론의 불편한 시선

by 카푸리 2011.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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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영애가 지난 20일 건강한 쌍둥이 아들을 출산했다. 나이 40에 쌍둥이니 그만큼 힘들었을 것이다. 출산 후 산모의 가장 중요한 일은 안정과 휴식이다. 그런데 언론은 이영애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다. 이영애도 언론의 지나친 취재를 의식했는지 출산 전부터 007작전을 방불케하듯 병원과 산후조리원 선정에 무척 신경을 쓴 모양이다. 그런데 언론은 그녀가 머무를 산호조리원을 7성급 호텔로 비교하며 최고급 산후조리원에 머무는 것이 무슨 큰 잘못인 양 보도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능력만 있으면 시설이 좋은 곳에서 산후조리를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가격을 가지고 난리를 치는지 모르겠다.

어디 이영애 뿐이겠는가마는, 병실과 산후조리원 입원비를 보도한 언론의 행태를 보면 '이영애가 최고급 호텔급에서 산후 조리를 한다. 자, 마음 놓고 욕하세요!'라는 기사로 보인다. 솔직히 세간의 관심이 쏠린 입장에서 톱스타가 일반 병실을 이용하긴 어렵다. 더구나 이영애는 노산이기 때문에 산모와 아이 건강에 신경쓰이는 가족들로서는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좋은 시설에서 출산하길 바랄 것이다. 이영애가 출산한 곳이라고 대대적으로 떠들어댄 덕분에 병원과 산후조리원만 홍보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영애는 병원앞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는 언론을 의식해 자정 무렵이 돼서야 빠져나왔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자정이 다 돼서야 산모와 갓난아이가 퇴원했을까? 정작 대중들은 궁금해하지도 않는데, 언론이 북치고 장구치고 난리다. 뉴스에 나온 이영애 사진을 보니 출산한 지 3일이 지났을 뿐인데, 맨 얼굴이 아니다. 입술에 붉은 루즈를 발랐다. 언론에 노출되기 때문에 배우로서 민낯을 보이기 민망했을 것이다. 그녀는 병원앞에서 취재하던 기자들에게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는데, 이 말이 기자들에게 '너나 잘하세요!'라고 들린다. 지나친 관심에 불편함을 에둘러서 표현한 게 아닐까?

아무리 취재를 밥벌이로 한다해도 애 낳고 집에 가는 사람까지 진을 치고 앉아 기다리며 피곤하게 하는 건 취재 도리가 아니다. 이영애는 엄밀히 말해서 언론에 사생활을 침해 당한 것이다. 배우라 해서 출산 후 붓기가 채 빠지지 않은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대구 연신 셔터를 터트려 대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단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아이도 마음 편하게 낳지 못하는 게 우리 연예계 현실이다.


산소같은 여자 이영애의 미모는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달라진 게 없어보인다. 노산에 쌍둥이를 낳았다면 얼굴이 퉁퉁 부었을텐데, 평상시 보이던 모습 그대로다. 언론을 의식해 철통보안 조치를 취했다는데 기자들이 누군가? 철통을 뚫고 찍은 사진이 당시의 긴박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데 이 모습은 자세히 보면 화장으로 가린 것이다. 병원 밖에서 기다리는 기자들 때문에 억지로 얼굴에 분을 칠하고 루즈를 바른 것이다. 이영애는 편한 얼굴로 퇴원할 수 있었는데 그 편안함을 기자들이 빼앗은 것이다.

연예인이라도 최소한의 사생활은 보장돼야 한다. 대중들의 시선과 관심을 받는다고 해서 아이를 낳고 퇴원하는 모습까지 무차별로 찍어대는 것은 개인 이영애를 죽이는 것이다. 만약 이영애가 취재기자들의 아내이거나 가족이었다면 그렇게 했을까? 산모 이영애를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사진을 찍어대는 것은 돈벌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작 대중들은 이영애 출산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데, 언론이 자가발전식으로 이슈를 만들고 그 이슈에 따라 춤추다 보니 연예인이 아닌 산모 이영애만 힘들 뿐이다.


이영애 출산과 관련해 생중계하듯 쏟아지는 기사 속에서 일반 서민들이 갖는 상대적 박탈감도 있을 것이다. 이영애가 아이를 낳은 것이 중요한 지, 병원비와 산후조리원 비용이 중요한지 모르겠다. 돈이 많으면 좋은 곳에서 살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당연한데 호화 내부 시설까지 시시콜콜히 보도하는 행태는 산후조리원 홍보나 다름없다. 이영애 출산 보도를 보니 개그 코너에서 나왔던 말이 생각난다.

'뉴스가 뉴스다워야 뉴스지...' 이제 사람들은 연예뉴스도 뉴스다운 뉴스를 보길 원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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