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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무한도전 박명수, '민폐남'이 된 이유

by 카푸리 2010.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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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무한도전' 서바이벌 특집은 도심지 전투를 방불케 하며 긴장감이 넘쳤다. 일곱명의 맴버들이 페인트총을 들고 서로 물고 물리는 동맹과 배신 속에서 마지막에 살아남는 자가 누구인지 끝까지 예측을 불가능케 하며 박진감 넘치게 진행됐다. 그런데 마지막에 훼방꾼이 하나 등장했는데 바로 박명수다. 박명수는 사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룰을 어기고 좀비로 분장해 막판 난입으로 마지막 승부의 긴장감을 허무하게 무너뜨렸다. 재미를 위해서라고 변명할지 모르지만, 이는 '무도'의 민폐였다.

먼저 제작진이 준비한 게임룰을 보자. 게임시간은 00:00~03:00까지다. 맴버들 각자 위치추적기를 이용해 대상을 찾아 제거를 하는 것이다. 대상은 봉투안 사진속 인물들이다. 그러니까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맴버 6명이다. 미션 성공시 우승자의 소원을 들어주고, 종료시까지 최후 승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우승 상품은 물거품이 된다. 최후의 한 명만이 살아 남아 모든 것을 차지하는 것이다.

일곱명의 맴버 중 길이 정준하에게 가장 먼저 사살 당해 조기 퇴근했다. 길은 총 한번 쏴보지 못하고 퇴근하는게 억울하다며 제작진에게 한번 부활시켜 달라고 사정했다. 그런데 총을 빼앗아 바로 퇴근하라고 한다. 하하 역시 여의도 한복판을 무방비로 거닐다 노홍철에게 사살당해 조기 퇴근했다. 박명수도 정형돈에게 사살당했기 때문에 군말없이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런데 왠 좀비? 두 번이나 망했던 좀비특집을 다시 살려보려 했던 건가? 여의도에서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정준하와 노홍철, 정형돈이 동맹과 눈치대결을 하면서 어깨동무를 하는 틈에 박명수가 갑자기 들이닥쳤다. 이때까지 세 명 중 최종적으로 누가 이기는가가 관심사였다. 사기꾼 노홍철은 이런 게임에서 늘 맴버들을 속이고 승리를 차지했고, 정준하는 초반에 어이없게 탈락했는데 이번에 끝까지 '혹시 살아 남을까'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박명수가 들이닥친 아수라장속에서 정준하가 정형돈을 명중시킨다. 이제 노홍철과 정준하의 여의도 결투만 남았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도 박명수는 이미 죽은 정형돈의 총을 빼앗아 난사한 후 총알이 다 소진된 노홍철에에 총을 줬다. 노홍철은 총까지 고장나 정준하에게 금방 사살 당할 위기였다. 그런데 박명수가 준 총으로 총알이 없다며 노홍철에게 무방비였던 정준하를 쐈다. 마지막에 긴장감 넘치게 끝날 수 있었던 게임이 그냥 허무하게 끝난 것이다. 박명수가 반전의 재미를 죽인 것이다.

왜 이렇게 허무하게 끝난 게 아쉬울까? 그 앞전까지의 전개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꼬리잡기' 특집 등에서 초반에 늘 허무하게 탈락했던 정준하가 달라졌다. 맴버들이 동맹과 배신을 거듭하는 가운데 운도 따라주어 끝까지 살아남았다. 관건은 노홍철이다. 이미 '꼬리잡기' 특집 등에서 사기꾼 기질을 인정받은 노홍철이 이번에도 맴버들을 속이고 최고의 서버이버로 남을지가 궁금했다. 유재석은 사살 당하기 전에 정준하, 정형돈과 동맹을 맺어 노홍철을 협공하기로 했다. 그런데 여의도공원 전화부스에서 정형돈이 배신을 해 무방비 상태의 유재석을 쐈다. 유재석은 허무하게 죽고 곧바로 퇴근했다.


유재석을 쏘고 호기에 찬 정형돈은 박명수가 난입한 상황에서 정준하에게 죽고 만다. 이제 남은 건 정준하와 노홍철이다. 글쓴이는 이 대결에 관심이 많았다. 적어도 정준하에게 반전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반전 기대감을 박명수가 무참히 무너뜨린 거다. 제작진이 노홍철의 사기꾼 캐릭터를 살려주기 위해 일부러 박명수를 난입시킨 것은 아니라고 본다. 박명수 독단행동이었고, 제작진이 이를 말리지 못했다고 본다. 게임룰은 지키라고 있는 거다. 룰을 지켜야 게임이 성립되고 이를 보는 시청자도 편하다. 박명수는 무한도전이 자기 개인 프로로 착각하는 것 같다. 총을 맞고 먼저 퇴근한 길과 하하, 유재석은 바보라서 집으로 간 것인가? 박명수는 방송에 한번이라도 더 나가기 위한 욕심을 부린 것인가?

좀비특집을 망친 것도 박명수 때문이었다. 어제 제작진이 자막에 '좀비박'이라고 넣은 것은 좀비특집에 이어 서바이벌 특집도 망해먹은 것을 얘기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에서 박명수가 보여주던 뛰어난 두뇌싸움은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게임룰은 어기지 말아야 했다. 한 시간동안 여의도에 죽치고 있다가 허무하게 죽으니 억울할 수도 있다. 그 억울함을 푼다고 서바이벌 특집을 흐지부지 만들지 않았는가? 박명수가 진지하게 촬영에 임했다면 이런 행동은 나오지 않았다.


요즘 '무도'에서 박명수가 예전같지 않다. 노홍철과 정형돈으로부터 '개그 마비'라는 말까지 듣는 등 자칭 2인자 포스가 나오지 않는다. 이럴 때는 가능한 스케즐을 줄이고 중요한 몇개 프로에 집중해야 하는데, 라디오 DJ하차 이후 오히려 예능 프로 하나를 더 하고 있다. 체력도 약한데 무리하게 스케즐을 소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레슬링 등 힘을 쓰는 일이 나올 때는 뒤로 빠지면서 양해를 구하고 있다. 이는 프로답지 못한 처사다. 어느 하나 딱부러지게 하는 프로도 없으면서 출연은 왜 그리도 많은지 모르겠다.

박명수는 자신이 주목받지 못하면 판을 깨고 난뒤 원샷 받으면서 '악마' 컨셉으로 먹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컨셉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어제 봉걸레같은 걸 들고 난입한 것도 판을 깨면서 자신이 드러나 보이기 위한 욕심이요, 민폐였다. 박명수의 이런 모습은 초창기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박명수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어제같은 무리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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